박근혜 대통령이 23일 오전 시진핑(習近平) 중국 국가주석과 전화통화를 하고 최근 북한의 잦은 핵실험 징후 등 유동적인 한반도 정세에 대해 의견을 교환했다고 청와대가 밝혔다.
이날 통화는 박 대통령이 전화를 걸어 40여분간 이뤄졌다.
두 정상의 통화는 지난해 3월20일 시 주석의 취임 축하차 박 대통령이 전화를 건데 이어 두 번째다.
박 대통령이 시 주석과 통화를 한 것은 풍계리 핵실험장의 가림막 설치와 잦은 차량 움직임 등 북한의 4차 핵실험 강행 조짐이 뚜렷해진 상황에서 중국이 북한에 실질적인 영향력을 행사할 수 있는 유일한 국가라는 점을 감안한 조치로 풀이된다.
특히 이번 조치는 중국을 견제하기 위한 아시아 재균형 정책을 펴고 있는 버락 오바마 미국 대통령의 방한을 이틀 앞두고 이뤄졌다. 시 주석과의 통화는 미국과 중국 사이에서 균형 외교를 꾀하려는 차원도 있는 게 아니냐는 관측을 낳고 있다.
박 대통령은 통화에서 "중국이 북한의 핵보유와 추가 핵실험에 대해 반대 입장을 견지하고, 북한을 설득하는 노력을 해준데 대해 감사하다"며 "북한의 추가 핵실험은 역내에서의 군비 경쟁과 핵 도미노 현상을 자극해 동북아 안보지형을 근본적으로 변화시킬 수 있다"고 말했다.
또 "6자 회담 재개 노력을 물거품으로 만들고 우리 정부가 꾸준히 추진하고자 하는 한반도 프로세스와 남북관계 개선 노력도 동력을 잃게될 수 있는 만큼 북한에 대한 추가적 설득노력을 해달라"고 요청했다.
박 대통령은 아울러 지난달 독일 국빈방문시 제안한 '드레스덴 선언'을 시 주석에게 설명했다.
그러면서 "이러한 방안은 한반도가 평화의 길로 가고, 남북간의 동질성 회복과 신뢰구축을 이룰 수 있는 유일한 방법"이라며 "중국은 북한 무역의 90%와 경제지원의 80% 이상을 차지하며 큰 영향력을 갖고 있기 때문에 한반도가 평화의 길로 갈 수 있도록 중국 측이 계속 노력해달라"고 당부했다.
이에 시 주석은 "한반도 정세에서 긴장 고조를 막는 것은 한중 양국의 이익에 부합한다"며 "중국은 한반도의 평화와 안정을 유지할 수 있도록 각측간(관계 당사국간) 대화를 설득하는 등 최선의 노력을 다하고 있다"고 말했다.
시 주석은 또 "북한의 핵보유 반대에 대해서는 한중 양국이 서로 일치된 입장을 갖고 있다"며 "특히 박 대통령이 제안한 한반도 신뢰프로세스를 지지하며 한반도 자주 평화통일을 지지한다"고 덧붙였다.
박 대통령은 세월호 참사와 관련, 시 주석이 사고 직후 위로와 애도의 뜻을 전달한데 대해 사의를 표한 뒤 "실종자 중에 중국 국민도 포함된 것을 안타깝게 생각한다"고 말했다.
시 주석은 이에 대해 "희생자와 실종자 중에 많은 학생들이 불행하게 희생된데 대해 매우 큰 비통함을 느낀다"며 "중국인 4명을 포함한 희생자에게 깊은 애도를 표하며 희생자 및 실종자 가족, 부상자를 진심으로 위로하고 구조설비 지원을 조속히 제공하겠다"고 밝혔다.
두 정상은 중국인 승객이 다수 탑승한 말레이시아항공 여객기 실종사건과 관련, 탐색작업 지원 등에 대해서도 의견을 나눴다.
이와 함께 두 정상은 통화에서 양국간 긴밀한 전략적 소통을 바탕으로 한중 전략적 협력동반자 관계가 내실있게 발전하고 있음을 평가했으며, 올해에도 시 주석 방한 등을 통해 양국관계의 양호한 발전추세를 이어가기로 했다고 청와대는 밝혔다.
특히 박 대통령은 시 주석의 방한을 재차 초청했으며, 시 주석은 오는 11월 아시아태평양경제협력체(APEC) 정상회의 때 박 대통령의 중국 방문을 기대하며 환영한다고 밝혔다.
한편 박 대통령은 이날 오후 청와대에서 에릭 캔터 공화당 원내대표 등 9명으로 이뤄진 미국 의회 하원 대표단을 접견, 한미관계와 양국 동맹 발전, 한반도 정세 등에 대해 의견을 교환한 것으로 전해졌다.
대표단은 특히 박 대통령에게 세월호 참사와 관련 애도를 표한 것으로 알려졌다.
한경닷컴 뉴스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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