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문가 4인의 회원권 구입·활용 노하우
[ 이현진 / 김진수 기자 ]
벌써 여름 휴가 계획을 세우는 사람이 적지 않다. 주5일 근무제와 연차 휴가를 적극 활용, 산으로 강으로 바다로 떠나는 수요도 부쩍 늘고 있다. 휴가철뿐 아니라 주말에는 숙박시설을 예약하는 데 애를 먹기 일쑤다. 휴양 숙박시설인 콘도 회원권을 하나 장만하고 싶은 마음이 들 수밖에 없다. 하지만 종류가 다양해 어떤 상품을 고를지 망설여진다. 여름 성수기를 앞두고 콘도·리조트업계에 10년 이상 몸담은 전문가로부터 콘도 회원권 구입 및 활용 노하우에 대해 알아봤다. 고급 리조트를 분양해 온 방종철 미드미디앤씨 사장(54), 최원석 대명리조트 레저사업국 팀장(46), 현민우 한화호텔&리조트 금융팀장(39), 최상희 대경레저컨설팅(회원권 컨설팅업체) 이사(48)가 그 주인공이다.
▶즐길 준비부터 해야
콘도 회원권을 가장 잘 활용하는 방법은 뭘까. 전문가들은 “나만의 여행 철학을 가져야 한다”고 입을 모았다. 다른 사람이 가는 장소와 시기, 다른 사람이 하는 놀이를 따라하지 말고 자신만의 휴가 계획을 세우라는 조언이다. 최원석 팀장은 “7월 말~8월 초 극성수기에 굳이 부산 해운대에 갈 필요가 있는지 스스로에게 물어볼 필요가 있다”고 말했다. 오가는 교통 체증과 몰려든 인파에 치여 제대로 휴식을 즐길 수 없어서다. 현민우 팀장도 “성수기에 남들이 잘 안 가는 충북 단양 도담팔경과 경북 울진 백암온천 등을 가면 시간과 비용을 아낄 수 있다”고 강조했다.
여행을 가서 무엇을 할 것인지도 미리 계획하라고 전문가들은 조언했다. 90% 이상의 콘도 이용객들은 저녁에 바비큐를 하면서 술을 마시고 다음날 늦잠을 잔 뒤 귀가하는 여행 패턴을 보인다. 그러나 계절별로 콘도업체들은 고객들을 위해 다양한 체험행사나 이벤트를 진행하고 있다. 이것만 찾아다녀도 알찬 휴가가 가능하다고 전문가들은 말한다. 콘도 인근의 먹거리, 볼거리, 즐길거리도 적극적으로 찾아나서면 가족 모두가 만족하는 휴가를 보낼 수 있다.
▶성수기에 콘도 객실 잡으려면
휴가가 특정 시점에 몰리다 보니 회원권을 가지고 있더라도 성수기에 방을 구하기가 쉽지 않다. 그러나 요령을 알면 성수기에 방을 확보할 가능성이 높다고 전문가들은 설명한다. 무엇보다 콘도 객실을 신청할 때는 ‘계란은 한 바구니에 담지 말라’는 원칙을 적용해야 한다고 전문가들은 강조한다. 1·2·3순위를 정해 객실을 신청할 때 날짜와 지역을 모두 다르게 하라는 것이다. 예컨대 1순위는 7월 말 제주콘도, 2순위는 8월 초 속초콘도, 3순위는 8월 말 경주콘도를 신청하는 식이다. 최상희 이사는 “1~3순위를 전부 극성수기로 택하면 다 떨어질 확률이 높다”며 “지역과 날짜를 다르게 해서 신청하면 최소한 한 군데는 붙는다”고 조언했다.
담당자를 잘 정하는 것도 중요하다. 콘도 회원권을 매입하면 담당자가 정해진다. 담당자는 콘도 회원권을 판 영업직원이다. 담당자의 가장 큰 임무는 객실 예약이다. 유능한 담당자는 예약취소 사항, 예약취소 패턴 등을 면밀히 체크해 성수기에도 방을 잘 잡아준다. 어느 영업직원과 콘도 회원권 매입계약을 맺느냐가 중요한 이유다. 통상 유능한 담당자는 근무기간이 긴 직원이라고 전문가들은 말한다. 치열한 경쟁 속에서 장기간 살아남았다는 것은 실력이 있다는 뜻이다.
▶콘도 회원권의 70%는 법인이 매입
콘도 회원권 분양시장은 5~6월이 성수기다. 7~8월 여름 휴가철을 앞두고 회원권에 대한 관심이 높아지기 때문이다. 현민우 팀장은 “이맘때쯤 여름 휴가 계획을 세우면서 회원권 장만에 대한 문의가 많이 오는 편”이라며 “법인도 이때 1년 예산 계획에 잡혀 있는 직원 복지용 회원권 구매에 나선다”고 설명했다.
콘도 회원권 수요자는 크게 개인과 법인으로 나뉜다. 방종철 사장은 “법인과 개인 비중이 각각 70%, 30%를 차지한다”며 “회사나 각종 공제회 등 법인은 직원의 복리후생을 높이기 위해 회원권을 분양받는다”고 말했다. 최상희 이사는 “과거에는 회원권이 ‘우리 회사에 이런 복리후생이 있다’고 자랑하는 홍보용에 불과했다면 이제는 직원들에게 실질적으로 혜택을 주는 쪽으로 바뀌었다”고 말했다. 최원석 팀장도 “각 회사가 연월차 휴가 프로그램에 신경 쓰기 시작하면서 직원들이 실제로 이용할 수 있도록 넉넉하게 회원권을 확보하려는 회사가 늘고 있다”며 법인 시장이 확대될 것으로 내다봤다.
▶달라지는 성수기 개념
전문가들은 2010년부터 성수기 개념이 점차 바뀌고 있다고 입을 모았다. 여전히 ‘7월 말, 8월 초’에 이용자가 몰린다. 하지만 전반적으로 연중 골고루 이용하려는 추세가 확산되고 있다. 현우민 팀장은 “회사에서 장기휴가나 연차휴가를 많이 쓰도록 하는 추세”라며 “성수기보다는 한가한 시기나 주중에 이용하려는 수요자가 늘고 있다”고 말했다. 방종철 사장도 “여가를 즐기려는 계층이 늘면서 콘도 예약이 특정 시기에 편중되는 현상이 약화되고 있다”고 설명했다. 다만 선진국 수준으로 휴가 시기가 다양화되려면 시간이 더 필요하다고 전문가들은 입을 모았다.
▶물놀이 승마 등 다양해지는 부대시설
콘도업체는 다양한 부대시설을 마련하는 추세다. 대표적인 것이 워터피아(한화리조트)나 오션월드(대명리조트) 같은 물놀이장. 겨울에는 스키장도 인기다. 골프장과 승마장을 갖춘 곳도 많다. 비용이 들지 않는 무료 체험행사도 많다. 최원석 팀장은 “방학에는 자녀를 대상으로 무료 케이크 만들기나 풍선놀이 등 다양한 체험 프로그램을 마련한다”며 “부모들은 콘도 내 개봉관에서 영화도 보며 휴식을 취할 수 있다”고 소개했다. 각 업체에서는 시즌별로 다양한 프로그램을 마련해 회원에게 문자메시지로 알려준다.
대체 상품에도 식지 않는 콘도 인기…전망따라 가격차이 커
○회원권 공유제는 매매, 회원제는 전세와 비슷
회원권은 공유제(등기제), 회원제, 회원권거래소를 통한 기존 회원권 매매 형태로 구입할 수 있다. 최상희 이사는 “주택시장으로 치면 공유제는 자가(자기집)이고 회원제는 전세”라고 비유했다. 회원제로 사면 계약기간(10~20년)이 끝난 뒤 보증금을 돌려받고, 원하면 연장도 가능하다. 공유제로 사면 본인 이름으로 지분등기(12분의 1)가 된다. 보통 1명당 30박이 돌아가기 때문에 12명이면 360일을 쓸 수 있다. 가격은 공유제가 회원제보다 6~10%가량 저렴하다. 대신 회원제는 취득세만 내면 되지만 공유제는 등록세, 재산세를 비롯한 보유세와 등기 비용을 부담해야 해서다.
회원권거래소를 통해 기존 회원권을 20~30% 저렴하게 살 수도 있다. 최원석 팀장은 “각종 시설의 무료 이용이나 회원객실료 50% 할인 등의 신규 회원 혜택을 받을 수 없고 객실 예약을 처리해줄 담당자가 별도로 정해져 있지 않아 상대적으로 불편하다 ”고 지적했다.
○가격대는 계좌와 크기에 따라 다양
콘도 회원권의 가격은 천차만별이다. 현민우 팀장은 “한화콘도나 대명콘도, ES리조트의 기본형(스위트형·패밀리형)은 2000만~3000만원대”라며 “5명이 잘 수 있는 방 2칸짜리 전용 59~85㎡(25~30평형)가 가장 대중적”이라고 말했다. 반면 강원 평창 알펜시아나 제주 롯데아트빌라스 같은 고급 콘도는 10분의 1계좌에 1억5000만~2억원대다.
같은 콘도의 회원권이라도 가격이나 전망에 큰 차이가 난다. 크고 비싼 회원권일수록 향과 전망이 좋은 곳에 배치한다. 싼 회원권은 대부분 전망이 떨어지는 저층에 자리잡고 있다.
○콘도 대체할 상품 나타나기 어려워
전문가들은 아직 콘도를 대체할 상품은 없다고 단언했다. 캠핑, 글램핑(필요한 도구를 모두 갖춰 안락한 환경에서 즐기는 캠핑) 등이 요즘 떠오르고 있지만 인기가 지속되기는 힘들다고 지적한다. 펜션이 그랬던 것처럼 한때 크게 유행했다가 시들해질 가능성이 높다는 것이다. 방종철 사장은 “입지가 뛰어난 데다 종합리조트화 등을 통해 끊임없이 변신하고 있어 콘도의 입지는 약해지지 않을 것”이라고 말했다. 최원석 팀장은 “캠핑 장비는 소모품”이라며 “20년 동안 휴식을 즐긴다면 캠핑장비를 사는 것보다 콘도회원권을 사는 게 낫다”고 말했다.
콘도와 레저활동에 대한 인식이 바뀌어야 한다는 의견도 나왔다. 방 사장은 “리조트업체는 사계절 내내 소비자를 끌어들일 수 있는 프로그램을 개발해야 한다”며 “회원도 휴가 때만 고집하지 말고 주말과 연·월차를 통해 재충전의 기회를 가져야 한다”고 조언했다.
이현진/김진수 기자 apple@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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