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랑은 그렇게 끝나지 않는다 / 줄리언 반스 지음 / 최세희 옮김 / 다산책방 / 208쪽 / 1만2800원
[ 이승우 기자 ] “젊은 시절, 세상은 노골적이게도 섹스를 한 사람과 하지 않은 사람으로 나뉜다. 나중에는 사랑을 아는 사람과 알지 못하는 사람으로 나뉜다. 그 후에도 여전히 마찬가지로-적어도 우리가 운이 좋다면(혹은 반대로 운이 나쁘다 해도)-세상은 슬픔을 견뎌낸 사람과 그러지 못한 사람으로 나뉜다. 이런 분류는 절대적인 것이다. 이는 우리가 가로지르는 회귀선이다.”
《사랑은 그렇게 끝나지 않는다》는 《플로베르의 앵무새》《내 말 좀 들어봐》 등으로 잘 알려진 영국 작가 줄리언 반스가 아내 팻 캐바나와 사별한 지 5년 만에 내놓은 회고적 성격의 에세이다.
캐바나는 영국의 전설적인 문학 에이전트다. 2008년 10월 캐바나가 사망하자 영국 매체들은 ‘런던 문단의 별이 지다’라는 추모사를 실었을 정도다. 수많은 문인을 발굴하고 후원했던 캐바나가 갑자기 뇌종양 판정을 받고 사망한 뒤 반스는 개인 인터뷰 등 모든 활동을 거절한 채 창작에만 전념했다. 2011년 내놓은 《예감은 틀리지 않는다》로 영국 최고 문학상인 맨부커상을 받기도 했다.
이 책은 아내가 세상을 떠난 뒤 반스가 처음 내놓은 ‘회고록’이다. 성격과 장르가 다른 세 가지 글을 묶었다. 1부 ‘비상의 죄’는 19세기 후반 기구를 타고 하늘에 올라갔던 세 명의 실존인물인 프레드 버나비, 사진가 나다르, 여배우 사라 베르나르에 대한 글이다. 비행에 관한 일종의 역사서이자 르포르타주다. 2부 ‘평지에서’는 버나비와 베르나르의 사랑을 그린 허구적 사랑 이야기다. 3부 ‘깊이의 상실’은 아내를 잃은 작가가 심경을 털어놓은 에세이다. 원작 제목은 ‘Levels of Life’다. 세 이야기가 각각 하늘, 땅, 지하 세계를 형상화하고 있다.
3부는 아내의 죽음에 대해 무능력했던 자신을 되돌아보는 것으로 시작한다. 반스는 사별의 아픔이 사랑의 깊이를 상실하는 데서 생겼다고 말한다. 그는 사진을 찍기 위해 지하 무덤으로 내려갔던 나다르, 아내를 찾으려고 저승으로 내려갔던 오르페우스와 달리 상상의 지하세계로 내려갈 수 없게 된 현대인의 운명이 얼마나 삭막한지를 지적한다. “고통은 기억에 풍미를 더해준다. 고통은 사랑의 증거다.”
이승우 기자 leeswoo@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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