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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다산 칼럼] 연봉공개, 투명성에 대한 치명적 오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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주주가 통제하는 임원보수의 공개
反시장 反기업인 정서만 키울 뿐
공개의무 기업 한정하는 법 개정을

조동근 < 명지대 교수·경제학·객원논설위원 dkcho@mju.ac.kr >



2011년 미국의 ‘월가 시위’는 공적자금이 투입된 부실금융회사들의 최고경영자(CEO)가 보너스 파티를 벌인 것에 뉴요커들이 분노했기 때문에 촉발됐다. 미국 부실기관 구제금융제도(TARP)의 지원을 받은 주요 8개 기관 CEO의 보수 평균치는 2007년 2740만달러, 2009년에는 2070만달러였다.

금융산업은 기간산업이기 때문에 경제위기 시 금융회사는 구제된다. 따라서 금융산업 CEO는 위험을 ‘사회화’하고 이득을 ‘사유화’할 수 있는 여지가 충분하다. 금융권 CEO의 돈 잔치는 ‘도덕적 해이’란 비판에서 자유로울 수 없다.

미국은 월가 시위로 빚어진 갈등을 효과적으로 봉합했다. 우선 불비(不備)된 제도를 고쳤다. 구제금융 대상인 기업이 금융회사일 경우 임원의 보수는 주주들의 승인을 받도록 했다. 또한 월가 시위대가 “우리는 99%다”를 외칠 때 “우리는 53%다”를 외친 ‘연방세 납세자’의 자발적 견제도 사태가 안정되는 데 일조했다. 이들은 온라인 사이트(the53.tumblr.com)에 “미국은 기회의 나라이지 보장의 나라는 아니다”고 썼다. ‘내 인생이 나아지려면 변화가 필요하다’는 월가 시위대의 주장에 ‘내 인생은 내 것이다’라는 보수적 입장이 더해진 것이다. ‘자립과 근로’의 우파적 가치가 균형자 역할을 했다.

최근 여야 합의로 개정된 ‘자본시장법’에 따라 지난해 5억원 이상의 보수를 받은 등기임원 개인 연봉이 공개됐다. 하지만 “왜, 지금 공개됐는지”에 대해 납득할 만한 설명은 없다. “법이 개정돼 연봉이 공개됐다”는 것은 설명일 수 없다. 결국 ‘느닷없이’ 연봉이 공개된 것으로밖에 볼 수 없다. 연봉을 공개하지 않으면 안 될 그럴 만한 경제사회적 이유가 존재한 것은 아니다. 연봉 공개를 통해 경영투명성을 높이고 책임경영을 정착시킨다는 명분은 작위적이다.

현재의 한국적 상황에서 임원보수 공개는 필요한가? 보수 통제의 목적은 ‘도덕적 해이’를 방지하는 것이다. 생산성 이상을 보수로 가져가지 못하게 하는 것이다. 한국의 경영자 시장은 충분히 경쟁적이지 못해, 지배구조를 통해 주주는 임원의 보수를 견제할 필요가 있다. 상법 제388조는 스톡옵션을 포함한 등기임원들의 보수를 주주총회에서 최고한도를 정하고 이를 공시하도록 하고 있다. 고의로 임원보수를 누락시키거나 과소 계상하면 분식회계와 허위공시에 해당해 증권집단소송 대상이 될 수 있다. 주주에 의한 임원의 총보수한도 통제로 주주 이익과 임원 개개인의 프라이버시를 동시에 보호해왔던 것이다.

보수와 관련해 기업경영의 투명성을 담보하는 장치가 마련돼 있다면 굳이 임원 개인별 보수를 국민에게 공개할 이유는 없다. 임원보수액의 가장 큰 이해관계자는 주주다. 따라서 주주가 아닌 일반국민들의 알권리를 충족시키고자 임원 개개인의 보수액을 공개하도록 강제한 것은 사적자치를 해치는 것이다.

이번 보수 공개의 모델이 된 미국증권거래위원회 규정은 주주들에게 보수를 통제할 수 있는 권한을 부여하지 않고 있기 때문에 임원보수 통제 차원에서 우리 시스템보다 열등하다고 봐야 한다. 이사회 내 보상위원회에서 보수가 책정되기 때문에 견제 차원에서 ‘국민의 알권리’를 수단으로 이용한 것이다.

국민의 알권리가 기본권인지 단정하기는 어렵다. 하지만 프라이버시권은 인간의 존엄성 및 행복추구권과 직결돼 기본권으로 보는 것이 타당하다. 알권리와 프라이버시권이 충돌하는 경우 프라이버시권이 우선돼야 한다,

한국은 미국보다 선제적으로 이사보수를 주주가 통제한다는 점에서 기업임원의 보수를 공개하도록 강제한 것은 반(反)시장적 입법이 아닐 수 없다. ‘근거 있는 차이’가 위화감으로 윤색될 만큼 우리 사회는 좌편향된 사회다. 연봉 공개와 투명성은 별개 사안이다. 무차별적 연봉 공개는 상대적 박탈감과 반(反)기업인 정서를 증폭시킬 뿐이다.

굳이 인별로 등기임원의 보수를 공개한다면 일정 기간 적자가 발생한 상장사에 국한하도록 자본시장법 개정을 검토할 필요는 있다.

조동근 < 명지대 교수·경제학·객원논설위원 dkcho@mju.ac.kr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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