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임도원 증권부 기자)정부가 지난달 발표한 ‘M&A 활성화 방안'에서는 LBO(차입매수)에 대해 투명성을 제고하겠다는 내용이 담겼습니다. “배임죄 등 불확실성을 완화하고 건전한 방식의 LBO가 활성화하도록 절차와 관련해 유의사항을 제시하겠다"는 겁니다.
LBO는 피인수기업의 자산이나 현금 흐름 등을 담보로 기업을 인수하는 방식입니다. 예컨대 A기업이 B기업을 1000억원에 인수한다고 하면 A기업이 그 돈을 갖고 있지 않아도 B기업의 공장부지나 재고자산 등을 담보로 금융권에서 돈을 빌려 인수하는 식입니다.
그러나 이 경우 A기업이 돈을 갚지 못하면 B기업의 자산이 은행에 넘어갈 위험이 생기기 때문에 배임 문제가 발생합니다. 배임죄는 회사에 손실이 생길 위험만 생겨도 성립될 수 있습니다. 따라서 LBO 방식의 M&A를 한 기업인들이 검찰 수사를 받은 사례들이 있었습니다. 온세통신, C&그룹, 동양메이저 등의 경영진이 배임죄로 기소돼 온세통신, C&그룹 사례에서는 실제 유죄 판결이 났습니다.
재계에서는 그러나 어떤 방식의 LBO가 허용되고, 어떤 방식은 처벌되는지 잣대가 모호하다며 정부에 가이드라인을 마련해줄 것을 요구했습니다. 기획재정부와 금융위원회 등도 이번에 M&A 활성화 방안을 준비하면서 법무부에 가이드라인을 만드는 것이 어떻겠느냐는 의견을 전달했습니다. 여성가족부가 일전에 성희롱과 관련해 가이드라인을 만든 적이 있었는데,이와 비슷한 역할을 주문한 것입니다.
법무부는 그러나 자체 검토 끝에 가이드라인 제정은 불가능하다는 입장을 밝혔습니다. 법무부 관계자는 “유무죄의 여부는 사법부가 판단하는데 행정부가 가이드라인을 만들 수 없다"며 “설사 가이드라인을 만든다고 해도 법원이 다른 판단을 하면 그만"이라고 잘라 말했습니다. 이 관계자는 또 “LBO와 관련한 경우의 수도 너무 많다”고 설명했습니다. 그는 “단순해 보이는 절도죄도 그 세부내용을 따지고 들어가면 온갖 사례가 있어 형사처벌과 관련해 가이드라인 제정은 불가능하다"고 말했습니다. 여성부의 성희롱 가이드라인과 관련해서는 “불법여부의 판단이 아니기 때문에 가능한 것"이라는 입장을 밝혔습니다.
법무부는 대신 그동안 나온 판례를 정리해 LBO를 할 때의 유의사항을 제시하기로 했습니다.
그러나 사실 그런 정도의 작업은 기업 내 변호사들도 할 수 있는 내용입니다. LBO 방식 M&A를 검토하는 기업들은 앞으로도 계속 골치가 아플 것으로 보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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