리더의 조건, 참사에서 배운다
리더십은 조직이나 단체를 이끄는 리더의 자질을 일컫는 말이다. 소통, 통찰, 직관, 비전, 창의, 관리, 화합, 책임감 등은 리더가 갖춰야 할 대표적 자질이다. 리더십은 시대나 이끄는 조직에 따라 자질의 가중치가 다소 달라진다. 하지만 시대가 바뀌고, 조직이 달라도 공통으로 적용되는 리더십도 많다. 리더는 국가, 조직, 기업에 엄청난 영향을 미친다. 리더가 국가나 기업의 운명을 바꾼 사례는 무수히 많다. 리더십은 ‘팔로어십’과 조화를 이뤄야 더 빛이 난다.
공감하고 소통하라
21세기 리더십은 기존의 강압적 성격의 카리스마형에서 소통능력으로 바뀌고 있는 것이 가장 큰 특징이다. 소통은 이 시대 리더십의 핵심 키워드다. 최근 한 언론사가 ‘10년 뒤 한국을 빛낼 100인’을 대상으로 한 설문조사에서 ‘한국의 리더들에게 가장 필요한 능력은 무엇인가’라는 질문에 소통능력을 꼽은 응답이 12.3%(복수 응답)로 가장 높았다. 카리스마가 바람직한 리더의 자질이라는 응답은 1.5%에 그쳤다. 소통은 리더-팔로어 간의 유대감이고 부드러운 관계다. 조직원 간의 유대감은 생산성을 좌우하는 결정적 변수다. 갈수록 다원화되는 시대에서 공감과 소통은 생산성은 물론 조직원의 행복지수에도 큰 영향을 미친다. 소통은 메시지를 주고받는 능력이다. 감성과 공감은 소통과 맥을 같이 한다. 버락 오바마 미국 대통령은 소통 능력이 상대적으로 뛰어난 것으로 평가받는다.
당기지 말고 밀어줘라
‘리더는 양치기와 같다.’
남아프리카공화국 최초의 흑인 대통령이자 인권운동의 투사, 화해와 용서의 정치인으로 노벨 평화상을 받은 고(故) 넬슨 만델라의 자서전 ‘자유를 향한 머나먼 길’에 나오는 말이다. 이른바 ‘양치기형’ 리더십은 조직원에 권한을 넘겨주고, 자율적이고 창의적인 분위기를 유도한다. 카리스마형 리더십과 상반되는 개념이다. 뒤에서 밀어준다는 것이 방임을 의미하지는 않는다. 리더가 올바른 방향을 제시하고, 그 방향으로 조직이 나아갈 수 있도록 뒤에서 ‘항해의 키’를 조절한다는 의미다. 밀어준다함은 조직원을 신뢰한다는 의미이기도 하다. 팀원들은 때로 리더보다 더 유능하다. 팀원들이 스스로 결정하면 효율성이 더 높아지는 경우가 많다. 리더는 때로는 앞에서 끌고, 때로는 뒤에서 밀어야 한다.
비전을 제시하라
조직에 에너지가 없으면 그 조직은 멈추거나 후퇴한다. 에너지는 비전에서 나온다. 비전은 추상적인 목표가 아니다. 설득력이 있고, 나름 구체성이 있는 희망이다. 리더는 이러 비전을 제시해야 한다. 비전은 통찰력에서 나온다. 통찰력은 현재 상황을 꿰뚫는 능력, 추세를 읽는 안목, 미래를 내다보는 식견 등의 종합물이다. 한마디로 리더가 알지 못하면 비전도 제시하지 못한다. 팀은 리더의 현란한 수사보다 그의 능력을 따른다. 팔로어십은 리더의 능력을 믿는 데서 나온다.
인격으로 감동시켜라
조직을 이끄는 데는 때로 ‘인격의 힘’이 ‘능력의 힘’보다 영향력이 크다. 인격이 빠진 능력은 팀의 에너지를 분산시킨다. 감동 역시 능력이 아닌 대부분 인격이 주는 선물이다. 리더는 도덕적이고 양심적이어야 한다. 능력은 있지만 인격이란 받침대가 약해 나라를 어려움에 빠뜨리고, 기업을 몰락시킨 리더들도 많다. 배려, 성실, 겸손, 윤리, 양심, 청렴, 정직, 관용 등은 훌륭한 리더를 만드는 요소들이다. 리더는 약점을 꼬집기보다 강점을 칭찬하고, 자신을 높이기보다 스스로를 낮춰야 한다.
스스로 보여줘라
세상에 실천만한 모범은 없다. 이는 리더나 팔로어 모두에게 공통으로 적용된다. 말은 언제나 행동보다 쉬운 법이다. 세상엔 화려한 수사가 넘쳐난다. 하지만 자신의 말을 실천으로 옮기는 사람은 그리 많지 않다. ‘나는 이런 원칙이 있다’고 말하기보다 그 원칙을 몸소 실천해야 한다. 그것이 진정한 리더다. 여객선 세월호 선장이나 일부 선원들이 비난을 받는 것은 그들이 탈출해서가 아니라, 탈출 전에 그들의 책무를 스스로 실천하지 않은 탓이다. 윈스턴 처칠 전 영국 총리는 총알이 빗발치는 2차대전 전선에서 ‘용기’가 무엇인지를 스스로 보여줬다. 그가 위대한 지도자로 칭송받는 이유다.
시너지를 만들어라
리더는 조직이나 팀을 이끄는 사람이다. 개인의 능력을 끌어내 팀의 효율을 최대한 높여야 한다는 얘기다. 시너지는 1+1이 2 이상의 결과물을 낳는 것이다. 개개인의 능력을 파악하고, 서로 잘 접목시켜야 한다. 시너지의 명약은 팀원의 적재적소 배치다. 소통 역시 시너지를 키우는 핵심이다. 팀원 간의 믿음을 심어주는 것도 중요하다. 대부분 사람은 리더이면서 팔로어다. 그런 점에서 리더십은 특정한 사람들에게만 적용되는 자질이 아니라 사회 구성원 모두에게 요구되는 소양인 셈이다.
마키아벨리…공자…고전에서 배우는 리더십의 세계
‘군주는 배신도 해야 하고, 때로는 잔인해져야 한다. 달라진 운명과 상황에 적절히 대응하는 임기응변도 필요하다. 할 수 있다면 착해져라. 하지만 필요할 땐 주저 없이 사악해져라. 군주의 가장 큰 임무는 나라를 지키고 번영시키는 것이다. 이런 목적만 완성되면 무슨 짓을 했든 위대한 군주로 칭송받는다.’
이탈리아의 번영과 통일을 꿈꾸며 새로운 정치사상을 설파한 니콜로 마키아벨리가 쓴 군주론의 골자다. 출간 500년이 된 군주론은 시대가 바뀌어도 여전히 인문학의 필독서다. 극도로 혼란한 시대에 잉태한 군주론이 더불어 살아가는 21세기 리더십의 모델이 되는 건 시대착오적이지만 리더십에 담긴 함의가 시대를 넘어 깨우침을 주기 때문이다.
‘동양의 마키아벨리’로 불리는 한비의 한비자는 군주론과 더불어 통치술의 명저로 꼽힌다. 한비자는 통치도구로 크게 법(法)·술(術)·세(勢)라는 세 가지를 꼽는다. 법은 누구에게나 공평하게 적용되는 규칙이며, 술은 소통 능력, 세는 시대를 관통하는 흐름을 일컫는다.
군주는 이들 세 가지 통치술을 두루 갖추고 적절히 활용해야 한다는 것이다. 술은 신하들을 조종해 군주의 입지를 굳히는 인사정책의 바탕이기도 하다.
공자는 군자의 덕목인 ‘군자오미(君子五味)’를 강조한다. 배려(惠), 지도력(勞), 성취욕(慾), 자유(泰), 위엄(嚴)을 군자가 갖춰야 할 다섯 가지 미덕으로 꼽고 이의 균형을 중시했다.
배려가 과하면 간섭이 되고, 성취욕이 지나치면 탐욕이 되고, 위엄이 과하면 독재가 되기 때문이다. 절대왕권의 상징인 루이 14세는 ‘짐이 곧 국가’라는 말을 남겼지만 군자오미 중 욕이불탐(慾而不貪·욕심이 있어도 탐욕은 부리지 않는다)의 교훈을 깨닫지 못했다.
신동열 한국경제신문 연구위원 shins@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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