KMAC '스마트브랜드' 조사…96개 산업 907개 브랜드 72.9점 역대 최고
패션·뷰티·식음료 74.9 '최고'
'품질 이상의 가치' 새 트렌드로
ICT 발달로 합리적 소비 확대
[ 박해영 기자 ] 한솔교육과 하림이 한국능률협회컨설팅(KMAC)의 ‘2014 스마트 브랜드’ 조사에서 각각 유아교재와 냉장냉동육 부문 1위 브랜드에 올랐다. 한국 기업들의 올해 스마트브랜드지수는 조사를 시작한 2006년 이후 최고를 기록했다.
KMAC는 국내 96개 산업, 총 907개 브랜드를 대상으로 스마트브랜드지수를 조사한 결과 72.9점으로 집계됐다고 28일 발표했다. 2006년부터 이 지수를 산출해온 KMAC는 올해 처음으로 결과를 공개했다.
○스마트브랜드지수 역대 최고
스마트브랜드지수는 소비자들이 상품이나 서비스를 선택할 때 가격과 가치를 비교해 가장 실용성과 효용성이 높다고 판단하는 브랜드를 조사해 점수화한 지수다. 2006년 첫 조사에서 100점 만점에 68.5점을 기록한 스마트브랜드지수는 올해 72.9점으로 역대 최고치에 올랐다. 이 지수는 리먼브러더스 파산 충격이 있었던 2008년과 글로벌 금융위기가 발생한 2011년 일시적으로 하락한 것을 제외하면 매년 꾸준한 상승세를 보이고 있다.
올해 부문별로는 패션·뷰티와 식음료(F&B)가 나란히 74.9로 가장 높았다. 가전(73.7), 자동차·주거와 디지털·통신(72.6), 유통·금융서비스(72.2), 생활용품(71.6) 등이 뒤를 이었다.
세부 항목별로는 식음료에서 하림(냉장냉동육), 파스퇴르(유아식품), 파리바게뜨(제과전문점)가 1위 브랜드로 조사됐다. 가전 부문에선 캐논EOS(디지털카메라)·SK텔레콤(모바일서비스)·olleh(통신결합상품)·현대통신 imazu(홈네트워크)가, 생활용품 부문에서는 리큐(세탁세제)·크리넥스(화장지)가 1위를 차지했다. 자동차·주거 부문에서는 귀뚜라미(가정용보일러)·일룸(주거용가구)·SK엔크린(휘발유)이 각각 1위 브랜드에 올랐다.
유통·금융서비스 부문에서는 AXA다이렉트(자동차보험)·신한카드(신용·체크카드)·G마켓(온라인유통)· CU(편의점)가, 에듀·컬처 부문에서는 한솔 신기한 한글나라(유아교재)·대교눈높이(초등교육서비스)·롯데월드(테마파크)가, 패션·뷰티 부문에서는 빈폴(영패션)·갤럭시(정장)가 각각 수위를 차지했다.
KMAC는 장기 불황과 저성장이 소비자들의 구매 패턴을 변화시켜 스마트브랜드 순위에도 영향을 미친 것으로 분석했다. 정보통신기술(ICT) 발달로 소비자들의 합리적인 소비성향이 강해지는 추세도 확인됐다.
○스마트슈머 특징 정확히 파악해야
최근 소비 시장에서는 가격뿐 아니라 더 좋고 더 믿을 수 있는 제품을 찾아 유용한 정보를 탐색하는 ‘똑똑한’ 소비자가 늘고 있다. 이들은 스마트(smart)와 컨슈머(consumer)의 합성어인 ‘스마트슈머’로 불린다. KMAC는 올해 조사의 뚜렷한 특징으로 △고품질 이상의 가치(go beyond quality) △손가락의 힘(finger impact) △개인 중심주의(personalization) 등 세 가지를 꼽았다. 고품질 이상의 가치를 중시하는 트렌드는 소비자들의 마음을 움직이기 위해서는 품질만 좋아서는 안 된다는 뜻이다.
품질은 기본이고 그 이상의 가치로 소비자들이 만족을 느끼는지가 중요해졌다. 유아교재 부문에서 한솔교육의 한솔 신기한 한글나라는 놀이와 교육의 과학적 접목을 통해 품질과 가격 이상의 가치를 제공하는 브랜드로 1위를 차지하며 현명한 엄마들의 선택을 받았다. 스마트 카드생활을 선도하는 신한카드 역시 고객에게 제공하는 본원적 가치를 넘어서는 서비스로, 소비자의 현재와 미래 니즈를 예상해 선제적으로 대응하는 새로운 가치를 창출했다는 평가를 받았다.
손가락의 힘은 모바일 문화의 확산에 따른 결과물이다. 통계청이 2001년 첫 집계한 전자상거래 매출은 118조9760억원이었다. 지난해 규모는 1204조910억원으로 10배 이상 급증했다. 상품 구매의 용이성은 물론 정보와 내용을 확인하고 비교할 수 있는 시대로 바뀐 것이다.
스마트폰의 등장은 상품 정보와 사용기 등이 기하급수적으로 퍼질 수 있는 시대를 열었다. 소비자는 본인이 얻었거나 만들어낸 정보를 온라인상에서 공유하며 소비의 트렌드를 바꾸는 힘을 얻었다. 스마트 기기를 통한 손가락의 힘은 새로운 브랜드 경험을 기업과 고객 모두에게 제공했다.
전자상거래를 대표하는 기업인 G마켓은 오프라인과 온라인, 모바일의 융합을 통해 편리한 쇼핑과 신뢰를 바탕으로 온라인유통 부문에서 1위에 올랐다. 가정용보일러 부문에서 귀뚜라미는 모바일을 활용한 AS 시스템, 고객안심 문자서비스 등 고객 중심의 상품과 서비스로 스마트슈머의 호응을 얻었다. 날씨판매지수 등 데이터를 활용한 파리바게뜨도 손가락이 지배하는 시대에서 스마트브랜드 1위로 선정됐다.
1인 가구 급증으로 개인화는 소비문화의 중요한 요소로 자리 잡았다. 통계청에 따르면 2012년 25.3%였던 1인 가구 비중은 2035년 34.3%까지 상승할 전망이다. 과거 가정 단위 상품에서 이제는 개인 단위 소비로 브랜드 역시 분화되고 있다. 건강과 직결되는 식음료 부문에서 소비자들은 ‘나’에 대한 중요성을 고려해 프리미엄 제품 선호와 함께 품질과 가격 이상의 가치를 주는지를 따지는 게 뚜렷했다.
냉장냉동육 부문의 하림은 1인 가구에 초점을 맞춘 상품과 다양한 음식정보를 소셜네트워크서비스(SNS)로 제공해 가치를 높이며 소비자의 눈길을 끄는 똑똑한 브랜드로 자리 잡았다. AXA다이렉트는 자동차 중심의 생각을 운전자로 이동하면서 운전자 자체에 대한 관점을 강조해 사랑받는 브랜드로 발돋움했다.
이기동 KMAC 진단평가본부 팀장은 “스마트 기기와 독특한 개성으로 무장한 똑똑한 소비자의 특징을 기업은 정확하게 파악하고 대응해야 한다”며 “품질은 당연한 필수조건이고 그 이상의 가치로 소비자와 소통해야 한다”고 진단했다.
어떻게 조사했나 3개월간 1만1000명 소비자 1 대 1 면접으로 조사
한국능률협회컨설팅(KMAC)은 소비자들이 상품과 서비스를 선택할 때 가격과 가치를 어떻게 비교하고 평가하는지를 측정하기 위해 2006년부터 매년 스마트브랜드지수를 조사하고 있다. 소비자들이 실제 시장에서 선호하는 상품을 알아내기 위한 구체적인 방법의 하나다.
스마트브랜드지수는 가격 대비 가치와 품질 우수성 등을 종합해 100점 만점으로 산출한다. 올해는 국내에서 소비활동을 하는 한국인 가운데 서울과 6대 광역시의 만 15세 이상, 60세 미만의 소비자 1만1000명을 표본으로 선정해 조사했다.
1 대 1 개별 면접 방식으로 3개월에 걸쳐 조사했으며 인구와 지역 비례에 따른 유의할당표본 방식으로 대상자를 추출했다. 평가 대상은 식음료, 가전, 디지털·통신, 생활용품, 자동차·주거, 유통·금융서비스, 에듀·컬처, 패션·뷰티 등 총 8개 부문이다.
세부적으로는 식음료에서 간장류, 간편조리식품, 건강기능성 등 23개 산업군을 비롯해 8개 부문에 걸쳐 총 96개 산업군을 대상으로 했다. 산업군별로 개별 브랜드 총 907개가 실제 조사 대상에 포함됐다.
KMAC는 스마트브랜드지수를 활용하면 브랜드의 성패를 결정짓는 가격, 가치, 품질 등 핵심 요인에 대해 산업군 내의 경쟁 브랜드 현황 파악, 빅데이터에 근거한 마케팅 전략 수립 등이 가능하다고 소개했다.
박해영 기자 bono@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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