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보이스피싱과의 전쟁 지친다…증권사 "우리도 규제해달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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여의도 25시

대포통장 근절대상서 빠져 '먹잇감'
피싱방지 시스템 개편 비용 더 들어



[ 송형석 기자 ] 증권계좌를 활용한 보이스피싱(전화사기) 사례가 최근 속출, 증권사들이 골머리를 앓고 있다. 은행에 비해 대포통장(실사용자와 명의자가 다른 통장)을 만들기 쉬워 보이스피싱의 먹잇감이 되고 있지만 의심스런 고객에게 계좌발급 거절이나 계좌이체 정지 등 정면 대응하기 쉽지 않아서다.

22일 금융투자업계에 따르면 중국 해커들이 국내 증권계좌 대포통장을 구한 뒤 전화로 대출사기를 시도하는 사례가 늘고 있다. 돈을 빌려줄 테니 선(先)이자를 증권계좌로 입금하라고 한 후 이자를 계좌이체해간 뒤 잠적하는 방식이다. 금융감독원은 이에 대해 “증권사 대포통장 문제를 인지하고 있으며 현재 대책을 마련 중”이라고 말했다.

증권사들도 대비책 수립에 진땀을 빼고 있다. 미래에셋증권은 해외에서 자금이체를 시도할 때 금액에 상관없이 법무부 출입국관리시스템에 출국 여부를 확인하는 과정을 거치도록 했다. 우리투자증권은 해커들이 집중 포진한 중국 IP가 시스템에 접속하는지 실시간으로 모니터링하고 있다. 자동으로 이상거래 징후가 있는 계좌를 추출해 내는 FDS(전자금융사기예방시스템)도 구축 중이다.

대출사기범들이 증권계좌를 타깃으로 삼은 것은 2012년 금융감독원의 대포통장 근절대책 발표 이후부터다. 시중은행에서 한 달에 2개 이상의 계좌를 개설할 수 없도록 해 대포통장의 공급 자체를 막겠다는 게 골자였다. 문제는 증권사가 대책의 대상에서 빠져 있다는 점. 고객이 필요하다고 하면 하루에 10개라도 통장을 만들어줘야 한다는 게 증권사들의 설명이다. A증권사 관계자는 “의심만으로 계좌 발급을 안 해줄 수 없는 노릇”이라고 토로했다.

증권사들은 “차라리 우리도 규제해 달라”는 웃지 못할 처지가 됐다. 신규계좌 발급을 자유롭게 해줘 얻는 이익보다 보이스피싱 피해를 막는 데 드는 비용이 더 크다는 설명이다.

송형석 기자 click@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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