LH·CJ·LS·롯데·동원 등
"OO기업이 가격 할인" 홍보
농민들도 판로 넓어져 희색
[ 고은이 기자 ]
배추 무 등 농산물에 붙이는 스티커광고 ‘상생마케팅’ 돌풍이 갈수록 거세지고 있다. 8개월 만에 29개 기업에서 19억원의 광고 요청이 쇄도하면서 농업계와 유통업계에 혁신 바람을 일으키고 있다. 농협중앙회가 유통 혁신의 일환으로 추진해 온 이 스티커 광고가 이젠 기업들의 새로운 홍보 수단으로 자리잡고 있다는 평가다.
◆CEO 29명 감사패 받아
농협중앙회는 23일 서울 새문안로 중앙회 본관에서 농산물 상생마케팅에 참여한 기업 대표 29명을 초대해 감사패 전달식을 열었다. 지난해 11월부터 농협이 추진하고 있는 상생마케팅에 참여 기업이 29개에 달하고 누적 광고금액도 20억원에 육박하면서 마련된 행사다.
상생마케팅은 농산물 포장지를 광고판으로 활용해 기업이 내는 광고비만큼 농산물 가격을 깎아주는 것이 핵심이다. 예를 들어 CJ제일제당으로부터 7000만원을 받은 서울과 경기 고양시 지역의 하나로마트는 그 광고비로 소비자에게 배추 2개 값으로 3개를 제공하는 ‘2+1’ 행사를 했다. 그리고 포장물 겉면에 ‘CJ제일제당이 무 1단을 더 드립니다’란 스티커를 부착, 해당 기업이미지를 높였다.
농가엔 판로 확대, 소비자에겐 가격 인하, 해당 기업엔 홍보효과 제고, 시장 전체엔 농산물 가격 안정이란 1석4조의 효과를 안긴다는 평가를 받고 있다.
이상욱 농업경제 대표는 이날 행사에서 “관심을 보이는 기업이 늘면서 올 상반기에만 10억원가량의 광고 유치에 성공했다”며 “추가로 광고를 문의하는 곳도 많아 올해 50개 기업, 100억원 유치 목표는 무난히 달성할 전망”이라고 말했다. 풀무원, 해태제과, 팔도, 오비맥주 같은 식품업체는 물론 농기계업체 LS엠트론, 홈쇼핑업체 홈앤쇼핑, 구두제조업체 안토니 바이네르까지 농산물 광고에 참여하고 있다. LH(한국토지주택공사), KT&G, NH농협은행 등도 포함됐다.
◆지역별·품목별 맞춤광고
이날 행사에 참석한 대부분의 기업 대표는 농산물 상생마케팅의 효과에 만족한다는 반응을 보였다. 유통업체 삼일의 이상기 대표는 “그동안 유통업을 해오면서 농산물 소비에 기여하고 동시에 회사 이미지까지 높일 수 있는 방법을 고민했는데 상생마케팅에서 방법을 찾았다”며 “유통기업이 할 수 있는 좋은 광고모델”이라고 말했다.
기업별로 맞춤형 고객 타깃을 설정할 수 있는 것도 이점으로 꼽혔다. 고양시를 중심으로 매장을 보유하고 있는 구두업체 안토니는 5000만원 규모의 광고를 하면서 대부분의 물량(배추 5만포기)을 고양시 하나로마트와 중소 슈퍼에 뿌렸다. 김원길 안토니 대표는 “1만명 이상의 고양시 주민에게 기업 제품을 알리면서 지역 매출도 많이 늘어났다”고 말했다.
광고 스티커를 붙일 농산물도 기업이 선택할 수 있다. 주로 계절 농산물 중 가격 등락이 큰 품목이 대상이다. LH(광고비 2억원)는 전국 임대아파트 126단지에 LH광고가 붙은 김장배추 2만8000포기를 나눠줬다. 롯데주류(광고비 1억원)는 외국인이 많이 찾는 고양국제꽃박람회에서 사과 등을 활용한 상생마케팅을 추진, 제품 인지도를 높였다는 자평이다. 신중희 롯데주류 유통부문장은 “수십만명이 방문하는 박람회에서 사과 광고를 진행하면서 홍보에 큰 도움이 됐다”고 말했다.
현재 상생마케팅 모델을 넘어 농협이 새롭게 추진하는 것은 지역기업과 농가를 연계하는 것이다. 염기동 농협 창조경제유통혁신단장은 “지역 기업은 물론 지방자치단체와 논의해 하반기 중 새로운 성공 사례를 만들어낼 계획”이라며 “지역민만을 타깃으로 홍보가 가능한 만큼 혁신적인 미래형 유통광고가 될 것”이라고 설명했다. 예컨대 충청도의 토착 기업이 충남 청양의 고추를 지정해 광고를 진행하는 식이다.
고은이 기자 koko@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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