권치규 씨 '회복 탄력성' 작품전
[ 김경갑 기자 ] ‘세월호 참사로 우리의 정신적 기반이 아무리 밑바닥에 떨어져도 다시 재기의 희망은 생겨난다. 부정과 해체, 억압의 힘은 그만큼 반대급부의 힘을 일으키기 때문이다. 긍정, 생성, 자유의 힘은 일종의 리듬이며 자연의 진리이기도 하다.’
조각가 권치규 씨(48)가 1990년대 중반부터 화두로 다뤄온 ‘힘(욕망)의 원리’다. 세월호 참사를 치유할 수 있는 에너지를 미술로 승화한 권씨의 개인전이 서울 원서동 아트스페이스 에이치(H)에서 내달 5일까지 열린다. 권씨는 전시회 주제를 ‘회복 탄력성’으로 정하고, 인간의 잠재 에너지를 극대화한 근작 30여점을 내놓았다. ‘회복 탄력성’은 물질이 어떤 변형의 힘을 받을 때 다시 원래대로 회복하려는 힘을 뜻하는 물리학 용어다.
권씨는 “자연과 인간, 문명의 힘은 서로의 관계 속에서 균형을 유지하고 있다”며 “주어진 현실과 조건을 넘어 새로운 가능성을 열 수 있는 에너지를 조형예술로 표현했다”고 말했다. 출품작들은 마치 세월호 참사를 치유하듯 관람객을 몰입 공간으로 이끈다.
반가사유상 이미지 일부를 차용한 작품의 단면에는 파란 물을 흐르게 하고, 내재적인 에너지가 겹겹이 쌓이듯 주름을 새겼다. 또 나무를 태워 숯을 만든 뒤 색깔을 입혀 긍정과 희망의 힘을 묘사했다. 특히 나무가 타면서 어둡고 소멸한 것 같지만 (숯에는) 보이지 않는 자연이 가진 회복성이 내재해 있다는 게 작가의 설명이다.
그는 “이번 참사는 근본적으로 인간의 존엄보다 눈앞의 이익에만 치우쳐서 생긴 일”이라며 “사회적 현상도 치유돼야 하는 부분”이라고 강조했다.
“이제 우리 사회도 회복 탄력성이 필요한 시점입니다. 미술을 비롯해 모든 사회 현상이 너무 가시적인 것에 치우쳐 있는 게 안타까워요.”
권씨는 “한때 좌절감으로 고통받기도 했지만 이상하게 좌절이 깊어질수록 그에 대한 반동적 힘이 존재의 깊은 곳에서 생겨나고 있는 것을 느꼈다”고 했다. “궁극적으로 인간에게는 다시 회복할 수 있는 힘이 있습니다. 작품을 받아들이는 것은 관람객의 몫이지만 근원적인 부분을 되돌아보고 긍정적인 에너지를 얻으면 좋겠어요.” (02)766-5000
김경갑 기자 kkk10@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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