삼성, 신제품 1500弗 인하
소니·파나소닉 30~40% 할인
[ 남윤선 기자 ] 세계 최대 프리미엄 TV 시장인 미국에서 한국과 일본 업체들이 초고화질(UHD) TV 가격 전쟁을 벌이고 있다. 빠르게 커지는 UHD 시장에서 주도권을 잡기 위한 싸움이다. UHD는 일반 HD보다 화질이 4배 좋은 TV를 뜻한다.
7일 삼성전자 미국 홈페이지에 따르면 삼성이 올해 출시한 55인치 곡면(커브드) UHD TV의 가격은 3499달러다. 지난 3월 출시 당시 4999달러보다 1500달러나 내려간 가격이다.
TV 신제품을 두 달 만에 30% 이상 가격을 깎아 파는 것은 상당히 이례적이다. TV 업체들은 보통 1월 국제전자제품박람회(CES)에서 그해 신제품을 공개하고 3~4월부터 본격 판매에 들어간다. 큰 폭의 할인을 하는 것은 보통 연말에 재고가 쌓였을 때다. “UHD 시장을 선점하기 위한 포석”이라는 게 삼성 측의 설명이다.
이에 맞서 경쟁사들도 앞다퉈 가격을 내리고 있다. 미국 최대 유통업체인 베스트바이 홈페이지에 따르면 LG는 지난해 출시한 65인치 평면 UHD 제품의 판매가를 4999달러로 낮췄다. 마진이 거의 없을 것이라는 얘기가 나올 정도다. 제품이나 모델별로 다르지만 일본 소니와 파나소닉도 대부분 UHD 제품을 30~40% 할인 판매하고 있다.
UHD TV 시장은 빠르게 커지고 있다. 시장조사업체 디스플레이서치에 따르면 올해 UHD TV 시장은 지난해의 7배 수준인 2100만대까지 커질 전망이다. 패널 업체들이 UHD 패널 대량 생산에 나서면서 일반 HD와의 가격 차이도 점점 줄어들고 있다.
일본 업체들은 UHD 시장 확대 여부를 한국에 빼앗긴 TV 시장 주도권을 되찾기 위한 승부처로 보고 있다. 미국 UHD 시장에서 한때 점유율이 63.3%에 달했던 소니는 올 1분기 38.7%로 떨어졌다. 반면 삼성전자는 27.4%에서 올 1분기 45.9%로 점유율을 늘렸다. 최근 TV사업부를 분사해 부활을 꾀하는 소니 입장에서는 가격을 더 내려서라도 UHD 시장을 수성해야 하는 게 당면과제다.
전자업계 관계자는 “글로벌 TV 업체들이 경쟁사보다 먼저 소비자를 잡는 게 중요하다는 판단 아래 공격적인 가격 마케팅을 펼치는 것으로 보인다”고 말했다.
남윤선 기자 inklings@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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