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재연 정치부 기자) 당내 ‘소장파’ 출신인 원희룡 새누리당 제주지사 당선인과 남경필 새누리당 경기지사 당선인이 ‘연정’이라는 정치실험에 도전했습니다.
원희룡 제주지사 당선인은 10일 인수위원장인 ‘새도정준비위원장’에 새정치민주연합 측 제주지사 후보였던 신구범 전 지사를 선임하는 ‘파격’을 보였습니다.
원 당선인은 “신 전 지사는 많은 고민을 했지만 화합의 새 시대를 같이 열자는 삼고초려에 결국 뜻을 같이하기로 했다”며 “편 가르기 정치를 극복하고, 진영의 논리를 뛰어넘어 협치와 통합정치의 초석을 마련하는 데 동참해줘 고맙다”고 말했습니다.
남경필 경기지사 당선인도 9일 “‘사회통합 부지사’ 직에 야당 인사를 임명하겠다”고 선언했습니다. 새정치민주연합의 ‘정책연대’ 요구도 수용하겠다는 입장을 밝혀 ‘연정’의 의지를 분명히 했습니다. 남 당선인은 본래 9일 언론 인터뷰에서 “당선 직후 새정치민주연합의 한 중진 의원에게 ‘사회통합 부지사’로 적합한 인물을 천거해 달라고 요청했다”고 말했습니다.
그러자 김태년 새정치연합 경기도당 위원장은 “자리 두세 개를 (야당에) 시혜적으로 나눠준다고 해서 사회통합이 되는 것은 아니다”며 “독일처럼 정책연대가 우선이 되어야 한다”고 비판했습니다. 이에 남 지사는 김 위원장에게 전화를 걸어 “정책연대를 긍정적으로 검토하겠다”는 뜻을 밝혀 정치 실험 의지를 드러냈습니다.
‘대연정’ 하면 떠오르는 사람이 독일의 앙겔라 메르켈 총리입니다. 메르켈 총리는 보수진영인 기독교민주당과 기독교사회당을 이끌면서도 중도좌파인 사회민주당과의 정책연대를 기반으로 연립정부 구성에 성공했습니다. 사민당의 요구사항이었던 시간당 8.5 유로의 최저임금제 도입ㆍ이중국적 허용 등 요구사항을 ‘통 크게’ 수용한 결과였습니다.
대신 기민당은 부자 증세 등 세금 인상을 봉쇄하는 데 성공했고, 기민당의 자매정당인 기사당은 외국 등록 차량에 대한 고속도로 통행료 부과 주장을 관철해 체면을 세웠습니다.
일각에서는 원 당선인과 남 당선인의 ‘정치실험’을 두고 ‘이미지 메이킹을 위한 정치적 쇼’라는 비판의 목소리도 있습니다. 경기도의회에서 새정치연합이 다수당인 상황에서 의회를 효과적으로 설득하기 위한 ‘대응용 인사’ 라는 지적도 있습니다. 이유야 어찌됐든, 이번 실험은 지방자치제 차원의 첫 ‘연립도정’ 운영 시도입니다.
과연 한국 지방자치에서도 메르켈 식의 ‘대연정’을 실현할 수 있을지 정치권의 관심이 쏠리는 이유입니다. (끝)[한경+ 구독신청] [기사구매] [모바일앱] ⓒ '성공을 부르는 습관' 한국경제신문, 무단 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