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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경+] 이석현 국회부의장이 작고한 부친을 기리는 법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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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고재연 정치부 기자) 5선의 이석현 의원은 지난달 5월 당내 경선 끝에 19대 국회 하반기 국회부의장에 선출됐습니다. 개인적인 경사를 맞은 이 의원은 일주일 후 부친을 잃었습니다. 부모가 돌아가시는 충격을 ‘천붕(天崩·하늘이 무너지는 슬픔)’이라고 한다지요. 정치인들이 상을 당하면 으레 상갓집에는 수많은 조문객들이 찾습니다. 국회부의장에 오른 직후인 만큼 문상객이 많았습니다. 직접 조문을 온 현역 의원들도 160여명에 달했다고 합니다.

이 의원은 상을 치른 후 부의금 액수에 ‘깜짝’ 놀랐다고 합니다. 부의금이 1억216만원에 달했기 때문입니다. 이 의원은 부의금에 40여 만원을 보탠 1억250만원을 전액 기부하기로 결정했습니다. 그가 올초 공직자윤리법에 따라 신고한 재산총액은 8억3000만원 이었습니다. 국회의원 평균(500억원 이상 보유 4명 제외) 18억600만원의 절반에도 미치지 못하는 액수입니다.

이 의원의 재산 내역을 살펴보니 부동산 재산 7억3000만원을 비롯해 예금 및 현금성 자산 3억8000만원, 채무가 3억5000만원에 달하더군요. 많지 않은 대부분 자신이 부동산에 묶여 있는 데다, 채무액수도 많아 가계에 큰 여유가 없었다는 것을 알 수 있습니다. 이런 이 의원이 부의금 전부를 기부하기는 쉽지 않았을 텐데요.

이 의원은 지난 18일 기자를 만나 기부를 하게 된 배경을 털어놨습니다. 그는 “내 생각에 돌아가신 아버님이 그 돈(부의금)을 장학금으로 쓰면 무척 기뻐하실 것 같았다”고 말했습니다. 이어 “아버님은 늘 남에게 베푸는 것을 좋아하신 분이었다”며 “동네 아픈 사람이 있을 땐 돼지를 팔아 그 돈을 병원비로 가져다 주실 정도라 어머니가 고생하셨다”고 회상했습니다.

기부는 그에게 돌아가신 부친을 기리는 방법이었습니다. 기부금은 가난한 학생들에게 장학금으로 전달될 예정입니다. 이 의원의 어린 시절도 ‘학비 걱정’과 ‘배고픔’으로 점철됐습니다. 전북 익산에서 자란 그는 형의 병원비 때문에 농토를 다 팔고 나니 쌀 두 가마니 값에 해당하는 중학교 등록금을 댈 돈이 없었다고 합니다. 요새로 치면 30만원이 없어 중학교에 못 들어갈 뻔 했던 겁니다.

그런데 어느 날 입학 통지서가 날아왔습니다. 당시 국민학교 담임선생님이 자신의 월급을 털어 이 부의장의 등록금을 대준 겁니다. 그는 “아직도 살아계시는 은사님께 진 빚을 후진에게 값아야겠다고 생각해 언젠가는 장학금을 내놓고 싶다는 소망이 있었다”며 “지금이 아니면 기회가 없을 것이라고 생각했다”고 했습니다. “재산신고 내역이 8억도 안 되는 재산을 가진 나로서는 나름 큰 결심을 해서 내 놓은 것”이라는 말과 함께 말입니다.

이 부의장은 학생운동권 출신으로 40대 초반에 14대 총선에서 국회에 입성한 뒤 경기 안양에서 무려 5선을 한 중진의원입니다. 19대 국회 전반기 부의장 후보 경선에서 박병석 의원에게 패한 뒤 재도전 끝에 후반기 국회 야당 몫 부의장 자리를 차지했습니다.

하지만 국회부의장 경선 때 ‘중진의원’으로서의 ‘위엄’만 강조한 것은 아닙니다. “계파가 없다보니 저는 5선을 할 동안 당직 하나 못 맡아봤다. 지도부는커녕 원내 부대표 한번 못 해봤다. 나는 늘 하루 맡는 창당대회 의장만 시켜주더라”는 그의 말이 ‘애잔’했는지 의원들 사이에서는 웃음이 터져 나오기도 했습니다.

이렇게 어렵게 국회부의장이 된 이 부의장은 본인이 기부한 1억250만원으로 장학재단을 만들 계획이라고 합니다. 한 번 주고 말아버리는 것보다 부의금을 종자돈으로 해서 10억원 규모의 장학재단을 만드는 것이 더 의미가 있을 것이라는 판단에서입니다. 그는 그렇게 국회부의장으로서 의미 있는 첫 행보를 시작했습니다. 의미 있는 첫 행보를 시작한 만큼, 5선 의원의 경륜으로 ‘정쟁’이 끊이질 않는 국회에서 균형추 역할을 해 주길 기대해 봅니다. (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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