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틈새 재테크 '세관공매' 뜬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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명품백 등 관세 못내 압류된 물품 저가에 낙찰받은 후 시장에 되팔아
고수들은 해외로 역수출하거나 사업 아이템으로 활용하기도
관세청·보훈복지공단 홈피서 연간 4000~5000건 진행



[ 문혜정 기자 ]
직장인 손모씨(47)는 지난주 ‘젠틀맥스’라는 미국산 레이저 피부미용 장비를 세관공매로 낙찰받았다. 신제품 정가가 1억원, 중고가격이 7000만원 선인 이 장비를 300만원대에 낙찰받은 뒤 중고제품 판매 사이트를 통해 미국 의료장비 유통업체에 1만3000달러(약 1300만원)를 받고 되팔았다. 손씨는 “공매로 나오는 상품이 워낙 다양하고, 제품별로 판로 등 낙찰 이후의 계획을 미리 세우지 않으면 입찰에 참여하기 어려운 점 때문에 낮은 가격에 낙찰받을 수 있었다”고 말했다.

세관공매가 새로운 틈새 재테크 분야로 떠오르고 있다. 그동안 이른바 ‘선수’들만 알고 참여했던 세관공매의 투자법을 가르치는 강의도 생겨났다. 부동산 법원경매의 낙찰가율이 크게 올라가면서 수익률이 떨어지자 종전 경매 투자자들 일부가 세관공매로 발길을 돌린 것으로 알려졌다.

옷에서 공장설비까지 물품 다양

세관공매란 의류 액세서리 등 소비재뿐만 아니라 모피원단 공장설비 등 중간재나 생산장비에 이르기까지 수입 과정에서 관세나 부가세를 내지 못해 압류된 물품이 공개입찰로 판매되는 것을 말한다.


첫 공매는 관세청이 홈페이지 ‘유니패스’(portal.customs.go.kr)를 통해 진행한다. 가격이 10%씩 떨어지는 유찰이 계속돼 공매가가 수입가의 50%까지 내려가면 공매 절차가 한국보훈복지의료공단(www.bohunshop.or.kr)으로 넘어간다. 손씨가 피부미용 장비를 낙찰받은 곳은 보훈공단 홈페이지의 공매였다. 물품은 다양하다. 우리담배가 부도난 2008년 당시엔 독일산 담배제조기가 공매로 나왔고, 이명박 정부 시절엔 ‘광우병 소동’으로 수입업자들이 포기한 미국산 소고기가 대량 공매됐다. 이런 물품은 전국 부두와 공항의 일반보세창고나 컨테이너터미널, 국고귀속창고 등에 쌓여 있다. 공매 진행 건수는 연간 4000~5000건에 달해 거의 매일 인터넷을 통해 공매가 진행된다.

세관공매 교육 강좌도 등장

세관공매는 부동산 경매보다 더 많은 연구가 필요하다는 게 전문가들의 지적이다. 상품의 적정 가치뿐만 아니라 예상 판로, 온라인 마케팅 방법, 포토샵 기법 등도 파악해야 한다는 얘기다. 이런 교육 수요가 생겨나자 일반 투자자들을 겨냥한 세관공매 강의도 등장했다. 한국세관공매정보는 올해 초부터 서울 혜화동 모 빌딩 세미나실을 빌려 주 1회, 수강생 20여명을 대상으로 강좌를 열고 있다. 이 회사 김바울 대표는 “25년 가까이 세관공매 투자를 해온 경험을 바탕으로 강의하고 있다”며 “최근엔 주택경매 투자자들의 요청으로 별도 외부 강연도 하고 있다”고 말했다.

그는 뉴질랜드산 천연 벌꿀비누 3만개를 개당 300원에 낙찰받아 온라인으로 개당 9900원에 팔고, 시중에서 15만원이 넘는 인모가발을 개당 350원(총 4000만원어치)에 낙찰받아 2만5000원에 도매로 판 경험 등을 전했다.

김 대표는 “세관공매 물품의 대부분이 수입업자가 시간과 정성을 들여 검토한 다음 수입하려던 상품들인 점을 생각하면 새로운 사업 아이템이 떠오를 수도 있다”고 말했다. 그는 앞서 작년 9월 국내 첫 세관공매 투자정보 사이트인 ‘킹옥션’(www.kingauction.co.kr)도 개설했다.

부동산 경매자문업체인 알앤아이컨설팅의 설춘환 대표는 “지난 20여년간 세관공매에 꾸준히 투자한 사람은 전국적으로 극소수에 불과하다”며 “최근 직장인이나 전업 경매 투자자들 중에서 세관공매를 ‘틈새 과목’으로 공부하는 사람들이 생겨났다”고 말했다.

문혜정 기자 selenmoon@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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