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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사이슈 찬반토론] 학교 근처 호텔 건립은 옳을까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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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부가 최근 규제 완화의 일환으로 학교 인근에도 유흥시설이 없는 호텔 설립을 허용하는 방안을 검토 중이다. 무조건 금지보다는 관광산업 육성과 토지의 효율적 이용을 위해 유해시설이 들어서지 않는다면 이를 허용하자는 것이다. 하지만 학교 근처에 한번 호텔 건립이 허용되면 이후 유흥시설이 추가로 설치되는 것을 막기 힘들다며 교육적 차원에서 반대하는 목소리도 만만치 않다.

현행 학교보건법상 학교 주변 50m 이내에는 호텔 건립이 불가능하고 50~200m 이내 지역(학교환경위생 상대정화구역)에서는 원칙적으로 불가하나 학교환경위생정화위원회의 심의를 거쳐 유해하지 않다는 판단을 얻으면 가능토록 하고 있다. 학교 근처 호텔 건립 허용을 둘러싼 찬반 논란을 알아본다.

○ 찬성 “관광객 유치·고용 창출 위해 제한적 허용”

학교 인근 호텔 건립 허용을 위해 관광진흥법 개정을 추진 중인 문화체육관광부는 서비스산업 육성과 외국인 관광객 유치, 고용 창출 등을 위해 일정 기준하에서 호텔 건립을 허용해야 한다는 입장이다. 다시 말해 호텔의 종류에 관계없이 유흥주점 도박장 당구장 등의 유해시설이 없고 객실 100실 이상 규모를 충족할 경우 상대정화구역 내에서 학교정화위원회 심의 없이 문체부 허가만으로 호텔 건립을 허용하겠다는 것이다. 정부는 개정안이 통과되면 15개 호텔 3000여 객실이 추가로 건립될 수 있다며 그럴 경우 1조원의 경제효과와 2만5000명의 일자리 창출이 가능하다는 주장이다.

서울시교육청도 이런 정부 방침에 기본적으로 찬성하고 있다. 다만 정부와 달리 호텔의 종류에 따라 선별적으로 학교 근처 건립을 허용해야 한다는 입장이다. 단지 유흥시설이 없다는 단서조항이 너무 광범위한 만큼 가족호텔과 같이 유해시설이 없는 호텔의 종류를 구체적으로 명시해 제외 대상으로 삼자는 것이다. 논란이 되고 있는 관광호텔의 경우도 유흥시설이 있는 관광호텔, 유흥시설이 없는 비즈니스 관광호텔로 더 세분화해 비즈니스 관광호텔은 학교환경위생 상대정화구역 내 설립을 허용할 수 있다는 입장이다.

서울 종로구 송현동 옛 주한 미대사관 직원 숙소부지에 7성급 호텔 건립을 추진해온 대한항공은 해당 지역에는 각종 문화재와 박물관 미술관 등 문화시설이 많고 교통 여건도 좋아 외국 관광객이 투숙하기에 최적의 장소라며 호텔 건립을 허용해줄 것을 요구하고 있다.

○ 반대 “일자리보다 학습권·교육환경 더 중요”

정세균 새정치민주연합 의원은 건축 허가를 내줘도 착공조차 하지 못한 관광호텔이 많은데 섣부른 관광호텔 규제 완화는 교육환경에 해를 끼칠 수도 있다는 입장이다. 정 의원은 지난 5년간 서울시교육청 관내 학교정화위원회 심의를 통과한 158건의 사업 중 65%가량이 아직 착공조차 하지 않았고 이중 절반 정도가 2년이 넘도록 공사를 시작하지 않고 있다고 밝혔다. “불필요한 규제 때문에 호텔을 못 짓고, 늘어나는 관광수요를 충족하지 못하고 있다”는 정부의 주장은 사실과 다르다는 것이다.

박범이참교육을위한전국학부모회 회장은 “호텔이 들어서면 청소년 유해시설이 뒤따라오는 것을 막을 수 없어 호텔을 구분하는 것은 의미가 없다”며 법 개정에 대해 반대 입장을 분명히 했다.

대한항공 호텔 부지 관할구청인 종로구도 반대하는 입장이다. 역사문화유산이 종로구의 가장 큰 자산이자 브랜드인데 고층 호텔이 들어설 경우 유적지의 시야를 가리고 전체적인 경관상 좋지 않다는 이유에서다.

학생들로 이뤄진 서울YMCA청소년클럽 정책팀은 경복궁 옆 호텔 건축 추진 지역에 있는 풍문여고와 덕성여중·고 학생을 대상으로 설문조사를 벌인 결과 학생 387명중 82%가 반대했다며 부정적 견해를 보였다. 이들은 “규제 완화만 생각하는 규제 개혁은 반대하며 청소년 보호의 경우 규제 강화가 필요한 부분도 있다”고 주장했다. “투자와 일자리를 이유로 청소년과 학생의 학습권, 건강권, 안전권 등의 학습성장환경을 도외시하고 비교육적 환경 조성을 허용하는 것은 청소년 인권 침해에 해당할 수 있다”는 것이다.

○ 생각하기

숙박시설에 대해서는 아무래도 부정적인 시각이 많은 게 사실이다. 숙박시설에 술집과 같은 유흥시설이 종종 함께 있는 점도 이런 시각을 더욱 강화시킨 요인임은 두말할 필요가 없다.

최근 서울을 비롯한 도심에는 외국 관광객을 위한 숙박시설이 절대적으로 부족하다고 한다. 그래서 오피스텔을 개조해 호텔처럼 활용하는 곳도 늘어나는 추세다. 외국에 가봐도 도심에, 학교 인근에 비교적 깔끔하고 가격도 합리적인 숙박시설을 종종 찾아볼 수 있다.

그런 점에서 학교 인근이라도 유해시설이 없는 숙박시설은 철저한 사후 관리 감독을 전제로 허용하는 방안도 검토해볼 필요가 있다고 본다.

문제는 호텔 등 숙박시설 자체보다도 술집을 비롯한 온갖 유흥업소다. 이들 업소들 역시 학교보건법상 학교 인근 200m이내에는 들어설 수 없다.

하지만 현실적으로 학생들의 집이 학교 반경 200m이내에 있는 경우는 드물다. 대다수 학생이 학교환경위생 상대정화구역을 벗어나 통학해야 한다.

그런데 통학로를 따라 너무도 많은 유흥업소가 산재해 있는 게 현실이다. 정화구역 내 단속도 중요하지만 통학로 인근의 유해업소에 대해서도 일정한 기준을 만들 필요가 있지 않을까 생각된다.

김선태 한국경제신문 논설위원 kst@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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