금융위기 대처 용기 보여줘
비판 많고, 위협도 느꼈겠지만
옳다고 생각하는 것 실천
[ 유창재 기자 ] “벤 버냉키와 같은 기개를 갖춰야 한다.”
재닛 옐런 미국 중앙은행(Fed) 의장이 대학 졸업생들에게 자신의 전임자인 벤 버냉키 전 의장을 닮으라고 조언했다. 그러면서 2008년 금융위기와 그에 따른 경기침체에서 벗어나기 위해 Fed가 사용한 전례 없이 공격적인 통화정책을 간접적으로 옹호했다. Fed는 경기부양을 위해 2008년 12월부터 제로금리(0~0.25%)를 유지해왔고, 국채 등 채권 매입을 통해 장기금리를 낮추는 양적완화 정책을 세 차례에 걸쳐 실시했다.
옐런 의장은 21일(현지시간) 뉴욕 양키스 구장에서 열린 뉴욕대 졸업식에 참석해 축하 연설을 했다. 이 자리에서 그는 “환경이 요구할 때 자신이 믿는 바를 지킬 수 있는 기개가 중요하다”며 버냉키 의장을 예로 들었다. 옐런 의장은 “내 전임자인 버냉키 의장은 금융위기의 위협에 대처하는 과정에서 그런 용기를 보여줬다”며 “금융 시스템을 안정시키고 경제를 회복시키기 위해 전례 없는 일을 용기있게 실천했다”고 말했다.
그는 이어 “비판도 많았고 개인적 위협도 느꼈을 것이며 특히 자신의 판단이 잘못됐을 때 역사가 부정적으로 평가할 것이란 두려움도 있었을 것”이라며 “하지만 버냉키 의장은 자신이 옳다고 생각하고 필요하다고 여기는 일을 위해 용기를 잃지 않았다”고 말했다.
옐런 의장은 “버냉키 의장이 Fed 의장직을 잘 수행한 것에는 그의 지식과 영리함도 중요했지만 기개와 의지도 그만큼 중요했다”며 “여러분들이 버냉키 의장처럼 어려운 문제에 직면하지 않기를 바라지만 인생을 살아가는 동안 신념을 지키는 것이 변화를 만드는 그런 순간을 분명히 맞게 될 것”이라고 말했다.
옐런 의장은 이날 연설에서 “뉴욕대의 교육이 여러분에게 지식만을 전달한 게 아니라 지식에 대한 사랑과 끊임없는 호기심을 불어넣었을 것으로 희망한다”며 “그런 호기심을 계속 유지한다면 인생은 배움의 여정이 될 것”이라고 말했다. 그는 이어 “평생 지적 성장을 이어가기 위해서는 다른 사람의 말을 귀 기울여 들어야 한다”고 조언했다. 그는 “(소셜미디어 등) 기술의 발전으로 우리는 폭넓은 의견을 들을 수 있게 됐지만, 동시에 듣고 싶은 말만 들을 수도 있게 됐다”고 지적했다. 그는 “당신이 동의하지 않는 사람들의 얘기를 듣는 것은 당신의 아이디어와 신념을 테스트할 수 있는 방법”이라고 말했다.
뉴욕=유창재 특파원 yoocool@hankyung.com
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