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송희 기자] 흩어진 퍼즐 조각 같다. 복잡하게 흐트러져 있지만 차근차근 흐름을 따라가다 보면 하나의 그림을 발견하게 된다.
영화 ‘무명인’은 사랑하는 아내와 행복한 삶을 살고 있는 이시가미(니시지마 히데토시)가 갑작스러운 아내의 죽음과 관련, 자신의 기억이 모두 조작되었다는 사실을 알게 되고 한국 기자인 강지원(김효진)과 사건의 전말을 풀어가는 과정을 담고 있다.
기억의 조작. 자신에게 친근하게 다가왔던 지인들 역시 믿을 수 없고, 심지어는 자기 자신마저 믿을 수 없는 가운데 펼쳐지는 이시가미의 고군분투는 런닝타임 120분 동안 관객들의 심장을 쥐락펴락한다.
2000년 출간된 쓰카사키 시로의 소설 ‘게놈 해저드’를 원작으로 한 ‘무명인’은 소설을 원작으로 한 작품다운 탄탄한 스토리와 치밀한 구성 등으로 퍼즐 조각을 찾아가듯 흥미로운 전개를 선보인다.
또한 한국 영화인 듯, 한국 영화 같지 않은, 한국 영화. 영화 ‘무명인’의 톡특한 색채와 분위기 역시 주목할 만한 대목이다.
일본배우 니시지마 히데토시, 한국배우 김효진, 김성수 감독의 조합은 런닝타임 내내 화려하진 않지만 묵직한 힘으로 영화를 이끌어간다.
일본과 한국을 아우르는 분위기며 대사들은 한일 관객 모두 흥미롭게 여길 수 있는 부분. 영화의 주를 이루는 일본어 대사 군데군데에서 발견할 수 있는 찰진 한국어 대사와 찰진 욕설들은 영화 내내 관객들의 귀를 쫑긋하게 만들 듯 하다. 일본배우 니시지마 히데토시의 한국어 연기는 놀라울 정도.
한국 배우는 일본어를, 일본 배우는 한국어를 해야 하는 묘한 상황에도 두 주연배우들은 매끄러운 연기력을 선보였다는 평이다. 다소 우스꽝스럽게 느껴질 수 있는 장면들까지 자연스러운 흐름으로 관객들이 불편하지 않게끔 대처했다는 것.
앞선 언론시사회에서 김성수 감독은 니시지마 히데토시를 캐스팅한 이유에 대해 “그의 팬이었기 때문”이라며 “합작 영화가 결정되며 첫 순위로 꼽았던 사람이다. 이 역할이 한국인이라는 설정이 있었기 때문에, 한국 남자스러운 이미지를 가진 배우가 필요했다”고 설명한 바 있다.
이토록 굳건한 신뢰라니. 작품 전면에 깔려있는 배우에 대한 애정과 신뢰는 ‘무명인’의 찰진 호흡을 완성하면서도 아쉬운 뒷맛을 남기기도 한다.
120분 간 펼쳐지는 그의 고군분투는 칭찬이 아깝지 않을 정도지만 그의 ‘고군분투’와 상충하는 반복되는 우연과 싱거운 일처리는 다소 아쉽다는 평. 그만큼 니시지마 히데토시에게 기대는 부분이 없지 않으며, 이후 사건을 마무리하는 방식 역시 어설픈 구석이 있다.
하지만 그럼에도 불구하고 ‘무명인’은 두 배우의 연기 호흡와, 니시지마 히데토시의 맨몸 액션, 정교한 심리묘사, 감정 표현 등으로 많은 관객들의 긴장감을 일으킬 수 있을 것 같다. 29일 개봉. (사진제공: 롯데엔터테인먼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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