플레이어스챔피언십 우승
2011년 세계 1위 獨 골퍼
스윙교정하다 61위 추락
최경주 공동 13위 '뒷심'
[ 한은구 기자 ] ‘제5의 메이저대회’인 플레이어스챔피언십(총상금 1000만달러) 4라운드가 열린 12일(한국시간) 미국 플로리다주 폰테베드라비치의 TPC소그래스(파72). 플로리다주 특유의 국지성 폭우가 쏟아지면서 막판에 경기가 중단됐다. 3타차 선두를 달리며 14번홀의 그린에 있던 마르틴 카이머(독일)의 우승을 향한 흐름도 잠시 끊겼다.
1시간30분 뒤 경기가 속개되자마자 카이머는 15번홀(파4)에서 티샷을 페어웨이 왼쪽 나무 아래로 보내더니 러프-벙커를 전전하다 더블보기를 적어내 순식간에 2위와 1타차로 추격을 허용했다. 이날 파5 세 개홀에서 모두 버디를 잡은 카이머는 16번홀(파5)에서도 파를 기록하며 타수를 줄이는 데 실패했다.
○17번홀 극적인 파세이브 퍼팅
‘마의 홀’로 불리는 아일랜드 그린의 17번홀(파3·137야드)에서 카이머의 갭웨지 티샷은 약간 짧아 보였다. 그러나 운 좋게 그린프린지를 맞고 튀더니 그린에 떨어졌다. 백스핀을 먹는 공은 홀의 반대편인 왼쪽으로 휘어져 한참 구르더니 해저드와 그린의 경계선으로 조성한 러프에 간신히 멈췄다. 아찔한 순간을 접한 카이머는 가슴이 철렁했다.
중압감에 짓눌린 카이머의 두 번째 칩샷은 턱없이 짧고 말았다. 먼저 경기를 끝내고 클럽하우스에서 기다리고 있던 1타차 2위 짐 퓨릭(미국)뿐만 아니라 모든 사람이 연장전을 예상했다. 하지만 9m 거리에서 카이머의 퍼터를 떠난 공은 홀 2m 근처에서 90도로 꺾어지더니 홀 속으로 사라졌다. 18억5000만원(우승상금 180만달러)짜리 파세이브 퍼팅이었다. 카이머는 18번홀(파4)에서 두 번째샷이 그린에 못 미쳤으나 퍼터로 잘 붙여 파를 기록, 최종합계 13언더파 275타로 우승을 확정지었다.
카이머는 “경기가 재개된 뒤 샷 감각을 되찾기가 너무 힘들었다”며 “(기온이 떨어져) 추웠고 15번홀에서는 판단도 잘 못했지만 17번홀에서 파퍼트에 성공하면서 감을 잡았다”고 말했다.
○돌아가신 어머니에게 우승컵을
카이머가 우승한 날은 미국의 어머니날이었다. 카이머는 이를 기념해 골프백에 해바리기를 꽂고 나왔다. 해바라기는 2008년 어머니날에 돌아가신 카이머의 어머니 리나가 가장 좋아한 꽃이었다. 리나는 6년 전 카이머가 독일에서 열린 유럽프로골투어 BMW인터내셔널에서 프로 데뷔 뒤 첫 우승하는 것을 보지 못하고 암으로 세상을 떠났다. 이듬해 세계랭킹 1위에도 올랐지만 그의 어머니는 이 모든 것을 다 보지 못했다.
카이머는 2010년 메이저대회 PGA챔피언십 이후 4년여 만에 미국 무대에서 우승컵을 안았다. 주로 유럽투어에서 활동하던 카이머는 타이거 우즈의 부진으로 ‘춘추전국시대’가 이어지던 2011년 2월8일부터 8주간 세계랭킹 1위에 올랐다. 드로구질을 연마하기 위해 스윙을 교정하다 슬럼프에 빠져 랭킹 61위로 떨어졌으나 이번 우승 덕에 27위로 도약했다.
○최경주, 6연속 버디 잡으며 선전
2011년 이 대회 우승자인 최경주(44·SK텔레콤)는 마지막날 이글 1개, 버디 7개, 보기 2개를 묶어 7타를 줄이는 맹타를 휘둘렀다. 특히 9번홀부터 14번홀까지 6개홀 연속 버디 행진을 벌였다. 합계 7언더파 281타를 친 최경주는 공동 13위로 대회를 마쳤다.
16위만 해도 세계랭킹 1위에 오를 수 있었던 애덤 스콧(호주)은 합계 2언더파 공동 38위에 머물렀다.
한은구 기자 tohan@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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