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한민수 기자 ]
삼성그룹이 지배구조 개편을 위해 박차를 가하고 있다. 이를 위한 그룹 순환출자 해소의 관건은 삼성생명 유배당보험 가입자 문제가 될 것이란 분석이 나오고 있다.
25일 금융감독원 전자공시시스템에 따르면 삼성전기(지분 0.6%) 삼성정밀화학(0.47%) 삼성SDS(0.35%) 제일기획(0.21%) 등 4개 제조계열사는 지난 22일 삼성생명 보유주식 328만4940주(1.64%) 전량을 처분키로 했다고 밝혔다.
이번 결정으로 삼성생명 주주군에서 제조계열사들이 사라졌다. 때문에 삼성그룹이 중간금융지주회사 설립 등을 통해 금융계열과 제조업계열로 양분될 것이란 관측에도 힘이 실리고 있다.
◆ 순환출자 해소 위해선 전자 지분 정리해야
금융과 제조업 계열로의 순환출자 해소를 위해서는 삼성생명이 보유한 삼성전자 지분 7.56%의 관계가 정리돼야 한다. 이건희 회장 일가는 '삼성생명→삼성전자→삼성카드→에버랜드→삼성생명'의 순환출자 구조로 그룹을 지배하고 있다. 삼성생명은 국민연금에 이어 삼성전자의 2대 주주고, 이건희 회장은 삼성생명의 1대 주주다.
그러나 삼성생명의 삼성전자 지분 정리에는 묘수가 필요하다. 삼성생명 유배당보험 가입자 때문이다. 유배당보험은 보험사에 보험료 운용 수익 및 별도의 이익이 발생할 경우 가입자에게 배당을 약속한 계
약이다.
삼성생명은 보유주식 매각으로 차익이 발생하면, 유배당 가입자 몫인 32%만큼을 현금으로 돌려줘야 한다. 삼성생명은 유배당 가입자의 몫을 재무제표상 계약자 지분조정 항목에 계상하고 있다. 2013년 말 기준 삼성생명의 계약자 지분조정 규모는 6조원에 달한다. 이는 평가이익으로 지분매각으로 인한 차익 실현시 유배당 가입자에게 돌아간다.
이철호 한국투자증권 연구원은 "계약자 지분조정의 80% 이상은 계열사 주식의 평가이익"이라며 "삼성생명은 20여년 전 한국반도체 시절 투자해 약 8만원대에 삼성전자 주식을 취득했다"고 말했다. 전날 종가 기준 삼성전자의 시가는 140만7000원이다.
삼성전자 지분 7.56%를 매각하면 상당한 수준의 현금이 삼성생명에서 빠져나가게 되는 것이다.
또 RBC(지급여력) 비율이 낮아지게 되는 것도 문제다. RBC 비율이란 총조정자본과 위험 요인에 대비한 총필요자본의 비율로 금융당국은 150%를 권고하고 있다. 위험 발생시 필요한 자본의 1.5배를 쌓으라는 것이다.
유배당 가입자의 몫인 계약자지분조정은 회계상 부채로 잡히지만, 관리감독 규정으로는 자본으로 인정된다. 삼성전자 지분 매도시 계약자지분조정의 대부분이 자본에서 빠져나가게 되는 것이다.
◆ 연간 조금씩 삼성전자 주식 매도, 시나리오 중 하나
때문에 업계에서는 삼성생명이 삼성전자 지분을 단기간에 정리할 수 없을 것으로 보고 있다. 유배당가입자 배당 및 RBC 비율 문제를 해결하기 위한 방안 중 하나로는 삼성전자 지분을 연간 조금씩 파는 것이 거론된다.
유배당 가입자의 배당은 관련 이익이 생겼을 때 지급되는데, 연간 이익을 손익분기점(BEP) 수준으로 맞추면 유배당 가입자에 배당을 할 필요가 없다. 삼성전자 주식 매각 이익을 BEP 수준으로 만들면 된다는 것이다. 또 조금씩 팔기 때문에 급격한 자본 유출 문제도 해결하게 된다.
한 증권사 연구원은 "이는 법적으로 문제가 없지만 도덕적으로는 민감한 사안"이라며 "유배당 가입자들이 이를 용인하지 않을 것이기 때문에 실현 가능성은 낮다고 본다"고 말했다.
한경닷컴 한민수 기자 hms@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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