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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찰팀 리포트] 중국산 농약 싼 맛에…"국산 쓰는 배 농가 10곳 중 1~2곳 불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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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찰팀 리포트] 중국산 농약 싼 맛에…"국산 쓰는 배 농가 10곳 중 1~2곳 불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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중국산 농약에 뒤덮인 농촌
지역별 판매망 갖춘 기업형 농약 밀수 '기승'

약효 모르고 독성물질까지
인체 유해한 금지물질 사용…수확 줄어도 피해보상 못받아

단속 손 놓은 정부
농진청 단속인력 고작 2명…신고포상금제도 유명무실



[ 홍선표 기자 ]
지난해 12월27일 인천항 세관. 중국에서 페리 여객선에 실려온 컨테이너 화물에 대한 엑스레이(X-ray) 검색 결과를 지켜보던 세관 직원이 수상한 물건을 발견했다. 의류와 잡화를 실었다고 신고한 컨테이너 한 쪽을 액체를 가득 담은 플라스틱병들이 차지하고 있었다. 컨테이너를 열고 상자들을 뜯자 중국산 농약 ‘아유균소’ 200mL들이 병 4만5000개가 빼곡했다. 아베멕틴을 주성분으로 하는 아유균소는 배나무에 달라붙는 1~2㎜ 크기의 작은 거미들을 퇴치하는 데 쓰이는 농약이다.

관세청 조사감시국은 수사를 통해 농약을 밀수하려 한 수입책 김모씨와 통관 전문 브로커 등을 검거했다고 지난달 발표했다. 앞서 작년 11월에도 아유균소 1만9800병을 몰래 들여오려다 세관에 적발된 김씨는 이번엔 4000만원을 주고 브로커까지 고용했다. 김씨가 들여오려고 한 중국산 농약 6만5000여병은 전국 배 재배면적 1만3740ha의 77%에 뿌릴 수 있는 어마어마한 양이다.

중국산 농약에 국내 시장이 빠르게 젖어들고 있다. 업계에서는 과수 생장촉진제 등 일부 품목은 이미 중국산 무허가 농약에 시장의 80% 이상을 잠식당한 것으로 파악하고 있다. 중국산 농약은 약효는 물론 유해성도 검증받지 않아 농약을 사용하는 농민은 물론 중국산 농약으로 재배한 농산물을 먹는 국민 건강까지 위협하고 있다.


○농약 밀수 조직적으로 이뤄져

농약 제조업계에 따르면 중국산 농약은 1990년대 후반부터 국내에 들어오기 시작했다. 처음엔 중국으로 단체관광을 떠난 농민들이 돌아오는 길에 농약을 가져오는 경우가 많았다. 중국산 농약 수요가 늘면서 2000년대 초부터는 한국과 중국을 오가는 보따리상들이 중국산 농약을 들여왔다.

하지만 최근에는 지역별 판매망을 갖춘 조직형 밀수가 극성을 부리고 있다. 인천지방경찰청은 지난 3월 중국산 농약 ‘리패’ 2500병을 밀수하려 한 이모씨(52) 등 3명을 체포했다. 배 주산지인 경기 안성과 평택 일대에서 13년간 과일유통업을 해온 이씨는 과수 농가로부터 사전 주문을 받은 뒤 무역업자 등과 함께 밀수를 주도했다. 방형기 인천지방경찰청 국제범죄수사대 팀장은 “인천항과 평택항을 통해 수많은 중국산 농약이 들어오지만 여행객들을 일일이 검문할 수도 없어 수사하는 데 한계가 있다”고 말했다.

이렇게 국내에 유입된 중국산 농약은 지역별 판매책을 통해 개별 농가에 팔린다. 마을 단위로 중국산 농약을 사용하면 농산물 품목별 작목반장에게 리베이트가 건네지기도 한다고 경찰은 전했다. 경기 평택시에서 40년 넘게 배농사를 하고 있는 A씨(77)는 “배를 빨리, 크게 자라게 하는 생장촉진제의 경우 국산을 쓰는 농민은 10명 중 1~2명밖에 안 된다”고 털어놨다.


○약효, 유해성 검증 안돼

국내에서 정식으로 농약을 판매하려면 농촌진흥청이 주관하는 약효와 유해성 유무에 대한 실험을 거쳐야 한다. 2~3년 동안 해당 농약을 사용해 농산물을 재배하는 방식으로 진행하는 실험에는 1억~6억원의 비용이 들어간다.

그러나 중국에서 밀수해 사용하는 무허가 농약은 이런 절차를 거치지 않는다. 약효도 검증되지 않은 데다 인체에 미치는 영향도 알 길이 없다.

일부 중국산 농약에는 국내에서 사용을 금지한 독성 물질도 들어 있다. 지난해 말에 관세청이 적발한 아유균소의 경우 장기간 흡입하면 간에 질병을 유발할 수 있어 국내에서는 사용을 금지한 ‘다이메틸폼아마이드’가 포함돼 있었다.

김광호 농진청 농자재산업과 사무관은 “중국에는 농약 제조업체가 3000~4000개가량 있는 것으로 파악된다”며 “이들 중 상당수는 중국 정부의 인증을 받지 않은 무허가 업체인 것으로 알고 있다”고 설명했다.

농민들이 중국산 무허가 농약을 사용하다 피해를 보더라도 보상받을 수 없다. 인증받은 농약을 사용한 뒤 수확량이 크게 감소하거나 수확물 상태가 불량할 경우엔 관련 법에 따라 농약 제조회사로부터 보상받을 수도 있지만 무허가 중국산 농약을 사용한 농민은 피해를 고스란히 떠안아야 한다.

배 생장촉진제를 판매하는 아리스타 라이프사이언스코리아 관계자는 “중국산 농약은 과일의 세포막이 얇아져 수분 함량이 증가하기 때문에 쉽게 부패할 수 있다”고 지적했다.

○농진청 단속 인력 고작 2명

상황이 이런데도 중국산 농약 사용을 감독해야 할 농림축산식품부 농진청 등 관련 기관들은 단속할 엄두를 내지 못하고 있다. 사실상 단속에 손을 놓고 있다는 비판도 나온다. 농진청에서 무허가 농약 관련 업무를 담당하는 직원은 2명뿐이다. 2010년 농약관리법이 개정되면서 무허가 농약을 사용한 농민에게도 최대 500만원 이하의 과태료를 부과할 수 있도록 했지만 적발 건수는 2012년 4건에 불과하다.

농진청 관계자는 “신고포상금제도 운영하고 있지만 주민들의 유대가 끈끈한 농촌에서 무허가 농약을 쓴다고 신고하는 경우는 극히 드물다”고 단속의 어려움을 토로했다. 농민에 관대한 한국 정서를 고려할 때 단속해 처벌하는 것은 쉽지 않다는 설명이다.

중국산 무허가 농약을 세관에서 차단하는 게 가장 확실한 대책이지만 이 또한 쉽지 않다. 여객선을 타고 한국과 중국을 오가는 보따리상이 몰래 들여오는 50g, 200g 크기의 작은 농약들을 일일이 찾아내야 하기 때문이다. 컨테이너를 이용한 대량 밀수도 전체 컨테이너 화물의 3% 내외만을 검사하는 현행 방식으론 단속에 한계가 있다.

1990년대 후반 한국산 농약 밀수입으로 골치를 앓았던 일본은 2003년 관련법을 개정해 무허가 농약을 유통, 사용할 경우 최대 3년 이하의 징역과 100만엔(약 1000만원)의 벌금을 부과하고 농민들에 대한 대대적인 홍보에 나섰다.

홍선표 기자 rickey@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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