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부가 시장 지배적 사업자를 규제하기 위해 도입했던 '요금인가제' 폐지를 검토하고 있다. 요금인가제 존폐 여부가 도마 위에 오르면서 국회와 학계, 산업계에서 반대 목소리도 높아지고 있다. 1위 사업자의 이익을 대변하는 정책이라는 지적이다. 요금인가제 폐지에 대한 문제점을 지적하고 대안을 찾아본다. <편집자주>
미래창조과학부(이하 미래부)가 통신요금을 인하하기 위한 제도 개선을 추진한다고 발표한 가운데 '요금인가제' 폐지 유무가 논란이 되고 있다. 미래부는 요금인가제 검토를 위한 작업반을 구성하고, 이달까지 로드맵을 제시할 방침이다.
일각에서는 요금인가제를 폐지하면 이통사 간 경쟁이 촉진될 것으로 예상하고 있다. 이는 곧 통신요금 인하로 이어질 것이란 전망이다. 다만 시장 1위 사업자인 SK텔레콤으로 '쏠림현상'이 가속화 될 것이란 지적도 잇따른다.
3일 정보통신정책연구원(KISDI)의 '2013년 통신시장 경쟁상황평가' 보고서에 따르면, SK텔레콤의 이동통신 시장 지배력은 여전하다. SK텔레콤의 가입자 수 기준 점유율은 50%대를 기록, 2006년 이래 큰 변화를 보이지 않고 있다.
4월 말 기준으로 SK텔레콤의 시장점유율은 50.14%를 기록, 점유율 50%대를 사수했다. KT와 LG유플러스의 점유율은 각각 29.84%, 20.02%였다. KT는 영업정지 여파로 시장 점유율 30% 회복에 실패했다. 반면 LG유플러스가 시장 점유율 20%를 넘어서며 선방했다.
다만 이동통신 시장에서 10년 이상 고착화 된 '5대 3대 2' 법칙은 깨지지 않는 모양새다. SK텔레콤은 올해 초부터 '시장 점유율 50%' 방어에 대한 의지를 여러 번 드러냈다.
SK텔레콤은 시장 점유율을 유지하기 위해 마케팅 비용도 쏟아붓고 있다. 이통사 간 마케팅 경쟁이 치열했던 2012년 3분기 당시 SK텔레콤은 해당 비용으로 1조348억원을 사용했다. 그러나 올 1분기에는 1조1000억원을 지출했다. 업계에서는 이통사 간 가입자 확보를 위한 경쟁이 출혈 경쟁으로 이어지면서 SK텔레콤이 예상보다 큰 지출을 한 것으로 보고 있다.
이번에 논란이 된 요금인가제는 지난 1991년 첫 도입됐다. 시장 지배적 사업자가 과도하게 요금을 인상하거나 인하하지 못하도록 하자는 취지에서다. 현재 무선 분야에서는 SK텔레콤, 유선 분야에서는 KT가 인가 대상 사업자다. 나머지 2, 3위 사업자는 요금제를 새로 내놓을 때 신고만 하면 된다.
한 업계 관계자는 "국내 이동통신 시장 경쟁이 미흡한 상황에서 그나마 시장지배적 사업자를 규제하는 수단인 요금인가제를 폐지한다는 것은 정부가 유지해 온 건전한 경쟁 정책을 포기한다는 것"이라고 목소리를 높였다.
실제로 통신시장이 특정 사업자에게 집중된 멕시코는 통신 요금이 높게 형성된 것으로 나타났다. 2012년 초 경제협력개발기구(OECD)의 멕시코 통신시장 분석 보고서는 특정 사업자의 높은 점유율로 통신 요금이 지나치게 높고 초고속 인터넷 등 새로운 서비스 투자와 도입은 지연됐다고 지적했다. 이에 따라 멕시코 경제가 부담하는 손실이 연간 250억달러에 달한다고 발표했다. 국내총생산(GDP)의 2%에 해당하는 금액이다.
또 다른 업계 관계자는 "SK텔레콤의 요금인가제 폐지는 현재 통신 사업자간 경쟁을 유도하는 정책을 포기한다는 점에서 시장지배적 사업자인 SK텔레콤에 대한 특혜 소지를 안고 있다"고 주장했다.
한경닷컴 정형석 기자 / 김효진 기자 jinhk@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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