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회 문화관광산업연구포럼 '복합리조트' 세미나 열어
국내 복합리조트 개발관련 쟁점, 대응방안 제시
[이선우 기자] "글로벌 경쟁력을 갖춘 대형 복합리조트(IR·Integrated Resort) 도입을 위해 제한적으로 내국인의 카지노 출입과 이용을 허용하는 방안도 고려할 필요가 있습니다"
서원석 경희대 교수(호텔관광대)는 14일 국회문화관광산업연구포럼 주최로 여의도 국회의원회관에서 열린 세미나에서 글로벌 경쟁력을 갖춘 복합리조트 개발의 필요성을 강조하며 이 같이 말했다.
복합리조트는 컨벤션, 공연, 숙박, 쇼핑, 레스토랑, 게이밍 등 다양한 시설을 갖춘 복합 관광시설로 비즈니스와 레져, 엔터테인먼트 등 다기능을 지닌 마이스(MICE)산업의 핵심 인프라다. 2010년 문을 연 싱가포르의 마리나 베이 샌즈가 관광산업은 물론 국가경쟁력 향상에 기여하면서 복합리조트 개발의 대표적인 성공사례로 꼽히고 있다.
국내에서는 지난 달 문화체육관광부가 리포&시저스 컨소시엄(LOCZ코리아)의 인천 영종도 미단시티 내 외국인 전용 카지노 운영에 대해 '적합' 판정을 내리면서 복합리조트 도입이 본격화 됐다. 또 지난 9일에는 제주 신화역사공원 3개 지구에 '리조트 월드 제주(Resorts World Jeju)' 프로젝트를 진행하고 있는 홍콩 란딩그룹이 하얏트리젠시 제주호텔과 카지노를 인수하면서 게이밍 시설을 포함한 대형 복합리조트 탄생이 가시화 됐다.
서 교수는 "최근 국내에서 게이밍 시설을 포함한 복합리조트 개발이 본격화되고 있지만 아직 게이밍 시설을 불법, 원정도박 등 부정적 시각으로만 보고 있다"며 "이들을 효율적으로 관리할 수 있는 감독기구를 설치하고 스마트전자카드 등 출입과 이용을 강력하게 통제할 수 있는 한국형 사회적 안전장치 마련을 통해 이를 전화위복의 계기로 삼아야 한다"고 지적했다.
○ 복합리조트 도입... 쟁점사항 논의
김재윤 의원(새정치민주연합)과 장윤석 의원(새누리당, 국회윤리특별위원회 위원장)이 공동대표를 맡고 있는 국회문화관광산업연구포럼 주최로 열린 이날 세미나에는 정부 및 학계, 관련업계 종사자 100여명이 참석해 국내 복합리조트 개발에 대한 높은 관심을 나타냈다.
이번 세미나는 국부유출, 도박중독 등에 대한 해결책을 찾고 국내 관광산업 육성, 일자리 창출, 중소기업 및 지역경제 육성 등 복합리조트 개발의 궁극적인 목표를 달성하기 위한 방안을 모색하기 위해 마련됐다.
김재윤 의원은 "싱가포르는 컨벤션·전시, 숙박, 공연, 쇼핑, 엔터테인먼트 등 관광시설이 집적된 대규모 복합리조트 도입을 통해 아시아 최고의 관광경쟁력을 확보했다"며 "이번 세미나는 현재 국내에서 추진하고 있는 복합리조트가 우리 경제에 미치는 긍정적인 효과는 물론 일부에서 제기하고 있는 사회적 문제 등을 짚어보고 해법을 마련하기 위한 것"이라고 설명했다.
장윤석 의원은 환영사를 통해 "복합리조트 도입에 적극적으로 나서고 있는 일본의 경우 국회에서 이를 위한 입법준비가 완료된 상황"이라며 "복합리조트 개발은 국익과도 직결된 문제인 만큼 이를 위한 특별법 등 법체계 마련이 시급하다"고 강조했다.
○ 글로벌 경쟁력 갖춘 복합리조트 도입방안 제시
실제로 지금까지 관련 업계는 물론 일부 전문가들 사이에서 영종도 미단시티에 들어서는 LOCZ코리아의 복합리조트가 글로벌 경쟁력을 갖추기엔 역부족이라는 지적이 이어져 왔다.
기존에 대형 복합리조트를 보유한 싱가포르와 마카오가 추가건립에 나선데 이어 일본이 도쿄올림픽 이전인 2020년 이전까지 최대 4개의 대형 복합리조트 건립을 준비하고 있기 때문이다. 특히 일본은 내국인 카지노 출입을 허용하는 복합리조트 특별법안의 국회 통과가 확실시 되면서 샌즈(Sands), 엠지엠(MGM) 등이 15조원 규모의 대형 투자의사를 밝힌 것으로 알려지고 있다.
관련 업계의 한 관계자는 "LOCZ코리아가 밝힌 2조원대 규모의 투자는 외국인 전용 카지노만 운영이 가능한 상황에서 가장 현실적인 규모일 것"이라며 "카지노는 복합리조트의 일부분에 지나지 않음에도 불구하고 국내에서는 카지노가 너무 부각되고 있어 아쉽다"고 지적했다. 이어 그는 "지금부터라도 글로벌 경쟁력을 갖춘 한국형 복합리조트를 어떻게 만들고 어떤 제도와 규제를 통해 효율적으로 운영해 나갈지 방안을 마련해야 한다"고 지적했다.
이날 세미나에서는 이와 관련된 외국인 직접투자(FDI), 카지노와 같은 게이밍 시설에 대한 규제와 운영방안에 대한 다양한 의견이 제시됐다.
박용석 연세대 교수(경영대)는 외국 자본에 의한 복합리조트 개발을 통해 글로벌 학습, 인재양성 등 창조산업의 허브역할을 하는 '성장플랫폼' 개념을 적용할 수 있다고 주장해 눈길을 끌었다. 박 교수는 "복합리조트 개발에 있어 동북아 시장 선점과 서비스산업 발전, 안보 신뢰도와 국가 브랜드 제고 등 복합리조트 개발을 통한 국부창출 효과에도 주목할 필요가 있다"고 강조했다.
카지노를 포함한 복합리조트가 늘어나고 내국인 출입이 가능한 오픈카지노가 들어설 경우 도박중독 등 심각한 사회문제를 야기할 것이라는 우려에 대한 방안도 제시됐다.
최정석 서울대 교수(의과대)는 도박중독 현황과 폐해 최소화 방안을 주제로 한 강연에서 "표준화된 기준을 적용한 한국의 병적도박 유병률은 0.9% 수준으로 각 국가별 평균인 2% 내외보다 낮은 상태"라며 병적도박 예방과 치유를 위한 정부와 사업주체 그리고 지역사회 간 유기적인 협력시스템 구축을 강조했다. 이어 그는 "현재 카지노 등 게이밍 시설을 운영하고 있는 해외 각국의 사례와 제도를 벤치마킹해 국내에서 가장 효율적인 방안을 찾아야 한다"고 덧붙였다.
한편 김광수 서강대 교수(법학전문대학원)는 복합리조트의 게이밍 시설을 관리 감독하기 위한 정부기구 설립을 주장했다. 김 교수는 "카지노 등 게이밍 시설에 대한 투명하고 엄격한 관리 감독은 반드시 필요하다"며 인·허가 및 취소, 실태조사, 회계감사, 법규준수 여부조사 등의 기능을 지닌 위원회 형태의 정부기구 설립을 해결방안으로 제시했다. 이어 김 교수는 위원회 산하에 병적도박 예방과 치유를 위한 별도 법인형태의 기관 설립도 제안했다.
이선우 한경닷컴 기자 seonwoo_lee@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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