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이지현 기자 ] "1분기 실적 시즌(어닝시즌)에 대한 눈높이가 워낙 낮아져 있긴 하지만 소폭 추가 하향할 종목이 산재해 있습니다. 더 큰 충격이 올 수도 있다는 얘기죠"(H증권사 애널리스트)
올해 1월 초 이후 세 달간 국내 상장사들의 1분기 영업이익 추정치가 10% 이상 속락했다. 보통 영업이익 추정치는 실적 시즌 도입 세 달 전과 3~5% 정도 차이가 난다. 올해 1분기는 평소 2배 이상의 거품이 낀 셈이다.
몇몇 종목은 3개월 전에 비해 1분기 영업이익 추정치가 80% 이상 추락했다. 투자자와 증권업계 사이에 '실적 거품' 경계령이 내려진 것도 이때문이다.
15일 증권정보업체 에프앤가이드에 따르면 증권사 세 곳 이상이 추정한 145개 상장사 1분기 영업이익은 지난 1월 초 23조1130억 원에서 20조3400억 원으로 줄었다. 세 달 사이 3조 원이 증발했다. 거품이 끼었던 영업이익 추정치가 현실에 맞게 조정되면서 발생한 차이다.
1분기 영업이익 추정치가 가장 많이 줄어든 업종은 통신이다. 1월 초 대비 32.75% 감소했다.
KT와 SK텔레콤, LG유플러스 등 통신업종 기업들의 영업이익 추적이 각각 47.31%, 27.74%, 20.09% 떨어진 것이 업종 예측치를 끌어내렸다.
123대란, 211대란, 226대란 등 100만원대 불법 보조금 지급으로 출혈경쟁을 펼쳤던 것이 실적 추정치에 직격탄이 된 것으로 풀이된다.
증권사 애널리스트들은 KT에 대해 부정적인 전망을 쏟아내고 있다. 지난해 악재가 끊이지 않은 탓에 영업이익이 전년 대비 절반 수준으로 떨어질 가능성도 있다는 것이다.
소재와 에너지 업종의 1분기 영업이익 추정치도 각각 24.33%, 23.33% 하향 조정됐다. OCI와 에쓰오일의 평균 추정치가 각각 43.42%, 30.23% 하락한 것이 주 요인이었다. 특히 OCI와 에쓰오일은 지난해 3, 4분기에도 해당 업종 영업이익 추정치를 끌어내린 '상습범'이었다.
종목별로는 삼성SDI와 삼성테크윈이 3개월 전 대비 각각 87.55%, 83.55% 떨어져 가장 큰 낙폭을 보였다. 이수페타시스(-74.55%)와 금호석유(-69.84%), 삼성전기(-67.44%)가 뒤를 이었다.
삼성SDI의 하향 조정과 관련, 어규진 IBK투자증권 연구원은 "당초엔 지난해 4분기에 발생했던 일회성 비용 감소로 흑자전환를 기대했지만 적자전환을 계속 이어갈 것이란 판단이 들었다"고 설명했다. 신규 가동된 신규 라인이 셈법에 들어가면서 중대형 전지의 적자폭이 전분기와 유사할 것으로 추정됐기 때문이다.
업계에선 1분기 실적 시즌이 시작되면서 영업이익 추정치가 더 낮아질 것으로 전망하고 있다. 여전히 거품이 낀 업종과 종목이 많다는 얘기다.
이경수 신영증권 연구원은 "특히 지난주에 1분기 영업이익 하향폭이 컸다"며 "삼성전자 실적이 예상치를 소폭 하향하는 과정에서 생긴 영향"이라고 판단했다.
이 연구원은 "현재 애널리스트의 보고서 숫자는 기존 실적시즌과 비교했을 때 약 10% 정도 적은 수준"이라며 "향후 실적발표 직전에 보고서가 몰리면서 국내 기업이익 하향폭은 좀 더 클 수도 있다"고 설명했다.
한경닷컴 이지현 기자 edith@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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