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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장관님, 퇴직후 소득이 없네요…카드갱신 안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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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사이드 스토리 - 까다로워진 카드발급 기준


[ 이지훈 기자 ]
지난달 신혼집을 장만한 박모씨(35)는 최근 신용카드 발급을 거부당했다. 서울 외곽의 3억원대 아파트를 사면서 은행에서 5년 만기 상환, 연 4% 금리로 1억8000만원의 주택담보대출을 받은 게 문제였다. 연봉이 4500만원인 박씨는 대출기간 중 상환해야 할 원리금(월 360만원)을 빼고 나니 가처분소득이 카드 발급 기준인 월 50만원 이하로 떨어진 것이다. 박씨는 “그동안 대출이자나 카드대금을 한 번도 연체한 적이 없다”며 “5년 동안은 이자만 갚는 상황인데 황당하다”며 불만을 토로했다.

다저스 이적前 류현진, 카드발급 거부당해

지난해 신용카드 발급 기준이 대폭 강화되면서 신규 카드 발급 및 갱신을 거절당하는 사례가 늘고 있다. 전직 장관이 기한이 만료된 카드 연장을 거부당하고, 한화이글스에서 LA다저스로 이적하려던 야구선수 류현진 씨가 ‘직업은 있는데 직장이 없다’며 신규 카드 발급을 거절당한 것은 유명한 일화다. 이에 카드업계는 감독 당국에 모범규준의 기준을 완화해줄 것을 요청했다.

15일 금융권에 따르면 지난달 중순 여신금융협회는 카드업계의 의견을 모아 금융위원회에 카드 발급 기준을 완화해 달라고 요구했다. 금융감독원도 최근 카드업계 실무자들을 소집해 카드 발급 기준 완화 필요성에 대한 의견을 취합하고 개선 검토에 들어갔다. 지난해 1월부터 시행된 ‘신용카드 발급 및 이용한도 부여에 관한 모범규준’은 △개인신용등급 7등급 이하 △가처분소득 기준(월 50만원) 미만 △3장 이상 신용카드로 카드대출 이용자에게 카드 발급을 제한하도록 기준을 강화했다. 앞선 2012년 11월에는 가처분소득이 제로(0)인 사람에 대해선 신용카드 갱신 발급을 금지시켰다. 이 조치는 가계부채 문제에 대처하고, 카드 발급 남발을 막기 위한 것이지만 부작용도 만만치 않아 개선이 필요하다는 지적이 나온다.

30억 자산가도 8억 대출 때문에 갱신 못해

류현진 선수나 전직 장관이 카드 발급 및 갱신이 거절된 것은 카드사들이 신용정보평가사로부터 받는 가처분소득 추정치를 사용하기 때문이다. 나이스신용평가·KCB 등이 카드사에 제공하는 가처분소득 추정치에는 임대소득이나 연금소득 등은 포함되지 않는다. 임대소득을 올리는 자산가, 연금 소득자 등은 소득 증빙서류를 제출해야 신규 카드 발급 및 갱신이 가능해진 것이다.

200만원의 채무상환 원리금이 있는 사람은 연 가처분 소득이 250만원이 넘는다는 것을 증빙해야 카드 발급이 가능한 셈이다. 이를 따져보면 근로소득자의 경우 연봉이 3000만원 이상, 건강보험료는 7만2000원 이상 납부하고 있다는 걸 증명해야 한다. 부동산 소유자는 건물 시세가 9억6000만원 이상 돼야 한다.

30억원대 건물을 보유한 자산가가 카드 신규 발급을 거절당한 사례도 있다. 서울 외곽에 30억원대 빌딩을 보유한 박모씨(57)는 한 카드사로부터 신규 신용카드를 발급받을 수 없다는 통보를 받았다. 이유를 알아보니 빌딩을 사면서 시중은행에서 연 5% 이자로 8억원의 대출을 받아 가처분소득이 50만원을 밑돌기 때문이었다. 가처분소득 계산 시 부동산은 1년 만기 정기예금 평균 금리(약 3%)만큼만 소득으로 인정해주고 있다.

업계 “엄격한 ‘가처분소득 기준’ 완화해야”

카드 발급 기준이 강화되면서 카드 갱신이 거절되는 건수도 증가하고 있다. 업계에서는 지난해 가처분소득 기준 미달로 카드 갱신이 거절된 건수가 10만건에 이르는 것으로 추정했다. A카드사의 카드 갱신 거절 건수는 카드 발급 규정이 강화되기 전인 2011년 14만8000명(탈락률 38%)에서 지난해 24만9000명(탈락률 67%)으로 크게 늘었다.

감독당국은 카드업계의 규제 완화 요구가 이어지자 타당성 검토에 착수했다. 업계는 가처분소득 50만원 상한선이 현실과 괴리가 있다고 주장한다. 자산의 소득 환산율을 현실에 맞게 상향조정하고 주택대출의 특수성도 감안해야 한다는 지적이다. 또 원천 차단된 7등급 이하 신용등급자에 대해서도 카드 발급 통로를 열어줄 것을 주문하고 있다.

카드 발급 기준 규제안 검토 당시 자문을 맡았던 한 금융권 관계자는 “당시 가계부채 문제를 해결해야 한다는 여론이 강해 등떠밀리듯 만들어진 규제”라고 말했다.

이지훈 기자 lizi@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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