텃밭 일구기와 기업 육성은 비슷
도전 즐기는 창업 문화 생겼으면
민형종 < 조달청장 hjmin@korea.kr >
주변에 주말농장이나 텃밭을 가꾸는 이들이 의외로 많다. 메마른 도시생활에서 벗어나고 싶어, 애들 정서나 건강을 위해서 밭을 갈고 흙을 만진다. 가꾸는 작물도 상추, 열무김치에서 감자, 호박, 옥수수까지 다양하다. 요즘이 파종, 모종 때라 이들은 더욱 분주히 오간다. 몇 년 해 본 사람들은 제법 크고 실한 오이, 배추를 거둬 여기저기 나눠주며 자랑을 늘어놓기도 한다. 텃밭이 ‘아스팔트, 콘크리트 정글’에서 사는 도시민들의 탈출구이자 작은 즐거움이려니.
모유와 분유를 잘 먹이고 예방접종을 놓치지 않아야 갓난아기들이 건강하게 자라듯, 텃밭 일도 뿌린 씨에서 새싹이 날 때 정성을 다해야 한다. 가물 땐 물도 자주 주고, 울타리도 둘러 야생동물로부터 보호해주고. 그래야 꽃이 예쁘게 피고 커다란 열매가 맺힌다. 여러 번 실패 끝에 농부가 다 된 지인의 비결이다. 새싹이 어느 정도 자라고 나면 그냥 둬도 잘 큰다.
창업이 활발하다. 조달시장에도 새로운 기업들이 많이 들어오고 있다. 더불어 일자리도 적잖게 늘어났을 것이다. 이 기업들이 치열한 ‘경쟁의 정글’에서 어떻게 살아남을지 걱정도 된다. 그런데 20·30대 새내기 기업인들을 만나보면 기우임을 알게 된다. 자신들이 개발한 기술과 제품에 대한 자신감이 넘치고 열정이 느껴진다. 손만 좀 잡아주고, 마중물 한 바가지만 부어주면 힘차게 앞으로 나아갈 수 있겠다.
새싹이 자라기도 전 시들어서는 안 될 일이다. 물도 주고 거름도 줘서 잘 키워야 한다. 때로는 비닐을 씌워 뜨거운 햇볕을 가려주고, 멧돼지가 짓밟지 않도록 펜스도 쳐주고. 그래서 창업한 지 얼마 안 된 새싹기업을 지원하는 프로그램을 만들었다. 기업 등록, 수요자 구매상담 주선 등 공공판로를 안내하면서 입찰 가점을 부여하고, 계약요건을 완화했다. 그랬더니 새싹기업들의 수주가 점차 늘고 있다.
얼마 전 연 ‘나라장터 엑스포’에 새싹기업관을 별도로 만들었는데 예상외로 많은 관람객이 찾았다. 색다른 제품이 눈길을 끌기도 했겠지만 ‘새싹 보호 본능’이 은연중 작용했으리라. 새싹기업이 조달시장을 디딤돌 삼아 중견기업, 글로벌 기업으로 성장할 수 있도록 도움의 손길을 늘리고 있다. 국내에서도 아이디어 하나로 창고 한 칸 빌려 시작한 기업이 쓰러졌다가도 일어나고, 다시 넘어져도 일어서는 창업 생태계가 만들어지길 기대해 본다.
민형종 < 조달청장 hjmin@korea.kr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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