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이태명 기자 ] 1990년대 이후 한·중·일 3국 간 산업 경쟁 구도는 ‘기술의 일본, 빠른 추격자 한국, 더 빠른 추격자 중국’으로 요약할 수 있다. 일본이 앞서가던 분야에서 한국이 빠르게 전세 역전을 이뤄내고, 그런 한국을 중국이 더 잽싸게 추격하는 양상이 반복돼왔다. 3국 간 기술인력 연쇄 이동은 이런 경쟁 구도에 상당한 영향을 줄 수 있다는 게 업계 분석이다.
대표적인 분야가 정보기술(IT)·전자산업이다. 디스플레이·TV 분야는 1990년대 후반까지 일본 기업들이 크게 앞섰으나 2000년대 들어서면서 한국이 추월에 성공했다. LCD(액정표시장치)패널의 경우 일본 샤프가 1990년대 중반까지 세계 시장의 40%를 차지했으나 작년 세계 시장점유율은 한국(삼성디스플레이+LG디스플레이)이 47.1%로 일본(3.8%)을 크게 앞섰다.
그런 한국에 도전장을 내민 건 중국이다. 대만과 중국 기업들은 작년 LCD패널 시장에서 출하량 기준 47.9%의 점유율로 한국을 추월했다. 휴대폰 시장에서도 1998년까지 일본 마쓰시타, 소니에릭슨 등이 앞섰으나 삼성전자와 LG전자가 2000년 점유율 역전을 이뤄냈다. 스마트폰 시장에서도 한국이 일본을 크게 앞서고 있지만 중국의 추격도 만만치 않다. 중국 기업의 지난해 스마트폰 시장점유율은 24%가량으로 한국(39.7%)과의 격차를 좁히고 있다.
다른 업종에서도 한·중·일 기술 격차는 빠르게 좁혀지는 추세다. 조선산업의 경우 한국이 1990년대 후반 일본을 제치고 세계 1위에 올랐지만 중국에 역전될 가능성이 커지고 있다.
한국산업기술평가관리원(KEIT)이 지난 3월 발표한 산업기술 수준 평가에서도 이런 추세가 뚜렷했다. KEIT가 28개 업종의 한·중·일 기술 수준을 평가한 결과, 최고기술을 100으로 봤을 때 일본이 94.9로 가장 앞섰다. 다음으로 한국이 83.9였으며 중국은 71.4였다. 한·중 간 기술 격차는 플랜트·엔지니어링의 경우 2011년 12.6포인트에서 작년 10.3포인트로 줄었다.
이태명 기자 chihiro@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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