홍명보의 선택은 다시 박주영(아스널)에게로 향할까.
홍명보 감독이 이끄는 한국 축구대표팀은 27일 오전(한국시간) 브라질 상파울루의 코린치앙스 경기장에서 벨기에와 2014 브라질 월드컵 조별리그 H조 마지막 3차전을 치른다.
벼랑 끝에 매달린 홍명보호로서는 더 물러설 공간조차 없는 일전이다.
비기거나 지면 그대로 '끝'이다.
이겨도 '경우의 수'를 따진 뒤에야 16강 진출을 바라볼 수 있다.
승부만큼이나 중요한 것은 모든 것을 내던지는 플레이로 싸늘하게 돌아선 축구팬들의 마음을 돌리는 일이다.
이를 위해서 홍 감독이 지난 러시아, 알제리전에서 가장 부진한 포지션으로 지목된 '원톱 스트라이커' 자리에 누구를 세울지가 초미의 관심사로 떠올랐다.
지난 두 경기에서 최전방에 선 박주영은 그간 큰 무대에서 결정적인 한 방을 터뜨려준 골잡이였다.
나이지리아와의 2010 남아프리카공화국 월드컵 조별리그 3차전에서 프리킥 역전골을 터뜨려 한국의 사상 첫 원정 16강 진출을 이끌었고 2012 런던 올림픽 때는 일본과의 3∼4위전에서 결승골을 넣었다.
이런 박주영에 대한 홍 감독의 신뢰는 매우 두텁다.
자신이 천명한 '소속팀 출전 선수 선발 원칙'을 스스로 깨뜨리면서까지 소속팀에서 벤치에도 앉지 못하던 박주영을 대표팀에 복귀시켰다.
박주영은 3월 그리스와의 평가전에서 선제골을 넣으며 부활하는 듯 했지만 이어진 튀니지, 가나전에서는 제 역할을 다하지 못했다.
그의 부진은 월드컵 본선이 시작되자 더욱 깊어졌다.
러시아전과 알제리전에 선발 출전한 박주영의 두 경기 슈팅 수는 단 한 차례에 불과하다.
홍 감독은 박주영에게 수비적인 역할을 맡겼고 이를 잘 수행했다며 칭찬했지만 절대 다수 축구팬들과 전문가들의 생각은 크게 다르다.
박주영의 활동폭은 넓었지만 이미 '한 방'을 잃어버린 그를 집중 마크하는 상대 수비수는 없었다.
결과적으로 그의 '상대 수비진 흔들기'는 거의 효과를 보지 못했다.
스트라이커 평가의 척도인 공격 포인트 면에서나 동료에게 찬스를 만들어주는 면에서나 박주영은 낙제점을 받을 수밖에 없는 상황이다.
박주영이 부진에 빠지면서 빠른 스피드를 활용한 배후 침투가 특기인 이근호(상주 상무)와 고공 플레이에 능한 김신욱(울산 현대)을 중용해야 한다는 목소리가 높다.
'조커' 역할을 부여받은 이근호는 이미 러시아전에서 골맛을 보며 득점 감각을 한껏 끌어올린 상태다.
알제리전에도 교체 출전해 구자철의 만회골을 어시스트, 두 경기 연속 공격포인트를 기록했다.
남아공 월드컵 때 예선에서 맹활약하고도 컨디션 난조로 최종 명단에 이름을 올리지 못한 아픔이 있기에 이번 대회에서 발자취를 깊게 남기고 싶다는 욕망도 클 법하다.
김신욱은 알제리전에서 박주영과 교체 투입돼 타점 높은 헤딩 패스로 한국 공격의 활로를 뚫었다.
구자철의 만회골도 김신욱의 헤딩 패스가 기점이었다.
홍명보호는 앞선 두 경기에서 이렇다 할 공격 세부 전술을 보여주지 못했다.
김신욱이 긴 패스를 머리로 떨궈 손흥민(레버쿠젠) 등 발 빠른 동료들에게 찬스를 안기는 다소 단순한 공격 방식이 홍 감독이 선택할 수 있는 현실적인 대안일지도 모른다.
그러나 키는 어디까지나 홍 감독이 쥐고 있다.
그간 그가 보여준 박주영을 향한 무한한 신뢰에 비춰볼 때 마지막까지 박주영 카드를 고집할 가능성이 크다는 게 대체적인 전망이다.
한경닷컴 뉴스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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