5월 발행 8곳 중 4곳 A급 이하
年 3.5%~10%대 고금리 매력
"경기 바닥쳤다" 기관 베팅 나서
고수익 회사채 발행 '활발'
[ 이태호 기자 ] ▶마켓인사이트 5월20일 오후 2시27분
국내 채권시장에서 한동안 외면받아온 신용등급 BBB-부터 A0 이하의 이른바 ‘고수익 회사채(하이일드 본드)’ 발행이 이달 들어 빠르게 늘어나고 있다. 경기 회복 기대가 높아지면서 기관투자가의 고수익 회사채 투자 심리가 회복된 데 따른 것이란 분석이 나온다.
20일 투자은행(IB)업계에 따르면 이달 들어 이날까지 공모 회사채를 발행한 8개 기업 중 4곳(50%)은 신용등급이 A0 이하인 것으로 나타났다. 성우하이텍(A0), 동부메탈(BBB), 동부건설(BBB-) 등 회사채 발행 계획을 확정한 기업을 포함하면 총 15개 중 7개가 A등급 이하다. 작년 7월 이후 10개월 만에 가장 높은 비중이다.
국내 회사채 신용등급 기준으로 BBB- 이상부터 A+등급의 회사채는 ‘투자적격등급’에 해당한다. 하지만 국내보다 등급 산정 기준이 까다로운 글로벌 등급을 적용하면 대부분 BB+ 이하로 평가되는 ‘투자부적격’으로 간주돼 고수익 회사채로 불리기도 한다. 수익률은 연 3.5~10%대까지 다양하게 분포돼 있다.
글로벌시장에선 고수익 회사채가 큰 인기를 끌었다. 고수익 회사채에 투자하는 주요 펀드는 기업실적 회복을 기대하는 자금이 몰려들면서 최근 2년간 수익률이 20%를 웃돌기도 했다.
하지만 국내 고수익 회사채는 지난 1~2년간 시장에서 철저히 외면받았다. 2012년 하반기부터 작년 상반기까지 웅진그룹과 STX그룹 등이 법정관리에 들어가는 등 잇따라 좌초한 탓이다. 웅진과 STX그룹은 일부 계열사가 법정관리 신청 직전 A등급을 보유하고 있었다. 여기에 건설·해운·철강 등 업황 침체 기업이 BBB~A급에 집중돼 있다보니 고수익 회사채는 더욱 ‘찬밥’ 취급을 받았다.
국내 A급 이하 회사채 발행 건수는 지난 3월 33%까지 추락하면서 국내 회사채 발행시장에 수요예측 제도가 도입된 2012년 4월 이래 최저 수준으로 떨어지기도 했다.
하지만 이달 들어 고수익 회사채 발행이 늘어나는 모습을 보이자 투자 수요가 회복되는 것 아니냐는 분석이 나온다.
조도형 신한BNP파리바자산운용 부장은 “경기가 조금씩 살아나고 있다는 신호가 감지되면서 회사채 시장 역시 안정을 찾아가고 있다”며 “이로 인해 투자자로부터 외면받아온 국내 A급 이하 회사채 수요가 선별적이긴 하지만 살아나고 있다”고 말했다.
실제 지난달부터 이날까지 수요 예측을 실시한 A급 이하 기업 13곳 중 기관투자가 참여금액이 모집금액에 못 미친 사례는 장금상선(해운) 동부메탈(철강) 등 업황이 부진한 세 곳에 불과했다.
김은기 NH농협증권 연구원은 “앞으로도 우량등급 계열이거나 안정적인 업종을 중심으로 A급 회사채는 수요예측에서 높은 응찰률을 보이는 상황이 한동안 지속될 것”으로 내다봤다.
이태호 기자 thlee@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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