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3) 푸르메병원 어떻게 짓나
푸르메어린이재활병원, 놀이·교육·문화공간으로 조성
재활공간은 햇볕 잘들게…부모들 쉼터도 마련
하루 500명 치료 목표
[ 강경민 기자 ]
뇌병변 1급 장애아인 안다영 양(5)은 병원에 재활치료를 받으러 갈 때만 되면 울음을 터뜨린다. 회색 벽 등 무채색 공간이 많은 병원 특유의 분위기 탓에 다영이는 재활치료실에 들어서는 순간부터 겁을 낸다. 물리치료사가 아무리 달래도 치료를 시작하는 데만 15분가량이 걸린다. 어머니 이은정 씨는 “다영이가 병원에서 재활치료를 받으면서 계속 불안해하다 보니 오히려 상태가 나빠지는 게 아닌가 걱정이 된다”고 털어놨다.
집보다 편안한 병원
전문가들은 장애 어린이들의 치료를 위해선 심리적인 안정이 무엇보다 중요하다고 지적한다. 백경학 푸르메재단 상임이사는 “단순히 병실에 누워 치료를 받는 것보다 아이들이 뛰어놀면서 치료받는 게 재활 효과가 크다”고 강조했다.
국내 최초·최대 규모로 지어지는 푸르메어린이재활병원은 기존 병원과 달리 장애 어린이들이 ‘놀면서 치료받는’ 공간으로 조성된다. 푸르메어린이재활병원은 상암동 상암월드컵파크 10단지 인근 3215㎡(약 970평) 부지에 지상 7층, 지하 3층, 병상 100개 규모로 2015년 10월 완공된다. 지난 3월26일 250여명의 시민들이 참석한 가운데 착공식을 열었다.
병원 1·2·4층은 재활치료실, 5·6층은 입원 병동과 병원학교 등으로 조성된다. 나머지 공간은 도서관, 카페, 놀이터 등 어린이들을 위한 휴양 공간이다. 1층에 마련되는 문화 공간은 장애 어린이들이 사회 적응을 위해 비(非)장애아들과 함께 어울려 뛰어놀고 책도 볼 수 있는 곳으로 만들 예정이다. 치료와 재활에 몸과 마음이 지친 아이들을 위해 음악회 및 캐릭터 전시회가 열리는 멀티미디어 전시홀도 마련된다.
5·6층 입원 병동엔 장애아를 둔 부모들을 위한 쉼터가 준비된다. 고재춘 푸르메재단 기획실장은 “기존 어린이병원의 경우 장애 어린이들을 온종일 옆에서 보살피는 부모들을 위한 공간이 없는 게 현실”이라며 “부모들의 몸과 마음이 편해야 보살핌을 받는 장애아들의 치료 효과가 크다”고 지적했다.
병원 곳곳이 재활공간
푸르메어린이재활병원은 밝고 화사한 분위기를 연출할 수 있도록 인테리어에도 세심한 신경을 쏟는다. 입원 병동이나 식당 등 장애 어린이들이 모이는 공간은 햇볕이 잘 드는 방향으로 배치한다. 병원 가구 등도 따뜻한 느낌이 드는 목재로 만들 계획이다. 병원 벽면도 무채색 대신 어린이들이 좋아하는 색깔을 곳곳에 칠할 계획이다. 치료공간뿐 아니라 계단이나 복도, 대기실 등의 공간에도 장애 어린이를 위한 디자인을 우선시했다는 게 푸르메재단 측의 설명이다.
7층엔 공동식당과 옥상정원이 조성된다. 푸르메어린이재활병원에선 특별한 경우를 제외하면 개별 병동이 아닌 식당에서 같이 식사한다. 장애 어린이들이 함께 식사하는 것도 사회 적응 훈련의 일환이다.
푸르메어린이재활병원은 아샤우병원 등 독일 남부 바이에른주의 어린이 재활병원을 벤치마킹했다. 2004년 푸르메재단 설립을 주도한 백 이사는 재활치료 효과가 탁월하다고 유럽 내에서도 잘 알려진 바이에른주 병원들을 둘러본 뒤 이들 병원의 장점을 국내에 도입하기로 결정했다.
백 이사는 “푸르메어린이재활병원이 완공되면 하루 500명, 연간 15만명이 이곳을 찾을 것”이라고 내다봤다.
강경민 기자 kkm1026@hankyung.com
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