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상속·증여세 '시가'로 신고하는 현명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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원종훈 < KB국민은행 WM사업부 세무팀장 >



대부분의 사람은 상속세와 증여세를 여전히 기준시가로 계산해 신고한다. 상속세 및 증여세법에 ‘시가’가 확인되지 않을 경우 기준시가로 상속세와 증여세를 계산할 수 있도록 했기 때문이다. 부동산의 기준시가가 시가의 70% 정도고 지방의 경우 시가의 절반에도 미치지 못하는 땅이 많기 때문이기도 하다. 이렇게 저평가된 금액으로 상속세나 증여세를 계산하면 그만큼 세금이 저렴해지기 때문이다.

기준시가는 상속세와 증여세를 낮추지만 시가와 기준시가의 차액만큼 양도차익을 늘리기 때문에 향후 양도소득세의 부담이 커진다. 세법에서는 상속세와 증여세를 기준시가로 계산할 경우 해당 부동산은 기준시가로 취득한 것으로 판단하기 때문이다. 향후 양도소득세를 계산할 때 양도가액은 매각할 당시의 실제 거래가액이 되고 취득가액은 기준시가가 된다. 결국 상속받거나 증여받은 부동산을 언젠가 매각하는 것까지 고려한다면 무조건 기준시가로 상속세와 증여세를 계산하는 것은 한번쯤 생각해볼 문제다.

시가는 6억원이고, 공시가액은 4억원인 임야를 예로 들어보자. 이 부동산을 부친이 증여하고 성인 자녀가 증여를 받는 경우를 가정하자. 시가인 6억원으로 증여세를 계산하면 9450만원의 증여세가 나온다. 반면 기준시가인 4억원으로 계산하면 5400만원의 증여세가 계산된다.

하지만 증여받은 부동산을 매각할 때에는 줄였던 증여세 상당액을 양도소득세로 토해낼 수 있다. 경우에 따라 줄였던 증여세보다 더 많은 양도소득세를 낼 수도 있다. 기준시가로 증여세를 납부한 임야를 5년이 지나 매각하는 것으로 가정해보자. 매각금액은 현재의 시가인 6억원이면 양도소득세는 기준시가인 4억원에 임야를 취득해 6억원에 매각한 것으로 계산된다. 매매차익으로 2억원이 발생한 것이다. 해당 임야가 비사업용 토지일 경우 양도소득세는 8300만원 정도가 계산된다. 기준시가를 선택해서 증여세는 4050만원 줄였지만 5년 뒤 매각할 때에는 절세한 증여세의 2배를 양도소득세로 내야 한다.

이제 상속세와 증여세를 줄이기 위해 무조건 기준시가를 선택하는 패러다임은 바꿔야 한다.
상속세나 증여세를 더 납부하더라도 향후 양도소득세를 줄일 수 있다는 것을 고려할 필요가 있다.

원종훈 < KB국민은행 WM사업부 세무팀장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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