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만수 문화스포츠부 기자 bebop@hankyung.com
[ 최만수 기자 ] 한국 프로스포츠 사상 첫 7연패를 달성한 삼성화재 블루팡스 배구단의 신치용 감독. 그를 만나기 위해 지난 7일 경기 용인에 있는 삼성트레이닝센터를 찾은 기자는 깜짝 놀랐다. 연습장 입구에 들어서자 ‘파이팅! 파이팅!’ 소리가 끊이지 않았다. 선수들이 땀을 뻘뻘 흘리며 훈련에 열중하고 있었다. 지난 3일 현대캐피탈을 꺾고 우승을 차지하고 나서 며칠 되지 않았는데 휴식도 없이 또 무슨 훈련일까.
신 감독에게 우승 후 바로 휴식을 주지 않는 이유를 물었더니 “우리는 강팀이 아니기 때문”이라는 대답이 돌아왔다. 그는 “내년 시즌이 벌써 걱정”이라며 “지금도 전략을 구상하고 선수들 관리하느라 바쁘다”고 말했다. 선수들은 사흘간의 마무리 훈련을 받은 뒤에야 달콤한 휴가를 갈 수 있었다.
삼성화재 배구단에는 과거처럼 김세진, 신진식, 최태웅, 여오현 같은 스타선수들이 없어 7연패를 달성하기 힘들 것이라는 전망도 많았다. 하지만 신 감독은 특유의 ‘위기론’과 혹독한 훈련, 끈끈한 팀워크로 위업을 달성했다. 신 감독은 선수들에게 “우승의 기쁨은 그날로 끝내라”며 “다음날부터 바로 새 시즌을 시작한다”고 강조했다. 자칫 흐트러질 수 있는 마음을 다잡은 것이다.
신 감독의 배구단 경영은 삼성전자와 여러모로 닮았다. 올초 삼성전자는 각 사업장에서 ‘한계돌파 결의대회’란 행사를 잇따라 열었다. 지난해 연 매출 228조6900억원, 영업이익 36조7900억원이라는 사상 최대 실적을 내놓고도 다시 위기론을 점화시킨 것이다. 삼성전자 경영진은 끊임없이 추격을 받고 있는 상황을 강조했다. 작년 실적에 안주하려는 조직원들의 자만심을 경계했다.
신 감독은 지난 9일 서울 서초동 삼성전자 사옥에서 삼성 사장단을 대상으로 강연하며, 성공의 비결로 ‘신한불란(信汗不亂·흘린 땀의 대가를 믿는 사람은 어떤 어려움을 당해도 흔들리지 않는다)’이라는 사자성어를 꼽았다. 그는 체육관에 이 문구를 붙여 놓고 선수들과 매일 이를 되새긴다고 했다. 1등의 자리에서도 자만하지 않고 끊임없이 노력하는 지독한 정신력. 일류의 힘은 이런 데서 나오는 게 아닐까.
최만수 문화스포츠부 기자 bebop@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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