만취한 상태에서 무의식적으로 음주측정을 거부한 운전자는 처벌할 수 없다는 법원의 판결이 나왔다. 이를 두고 온라인에서는 네티즌들의 갑론을박이 벌이지고 있다.
서울서부지법 형사5단독 김병찬 판사는 도로교통법 위반(음주측정 거부) 혐의로 기소된 노모(54)씨에 대해 무죄를 선고했다고 18일 밝혔다.
노씨는 지난해 9월 술을 마신 뒤 귀가하기 위해 운전대를 잡았다가 얼마 못 가 차 안에서 잠이 들었다. 차는 도로 인근 담벼락을 들이받고 멈췄다. 경찰은 노씨가 술에 취해 운전하다 사고를 낸 것으로 보고 그를 부축해 파출소로 데려갔다.
경찰은 파출소에서 노씨를 상대로 음주측정을 하려 했지만 노씨는 음주측정기에 침을 뱉는 등 4차례 측정을 거부해 결국 음주측정 불응 혐의로 재판에 넘겨졌다.
법원은 노씨가 만취해 판단력을 상실한 상태여서 의도적으로 음주 측정을 거부한 것은 아니기 때문에 음주측정 불응죄를 적용할 수 없다고 판단했다.
김 판사는 "노씨가 사고가 난 뒤에도 시동을 켠 채 술에 취해 자고 있던 점, 파출소에 와서도 정신을 전혀 차리지 못한 점 등을 볼 때 정상적인 판단 능력이 없어 음주 측정에 응하지 못한 것으로 판단된다"고 밝혔다.
또 경찰이 노씨에 대해 음주측정을 시도한 절차에도 문제가 있었다고 봤다. 김 판사는 "경찰이 노씨를 현행범으로 체포하거나 임의동행 절차를 밟지 않고 파출소로 데려갔기에 위법한 체포 상태에서 음주운전이라는 범죄의 증거를 수집하는 수사 절차를 하려 한 것"이라고 판단했다.
이 소식이 전해지자 네티즌들의 의견은 두 개로 갈리고 있다. 만취를 이유로 무죄를 선고하는 것을 이해할 수 없다는 입장과 위법한 체포 절차를 용납해서는 안 된다는 입장이다.
한 네티즌은 "우리나라는 술마시면 다 용서되는 이상한 나라군. 사람 죽여놓고 술 취해서 기억 안난다 하면 무죄 판결날 기세일세"라고 지적했다. 다른 네티즌은 "만취 코스프레 줄줄이 나오겠네"라며 우려하기도 했다.
반면 이에 대해 "형사소송법상 위법한 법집행은 용납 못합니다. 그래서 무죄 나온거지요" "진짜 감성적이다. 경찰이 불법체포해가도 아무 소리하지 말아라" 등의 반박을 한 네티즌들이 있었다.
한경닷컴 뉴스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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