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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金과장 & 李대리] "○○후보 찍어줘" 동료 무차별 쪽지에 짜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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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金과장 & 李대리] "○○후보 찍어줘" 동료 무차별 쪽지에 짜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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선거의 계절, 직장인 백태

회식 때 왕따 될라…정치 얘기엔 '침묵이 金'

괜히 입 놀렸다 난감
사내에선 '무색무취' 김대리, SNS에 원색적 비난 열올려 "알만한 사람은 다 아는데…"

선거보단 휴일에 들떠
사전투표하고 여행 준비…하루 연차내면 5일 쉬어



[ 김동현 기자 ] 대기업 P사의 전략기획부 직원들은 그룹장인 김모 부장 앞에선 절대로 정치 얘기를 꺼내지 않는다. 김 부장은 ‘보수’라고 자부하지만 사내에선 소문난 ‘수구꼴통’으로 통한다.

더 큰 문제는 김 부장이 정치 얘기를 할 때마다 자신의 얘기에 대해 후배 직원들에게 의견을 물어본다는 것. 자칫 김 부장 생각과 다른 말을 할 경우 수십분 동안 그의 ‘연설’을 들어야 한다. 경력직으로 입사한 윤모 대리는 최근 세월호 참사와 관련해 자신의 페이스북에 대통령과 정부를 비판하는 기사를 링크했다가 김 부장의 눈 밖에 나기도 했다. “자네는 매사를 그렇게 부정적으로 본다는 말이지? 사람이 긍정적이어야 직장 생활도 잘할 수 있어.”

바야흐로 ‘정치의 계절’이 돌아왔다. 이번 지방선거는 18대 대선 이후 1년6개월여 만에 처음 실시되는 전국 단위 선거다. 현 정부에 대한 중간평가 성격도 갖고 있어 여야가 총력전을 펼치고 있다. 그만큼 직장인들의 한 표가 중요한 상황이다. 그러나 직장인들이 사내에서 자신의 정치 성향을 드러내기란 쉽지 않다.


옛 사수의 정치 후원금 쪽지

항공사에 근무하는 김모 사원은 며칠 전 군대 시절 알았던 한 선임에게서 카카오톡 메시지를 받았다. 몇 년 만에 연락이 온 거라 ‘무슨 일이지?’라고 생각하며 메시지를 확인한 순간 기분이 상했다.

“준호씨, 잘 지내지? 이번에 A당 후보를 꼭 찍어줘. 투표는 A당.” 김씨는 “제대하고 처음으로 받은 문자가 정치 얘기일 줄은 꿈에도 몰랐다”며 “좀 예의가 아닌 것 같았다”고 말했다. 김씨가 직장 동료들에게 이 같은 말을 꺼내자 ‘무차별적 스팸’인 경우도 많다는 얘기를 들었다. 최근 그 선임으로부터 또다시 카톡이 왔다. 역시나 A당 후보를 찍으라는 내용. “계속 문자를 보내니까 더 찍기 싫어지더라고요. 남이야 어디를 찍든 말든 무슨 상관인지….” 그날 이후 김씨는 그 선임을 카톡에서 차단해 버렸다.

중견 제조업체에 근무하는 문모 대리는 요즘 메신저로 자신이 과거 사수로 모셨던 옆 부서 김 과장에게 매일같이 쪽지를 받고 있다. 매일 오전 11시30분께 규칙적으로 오는 쪽지 내용은 이렇다. ‘기부 생각해 봤어? 연말 정산할 때 전부 다 돌려받는다니까. 좋은 일이라고 생각해 주면 안될까?’

김 과장의 고교 선배이자 2선 의원인 박모 의원에게 정치 후원금을 내달라는 얘기다. 연말 정산 시즌에 한두 번 부탁하던 김 과장이 이달 지방선거를 앞두고 마음이 급해졌는지 요즘은 거의 매일 메신저를 보낸다. 받는 사람은 문 대리만이 아니다. 옆 부서 동기들을 포함해 10여명의 직원들이 스팸성 쪽지를 받고 있다.

“아무리 돌려준다고 해도 마음에 없는 정치인에게 기부를 해야 하는 건 아니잖아요. 김 과장이 시골 깡촌 출신이라 박 의원이랑 개인적으로 아는 사이면 또 몰라요. 수도권 명문고 출신인 김 과장이 박 의원과는 1년에 한 번 동문회에서 만난다는 데 왜 그렇게 정치적으로 구는지 모르겠어요.”

“차장님은 극보수”…후배 눈치보는 상사

무역회사 총무부에서 일하는 강모 대리는 자신의 회사 동기인 김 대리가 소셜네트워크서비스(SNS)를 쓰는 것에 대해 ‘한마디 해 줄까’ 고민하고 있다. 강 대리는 김 대리가 어떤 당을 지지하는지, 또 선거 때 어떤 후보를 찍을지 훤히 들여다볼 지경이다. 김 대리가 세월호 참사 이후 현 시국에 대한 ‘문제의식’을 하루가 멀다 하고 여과 없이 쏟아내고 있었기 때문. 표현 강도도 갈수록 커져 요즘에는 반대 진영에 대한 원색적인 비난도 서슴지 않고 있는 형편이다.

강 대리는 김 대리 주장에 일견 수긍하는 부분이 있지만 차칫 김 대리가 정치적 글로 사내에서 불이익을 당하지 않을까 걱정스럽다. 강 대리는 “저뿐만 아니라 회사 직원 여러 명이 김 대리와 페이스북 친구로 연결돼 있다”며 “다들 분명히 그의 글을 보고 있을 텐데 김 대리가 사내에서 구설수에 오르지나 않을까 걱정”이라고 말했다.

정보기술(IT) 기업에 근무하는 이모 차장은 요즘 반대로 후배들 눈치를 살피고 있다. 그가 근무하는 IT 기업은 특성상 젊은 사람들이 많아 진보적 성향의 직원들이 대부분이다. 최근 세월호 참사 이후 이 차장은 회식 자리에서 “죽은 학생들은 안타깝지만 이를 정치적으로 이용하려는 세력들은 문제다”고 말했다가 후배들과 긴 설전을 벌여야 했다. “그날 이후 사내 TV로 유명 보수인사가 출연하는 프로그램만 켜 놓아도 눈치가 보입니다. 후배들끼리 ‘일베충’ 선배라고 부른다는 소문이 들리지만 직장에서 왕따가 될까 봐 조심하고 있어요.”

선거는 나의 꿈 vs ‘관심 무(無)’

사회 시민운동을 하다가 지난봄 늦깎이 직장인이 된 김모 사원은 이번 지방선거가 아쉽기만 하다. 지방에서 어린 시절을 보낸 그는 대학 진학 이후 서울 서대문구에 살고 있다. 그가 사는 서대문구 ‘나 선거구’에선 두 명의 구의원을 뽑는데 이번에 두 명의 후보자만 출마했다. 출마한 후보자 모두 무투표 당선이 확정된 것이다. 학창시절부터 정치인이 꿈이던 김씨는 이번에 자신이 출마했어야 했다고 못내 아쉬운 표정이다. “생계 때문에 직장을 다니기 시작했지만 시민운동도 오래 했고 아직 정치에 꿈이 남아 있습니다. 직장을 구하는 대신 선거운동을 했다면 1.5 대 1 정도의 경쟁률은 뚫을 수 있지 않았을까요.”

선거날부터 하루(5일)만 연차를 내면 5일간의 휴일이 되기 때문에 여행 준비로 들뜬 직장인도 많다. 서울 강남의 제조업체에서 근무하는 최모 대리는 사전 투표제를 이용해 미리 투표를 끝내고 강원 속초에 콘도 예약을 해놓았다. 최 대리가 다니는 회사는 연차 소진을 위해 적극 쉬도록 권장하고 있다. 지난달 초 석가탄신일까지 이어지는 5일간 제대로 쉬지 못한 직원은 모두 이번에 쉴 수 있게 공문까지 각 부서에 전달된 상태다. 그는 사실 별 고민 없이 ‘느낌으로’ 투표했다고 고백했다. “우리 동네 구청장에 누가 나오는지도 잘 몰라요. 알고 싶지도 않고요.

대통령이 바뀌어도 내 삶이 달라지는 게 없는 것 같은데 지방선거로 뭐 바뀌는 게 있겠어요?”

김동현/안정락/강현우/김은정/강경민/임현우/김대훈 기자 3code@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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