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권민경 기자 ] 삼성전자가 미국 애플과의 2차 특허 소송을 '판정승'으로 마무리하면서 '앓던 이'를 빼냈다.
증권가에서는 2011년 이후 지속적으로 삼성전자 실적과 주가에 악재로 작용했던 소송 관련 이슈가 이번 결과를 통해 대부분 해소된 것으로 보고 있다.
7일 금융투자업계에 따르면 미국 캘리포니아북부 연방지방법원 새너제이지원 배심원단은 지난 5일(현지시간) 삼성전자와 애플의 2차 특허침해 소송에서 삼성이 애플의 특허 가운데 데이터 태핑과 슬라이드 잠금 해제 관련 특허를 일부 또는 전부 침해했다고 판단했다.
이에 따라 삼성전자가 애플에 1억1962만5000달러(한화 약 1232억 원)를 배상해야 한다고 평결했다.
배심원단은 또 애플이 삼성전자의 디지털 이미지와 음성 기록 전송 특허를 침해한 것으로 15만8000달러(약 1억6300만 원)를 배상하라고 평결했다.
삼성전자가 내야 할 배상액은 애플이 최초로 소송을 제기하며 내걸었던 금액 21억9000만 달러와 비교해 보면 5% 수준으로 사실상 삼성의 '승리'라는 게 업계의 반응이다.
뉴욕타임스는 전문가 말을 인용해 "삼성전자가 애플이 제기한 배상액을 크게 낮췄다는 점에서 이번 평결은 '삼성의 승리'"라고 보도했다. 이어 막대한 현금을 빠른 시간에 창출하는 기업에게 1억1960만 달러는 크지 않은 액수라고 지적했다.
월스트리트저널도 "대부분의 삼성전자 스마트폰은 이번에 문제가 된 특허를 더 이상 사용하지 않는다"며 "삼성전자는 앞으로 출시할 제품에서는 이 같은 특허를 바탕으로 한 기능을 탑재하지 않을 것"이라고 설명했다.
증권 전문가들은 애플과의 소송이 시장에서 이미 큰 사안은 아니었지만 리스크로 남아있었다는 점을 감안할 때 이번 평결은 삼성전자 주가에 긍정적으로 작용할 것이라고 분석했다.
유의형 동부증권 연구원은 "삼성전자가 이번 2차 소송의 구도를 '자국 기업인 구글을 포함한 범 안드로이드 진영 vs 애플'로 가져간 것이 이번 판결을 사실상 승리를 이끌어 낸 원동력"이라고 설명했다.
그는 1차 소송 관련 배상 평결액 9억3000만 달러는 이미 충당금으로 적립돼 추가적인 부담이 없고 이번 평결의 배상액 1억2000만 달러도 삼성전자 IM부문 영업이익 규모를 볼 때 큰 영향이 없다고 진단했다.
변한준 KB증권 연구원은 "이번 평결로 올해 삼성전자 영업이익의 잠재적 훼손 가능성에 대한 불확실성이 해소된 점을 고려하면 삼성전자 주가에 긍정적 소식"이라며 "배상액 규모가 크게 줄어든 것도 주목할 만 하다"고 말했다.
1차 소송에서와 달리 애플이 삼성전자의 특허를 침해했다는 점이 받아들여진 것에 무게를 두는 시각도 있다. 삼성전자만이 일방적으로 애플을 모방했다는 '카피캣' 이미지를 덜게 됐다는 이유에서다.
이승혁 한국투자증권 연구원은 "예상보다 훨씬 적은 금액이 배상액으로 산정됐기 때문에 삼성전자의 승리로 해석할 수 있다"며 "배심원단이 이번 평결에서 애플도 삼성전자의 특허를 침해했다고 판단한 점은 특히 의미가 있다"고 강조했다.
변 연구원도 "애플이 삼성전자 특허를 침해해 배상해야 한다는 평결은 삼성전자에 기대 이상의 결과"라며 "삼성전자가 줄곧 주장해온 상용 특허권이 처음 인정받은 것"이라고 평가했다.
한편 삼성전자와 애플의 1차 특허 소송에서는 삼성이 애플에 9억2900만 달러를 배상하도록 하는 원고 일부 승소 판결이 나왔다. 양측이 항소해서 사건은 연방항소법원에서 계류 중이다.
삼성전자 주가는 7일 오전 9시15분 현재 전 거래일보다 2000원(0.15%) 오른 134만8000원에 거래되고 있다.
한경닷컴 권민경 기자 kyoung@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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