박근혜 대통령이 19일 세월호 참사 34일째를 맞아 대국민담화를 발표하면서 이제 관심은 내각과 청와대 등에 걸친 인적쇄신 후속조치에 모아질 전망이다.
박 대통령은 이날 담화에서 인적쇄신 문제를 전혀 언급하지 않았으나, 심기일전을 위해서는 느슨한 정부조직을 해체, 개편하는 외과적 수술뿐아니라 법과 제도, 조직을 효율적으로 이끌어갈 '사람'의 문제를 해결하지 않으면 안되기 때문이다.
이번 참사가 사회전반에 엄청난 충격파를 던질 정도로 커진 것이 정부의 위기대응 능력 부재, 즉 인재(人災)에서 기인한 만큼 내각과 청와대 의 대대적인 인적개편을 통해 환골탈태하는 모습을 보여줌으로써 '국가개조'의 첫 단추를 제대로 꿰야 한다는 여론이 비등한 것도 같은 맥락이다.
박 대통령 역시 지난 16일 청와대에서 세월호 희생자 가족들과 만나 "저도 앞으로 개각을 비롯해 후속조치들을 면밀하게 세우고 있다"며 개각을 기정사실화했다.
청와대 내부에서도 대국민담화에 못지않게 중요한 과제가 인적쇄신이라고 보는 분위기가 강하다.
이번 쇄신인사를 추락한 정부의 신뢰를 회복하는 계기로 삼아야 한다는 것이다.
특히 박 대통령이 천명한 '국가 개조', 즉 세월호 참사 이후의 각종 후속조처를 진두지휘하고 공직사회를 독려할 수 있는 능력있고 참신한 인사들의 대대적 수혈이 필수적이라는 주문이 많다.
박 대통령은 조만간 정홍원 국무총리의 사표 수리를 시작으로 2기 내각 구성을 본격화할 전망이다.
여권의 한 인사는 "국무총리의 사표가 수리되면 사실상 내각총사퇴의 성격을 띠는 것 아니겠는가"라며 "박 대통령이 우선 차기 총리를 지명하고 지명자와 상의해 참신한 인물들을 발탁하는 모습을 보여야 한다"고 지적했다.
인적개편의 하이라이트는 단연 총리 지명이다.
위기상황에서는 책임총리제를 구현하며 내각을 진두지휘할 수 있는 강단있는 인사가 적임이라는 이야기가 많다.
40대 총리 기용설부터 경륜과 능력을 겸비한 통합형 인사의 발탁, 무게감있는 야권인사의 중용 등에 이르기까지 대체로 파격적 인사의 기용이 국민의 기대에 부응할 수 있을 것이라는 관측이 지배적이다.
의전총리 성격의 '관리형' 인물을 선택하게 된다면 또다시 인사파문에 휩싸일 가능성도 배제할 수 없다.
내각은 중폭 이상, 사실상 전면 교체의 수준으로 일신해야 한다는 분위기가 많은게 사실이다.
세월호 참사 대처에서 문제를 드러내 해체수준의 길을 걷게된 안전행정부를 비롯해 조직이 축소되는 해양수산부, '라면 파동'의 교육과학부 장관은 1순위이고 논란이 끊이지 않았던 경제팀의 교체는 당연시되는 기류다.
나아가 개각 규모가 '대폭'으로 잡힐 경우 대체로 무난한 평가를 받았던 외교안보팀까지도 진용이 새로 짜일수 있다는 관측이 제기된다.
여의도와의 소통을 위한 특임·정무장관을 부활하라는 정치권의 요청도 있다.
이와 관련해 박 대통령이 지난 13일 주재한 국무회의에서는 "내각 총사퇴가 필요하다"는 한 장관의 제언이 있었던 것으로 알려졌다.
이에 박 대통령은 사태 수습이 우선이라며 당시엔 일축한 것으로 전해졌지만 대국민담화 이후에는 인적개편이 원점에서 재검토될 가능성이 크다.
박 대통령은 담화 발표 당일부터 시작하는 1박3일의 아랍에리미트(UAE) 실무방문을 마친 뒤 정 총리의 사표를 수리하고 6.4 지방선거 직후 새 내각명단을 발표할 가능성이 크다는 게 대체적 관측이다.
청와대 개편의 요구도 적지않다.
사고의 초동 대처부터 수습과정에 이르기까지 청와대의 대처가 좋은 평가를 받지 못했던 만큼 정무감각을 갖춘 더욱 소신있는 인사들의 수혈이 필요하다는 평가가 나와서다.
"국가안보실 위기관리센터는 재난대응 컨트롤타워가 아니다"는 김장수 국가안보실장의 발언은 박 대통령에게 부담을 줬다는 내부 평가도 있어 청와대 개편의 폭이 커질 가능성을 배제할 수 없다.
다만 일각에서는 박 대통령이 이번 인적쇄신 과정에서 인재풀을 제한적으로 활용하는 종전의 인사스타일을 고수할 경우 어려움에 빠질 수 있다는 지적이 나온다.
박 대통령이 그간 법조와 군을 비롯한 관료출신을 선호했으나 공무원 조직의 혁신과 '적폐' 혁파를 위해서는 능력과 도덕성, 정무감각을 갖춘 인사를 다양한 루트를 통해 발굴해야 한다는 여론이 비등하다.
최근 박 대통령이 국정원 2차장과 청와대 민정비서관 및 방송통신심의위원회 위원장 등의 내정 인사에 우려가 있는 것도 이러한 맥락에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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