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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천자칼럼] 제복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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고두현 논설위원 kdh@hankyung.com


제복의 전형은 군복과 교복이다. 무엇보다 소속과 신분이 확실하게 드러난다. 군복의 역사는 곧 전쟁의 역사이기도 하다. 기원전 2500년 수메르의 보병부터 기원전 1000년께의 기병, 중세 유럽의 기사, 현대의 상비군까지 모두 군복을 입었으니 그럴 만도 하다. 오늘날의 군복 체계는 유럽에서 근대적인 군대가 정비된 17세기 이후에 갖춰졌다.

교복은 나폴레옹 1세가 유사시 학생들을 군인으로 활용하기 위해 군사훈련을 시키면서 입혔다고 한다. 19세기 초 영국 이튼학교에서 입었던 교복을 최초로 보는 시각도 있다. 우리뿐만 아니라 일본, 중국, 대만, 베트남, 태국, 영국, 중남미 학생들도 교복을 입는다. 어린 시절에 멋진 보이스카우트복과 걸스카우트복을 입은 친구들은 또 얼마나 부럽던지….

제복은 소속감과 일체감을 갖게 하는 동화의 기능을 갖는다. 영어의 유니폼(uniform)이 라틴어의 우누스(unus·하나의)와 포르마(forma·형태)의 합성어인 연유다. 외부인과 차별되는 구별의 기능도 있다. 그래서 경찰이 아닌 사람이 경찰복을 입는 건 불법이다. 이는 권위와 위엄의 상징이기도 하다. 이 때문에 권력과 폭력의 표상으로 받아들여지는 경우도 있다.

제복이나 제모에 특별한 매력을 느낀다는 사람도 많다. 병적으로 제복을 사 모으고 입는 ‘제복 코스프레’, 성적 흥분을 느끼는 ‘제복 페티시즘’도 마찬가지다. 19금(禁) 영화에 등장하는 제복·교복차림의 배우 역시 그런 경우다. 성인 스트립쇼로 유명한 런던의 레이몬드쇼도 관광객들에게 큰 인기다. 제복의 권위나 엄숙주의, 금기로부터 일탈하는 짜릿함을 주기 때문이다.

제복의 또 다른 기능은 강제성이다. 사고가 났을 때 사복경찰은 경우에 따라 이를 못 본 체할 수도 있지만 정복경찰은 그렇지 않다. 제복 때문에 남의 눈을 의식해서라도 그럴 수 없는 것이다. 세월호 침몰 사건 때 선장과 선원들이 제복을 입고 있었다면 결과가 달라졌을 거라는 얘기도 그래서 나왔다.

앞으로는 선장과 선원 등 여객선 근무자 전원이 제복을 착용하도록 법으로 강제할 모양이다. 이름과 직책을 적은 명찰도 달아야 한다. 평소 책임감을 느낄 수 있게 하고 위급할 때 승객 구조부터 나서도록 유도하기 위한 것이다. 승객들에게 구명조끼 착용법과 긴급 탈출요령을 직접 시연하는 것도 포함된다. 고속버스·전세버스·시외버스 운전기사도 마찬가지다. 뒤늦은 조치지만 잘한 일이다. 소를 잃은 뒤라도 외양간은 고쳐야 한다.

고두현 논설위원 kdh@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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