백광엽 금융부 차장 kecorep@hankyung.com
‘과거는 낯선 나라(a foreign country)다. 그곳에서는 다른 방식으로 일한다.’
영국 작가 레슬리 P 하틀리가 1953년 발표한 소설 ‘중매자(The Go-Between)’의 첫 페이지 첫 문장입니다. 옛일을 화석화해 보지 말라는 메시지를 압축한 이 문장은 ‘과거에 대한 가장 설득력 있는 정의의 하나’라는 평가를 받습니다. 영국 텔레그래프지는 최근 ‘세계 문학사에 최고로 빛나는 첫 문장 30선’을 뽑으며 이 글귀를 포함시켰지요.
명문장의 울림은 문화계 전반의 다양한 후속 작업으로 이어졌습니다. 조지프 로지 감독은 소설을 각색한 ‘사랑의 메신저’라는 영화로 1971년 칸영화제 황금종려상을 받았습니다. 영화 ‘닥터 지바고’에서 비운의 라라로 분했던 배우 줄리 크리스티가 또 한번 시대의 상처에 아파하는 여주인공으로 열연해 화제를 모았지요. 미국 역사학자 데이비드 로웬덜은 ‘과거는 낯선 나라다’를 1985년에 쓴 저서의 제목으로 차용했습니다. 책에서 그는 과거를 현재와 유사하다는 가정 아래 바라보는 편견에서 탈피할 것을 주문했지요.
한경 프리미엄 섹션 ‘베터라이프’는 상반기 금융시장의 히트상품을 돌아보는 기획을 마련했습니다. 지나간 시간 속에서 벌어진 일을 살펴야 하반기를 성공적으로 담보해낼 수 있다는 생각에서입니다.
중요한 것은 드러난 결과를 보는 데서 벗어나 과정과 배경을 이해하는 안목입니다. 과거를 고정불변의 객관적 실체가 아닌 현재와의 끊임없는 작용이라는 관점에서 진단해 보는 것이지요.
상반기의 기억은 제각각일 겁니다. 하지만 기본적으로는 만족스럽지 못한 경우가 훨씬 많을 것이란 생각이 듭니다. 호환 마마보다 무서운 저금리가 갈수록 위세를 떨치고 있어서지요.
‘베터라이프’가 정리한 히트상품 진단을 통해 하반기 재테크 시장을 관통할 키워드를 고민할 수 있기를 기대합니다. 특히 쓰라린 실패에 낙담하는 독자들이 무거운 과거의 짐을 털고 새 출발하는 작은 힌트를 얻었으면 하는 바람입니다.
백광엽 금융부 차장 kecorep@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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