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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마켓인사이트] 두산, KFC 매각…'소비재→중공업' 재편 작업 18년 만에 완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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유럽계 사모펀드 CVC에 1000억에 팔아
1996년 이후 사업 인수·매각 30건 넘어
선제 구조조정이 118년 장수기업의 비결



[ 이상은/하수정 기자 ] ▶마켓인사이트 5월8일 오전 9시21분

두산이 창립 118년 만에 그룹의 모태였던 소비재와 식품 분야에서 사실상 손을 뗐다. 외환위기 이후 30건 이상의 사업부 매각과 인수합병(M&A)을 통해 그룹의 체질을 중공업 위주로 완전히 뜯어고친 결과다.

두산그룹은 8일 치킨 패스트푸드업체 KFC를 유럽계 사모펀드인 시티벤처캐피털(CVC)에 1000억원을 받고 매각했다고 발표했다.

자회사 DIP홀딩스가 보유한 KFC 운영업체 SRS코리아 지분 100%를 CVC에 넘기는 방식이다. SRS코리아는 2004년 버거킹·KFC 등을 거느린 두산의 외식사업부가 물적분할돼 설립된 회사다. 이 가운데 버거킹 관련 사업부문은 2012년 보고펀드에 매각했고, KFC는 이번에 CVC로 넘어가게 된다.

CVC는 글로벌 외식사업 전문 투자펀드(Restaurant Investments Asia B.V.)를 통해 이 지분을 사들인다. 인수 작업은 다음달 말까지 마무리할 예정이다.

◆KFC 끝으로 ‘Bye 식품업’

KFC 매각은 두산그룹이 지난 18년간 끈질기게 추진해온 중공업 그룹으로의 변신 작업이 끝난다는 것을 의미한다. 두산그룹의 모태는 1896년 설립된 박승직상점. 여성용 화장품 ‘박가분’으로 히트친 데 이어 1952년 동양맥주(OB맥주)를 설립한 뒤 소비재·식품 분야에서 사세를 키웠다. 그룹명도 1978년까지는 ‘OB그룹’이었다. 1990년대 중반에 이르기까지 ‘두산=맥주회사’로 기억하는 이들이 적지 않았다.

두산이 변신에 나선 것은 창업 100주년이던 1996년부터다. 과잉 설비투자와 출혈 경쟁으로 연간 1조원가량의 적자를 기록하는 등 그룹이 위기에 몰리자 생존 차원에서 사업 구조조정에 나선 것이다. 2001년 당시 그룹을 이끌던 박용성 회장은 “소비재 위주의 사업구조를 중공업 중심으로 바꾸겠다”고 선포했다. 개인 고객을 상대하는 회사(B2C)에서 기업 고객을 상대하는 회사(B2B)로 단시일 내 탈바꿈하기 위해 두산이 택한 방법은 M&A였다.


◆중공업 회사로 변신

1997년 음료 사업부문을 미국 코크사에 매각한 것을 시작으로 OB맥주, 전분당 사업, 종가집김치 등 그룹의 뼈대를 이루던 식품·소비재 관련 사업을 줄줄이 매각했다. ‘알짜사업부터 팔아야 팔린다’는 지론을 고수한 박용성 회장이 사석에서 했다는 “나한테 걸레(안 좋은 사업)는 남에게도 걸레”라는 직설적인 표현은 M&A 업계에서 회자되는 명언이다. 1996년부터 두산그룹이 판 주요 사업부만 15개다. 매각 시점에서 단순 합산한 매각 금액만 3조3500억원 정도다.

알토란 같은 사업을 판 돈은 고스란히 미래 사업을 사들이는 데 투입했다. 외환위기를 넘기고 난 2001년부터 시장에 나온 매물을 꾸준히 사들였다. 한국중공업(현 두산중공업), 대우종합기계(현 두산인프라코어), 영국 미쓰이밥콕(현 두산밥콕), 미국 밥캣 등 대부분이 중공업 분야 핵심 기술을 가진 회사들이었다. 최근엔 룩셈부르크의 인쇄회로기판 관련 원천기술 보유 업체 서킷포일 인수를 추진하고 있다. 주요 12개 회사를 사들이는 데 쓴 돈은 8조원(단순 합산)에 이른다.

글로벌 금융위기 전 사들여 재무 부담을 키우는 통에 한때 ‘승자의 저주’로 꼽혔던 밥캣도 최근엔 흑자폭이 날로 커지는 효자가 됐다.

◆선제적 사업 구조조정 ‘모범’

두산의 사업 구조조정을 진두지휘한 이가 바로 박용만 두산그룹 회장(사진)이다. 당시에는 그룹 구조조정실장을 맡았다.

그는 최근 사석에서 “소비재에서 중공업 중심 기업으로 탈바꿈한 것을 정말 잘했다고 생각한다”며 “다시 소비재로 돌아가고 싶지는 않다”고 말한 것으로 알려졌다. 내수시장보다 세계 시장을 염두에 둔 사업 전략이 주효했다는 의미다.

두산그룹 관계자는 “30대 그룹 가운데 100년 이상의 역사를 가진 것은 두산그룹이 유일하다”며 “그룹이 어려움에 처했을 때 선제적으로 사업 구조조정을 단행해 최적의 사업 포트폴리오를 마련한 덕분”이라고 말했다.

이상은/하수정 기자 selee@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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