손학규 "구태정치 재연…새정치 기대 좌절" 포문
7·30재보선 동작을·광주 광산을 등서 갈등 예고
[ 이호기 기자 ] 7·30 국회의원 재·보궐선거를 앞두고 안철수 새정치민주연합 공동대표 측과 출마가 점쳐지는 손학규 상임고문, 김두관 전 경남지사 등 당내 비(非)안철수 세력 간 대결 구도가 본격화하고 있다. 최대 16곳에서 치러질 이번 재·보선은 당 지도부의 전략공천으로 후보가 결정될 가능성이 높아 공천장을 놓고 이들 세력 간 충돌이 불가피할 전망이다.
손 고문은 이날 자신의 싱크탱크인 동아시아미래재단이 여의도 중소기업회관에서 연 ‘세월호 참사 대토론회’ 기조강연에서 “세월호 참사가 일어난 지 두 달이 지났지만 우리는 한걸음도 나아가지 못하고 있다”며 “반성과 참회의 말들이 무수히 오갔지만 우리 사회는 달라지지 않았다. 지금 이 순간에도 제2, 제3의 세월호 참사는 계속되고 있다”고 진단했다.
손 고문은 또 “진보와 보수, 지역과 지역, 세대와 세대가 적대하는 대결의 정치는 분열의 정치를 넘어 증오의 정치로 치닫고 있다”며 “새로운 정치에 대한 국민의 열망과 기대도 이내 구태 정치의 재연으로 좌절을 맞게 됐다”고 지적했다.
이 같은 손 고문의 발언은 그동안 ‘새정치’를 표방해온 안 대표와 당 지도부를 겨냥한 것이라는 게 정치권의 분석이다. 안 대표와 손 고문 간 불편한 기류는 이미 지난 지방선거에서도 나타난 바 있다. 손 고문은 안 대표 측 윤장현 광주시장 당선자의 전략공천 결정에 쓴소리를 한 데 이어 공천 탈락 뒤 탈당해 윤 당선자와 맞붙었던 강운태 전 시장에 대해 “누가 이겨도 우리 식구”라며 두둔하기도 했다.
손 고문뿐만 아니라 이번 재·보선에서 부활을 노리는 김 전 지사와 정동영 상임고문, 천정배 전 법무부 장관 등 당내 거물급 인사들도 공천 과정에서 안 대표 측과 마찰을 빚을 가능성이 높다.
안 대표 측은 이번 재·보선을 구태와 결별하는 계기로 삼고 ‘신진 등용론’으로 승부하겠다는 전략이다. 상대적으로 젊고 참신한 이미지를 갖고 있는 안 대표 측 핵심 측근들을 대거 출전시켜 여당 측 후보와 차별화를 시도하겠다는 것이다. 반면 비안 측은 새누리당이 김문수 경기지사, 오세훈 전 서울시장, 나경원 전 의원 등 거물급을 공천할 것으로 예상되는 만큼 이쪽에서도 ‘큰 인물’을 내세워 판을 키워야 한다고 주장한다.
실제 손 고문은 이날 기조강연을 마친 뒤 기자들과 만난 자리에서 자신의 출마와 대해 “이번 재·보선의 성격을 어떻게 규정할 것인지 그에 따라 당이 어떻게 대처해 나갈 것인지 이 바탕 위에서 당이 결단할 문제”라며 “나는 지금까지 당의 어려움을 짊어지는 것을 피한 적이 없다”고 말했다.
안 대표 측과 비안 측에서 각각 나올 후보들은 지역별로 치열한 경쟁을 펼칠 전망이다. 최대 격전지가 될 서울 동작을은 안 대표 측 금태섭 대변인이 김 전 지사나 정 고문 등 거물들과 맞서야 할 것으로 예상된다. 야당의 텃밭인 만큼 공천 경쟁이 가장 치열할 것으로 보이는 광주 광산을에서도 안 대표 측 정기남 정책위원회 부의장이 천 전 장관이나 손 고문 측 이남재 전 비서실 차장, 박지원 전 원내대표 측 김명진 전 비서실장 등과 쉽지 않은 싸움을 치러야 한다. 이미 평택을 출마를 선언한 손 고문 측 정장선 전 의원은 안 대표 측 이계안 최고위원과 경쟁할 가능성이 있다.
이호기 기자 hglee@hankyun.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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