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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수입품 바가지 여전] "수입업자 맘대로 가격 정하는 꼴"…물건너오면 15배까지 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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뉴스 추적 - 독점수입 구조로 가격 거품

60만원대 유모차, 159만원 판매
50弗짜리 의류, 명품거리 입점
업체 "임대료·수수료 등 반영"

병행수입 확대·유통 단순화 필요



[ 유승호 / 김선주 기자 ]
9일 오후 서울 시내 한 백화점. 보령메디앙스가 운영하는 유아용품 매장 비비하우스에서 판매하는 유모차 ‘익스플로리 V3’에 159만원이라는 가격표가 붙어 있었다. 노르웨이 유아용품 기업 스토케가 만드는 이 유모차는 한국에서 ‘벤츠 유모차’로 불리며 젊은 주부들 사이에서 큰 인기를 끌고 있다. 그러나 이 유모차의 수입원가는 60만원대에 불과하다. 미국에서는 110만~120만원에 팔린다. 관세청이 이날 주요 수입 공산품 가격을 조사한 결과, 유모차 립스틱 와인 등의 판매가격은 수입원가에 비해 적게는 2배에서 많게는 15배까지 비싼 것으로 나타났다. 공식 수입업체가 지배하는 독점적 유통구조와 이들의 ‘고가 마케팅 정책’이 수입품 가격을 부풀리고 있다고 전문가들은 지적한다.

○50달러짜리도 한국 오면 명품

수입 공산품은 일반적으로 해외 본사→국내 지사→백화점·대리점 등의 과정을 거쳐 소비자에게 판매된다. 유통구조가 복잡하다고 보기는 어렵다. 문제는 흔히 ‘OOO코리아’라는 이름을 달고 있는 외국 기업의 국내 지사와 공식 수입업체가 국내 유통을 독점하고 있다는 점이다. 공급자 간 경쟁이 없다 보니 독점 수입업체의 마케팅 전략에 따라 수입 공산품의 가격이 결정되는 구조다.

외국에서는 중저가 브랜드로 통하는 상품이 한국에서는 고가의 명품으로 둔갑하는 일이 종종 벌어지는 것도 이런 이유에서다. 키플링 백팩은 미국에서 99달러에 팔린다. 원화로 약 10만3000원이다. 이 상품이 국내 주요 백화점에서는 미국보다 80% 이상 비싼 18만8000원에 판매된다.

수입업체들은 한국은 점포 임차료가 비싸고 브랜드를 알리기 위한 마케팅이 필요해 외국보다 가격이 비싸질 수밖에 없다고 해명한다. 그러나 수입업체 스스로가 고가 전략을 펼치는 것을 무시할 수 없다.

미국 의류 브랜드 아베크롬비&피치는 지난해 10월 서울 청담동에 국내 첫 점포를 열었다. 미국에서 후드 티셔츠 한 벌에 50~100달러인 저가 브랜드가 한국에서는 명품 브랜드가 밀집한 지역에 점포를 낸 것이다. 그러면서 일부 제품의 가격은 미국보다 50% 이상 비싸게 책정했다. 김주영 서강대 경영학부 교수는 “한 업체가 국내 판매를 독점하는 구조가 문제”라며 “수입업체들이 경쟁을 벌이도록 유도할 필요가 있다”고 말했다.


○고가 브랜드에 편승해 가격 책정

한 업체가 가격을 높게 책정하면 다른 업체가 이에 편승해 덩달아 가격을 높게 매기는 경우도 많다. 관세청 조사에 따르면 A화장품 업체의 립스틱 평균 수입원가는 3144원으로 B화장품 립스틱(8855원)의 3분의 1 수준이었다. 하지만 A업체 립스틱의 평균 판매가격은 3만5000원으로 B업체 립스틱(3만9500원)의 90% 가까이 됐다. 윤명 소비자시민모임 기획실장은 “수입업체가 원하는 가격이 그대로 소비자가격이 되는 것이 국내 수입품 시장의 현실”이라고 말했다.

공식 수입업체의 독점을 깨는 방법 중 대표적인 게 병행수입을 활성화해 업체 간 경쟁을 유도하는 것이다. 병행수입 업체는 해외 본사에 로열티를 지급하지 않아도 돼 판매가격을 낮출 수 있다. 이마트가 병행수입해 판매하는 토미힐피거 피케 티셔츠는 4만9980원으로 공식 수입업체보다 50% 가까이 싸다.

그러나 지난해 국내 수입품 시장에서 병행수입과 해외 직접구매가 차지하는 비중은 5%에 불과해 병행수입 업체가 공식 수입업체를 위협할 수 있는 단계는 아니다. 윤 실장은 “일본에서는 일부 수입품은 병행수입 업체를 통해 들어오는 물량이 공식 수입업체가 들여오는 것보다 많다”며 “수입업체 간 경쟁이 벌어져 가격이 자연스럽게 내려간다”고 말했다.

○유통단계만 줄여도 가격 낮아져

일부 수입품은 유통구조를 개선해 가격을 낮출 여지도 있다. 이마트는 지난 2월부터 케냐산 원두커피를 커피전문점보다 70~80% 저렴한 ㎏당 2만1900원에 팔고 있다. 이마트가 원두커피 가격을 이처럼 낮출 수 있었던 것은 커피농장에서 시작해 5~6단계를 거치는 유통구조를 줄였기 때문이다.

기존에는 ‘커피농장→현지 수출업자→국내 수입업자→도매상→커피 로스팅 업체→소매상’을 거쳐 소비자에게 판매됐다. 이에 반해 이마트는 커피농장에서 생두를 직접 구매해 들여오기 때문에 ‘커피농장→이마트→커피 로스팅 업체→이마트’로 유통단계를 축소할 수 있었다.

관세청 조사에서는 수입 전기면도기가 복잡한 유통단계를 거치는 것으로 나타났다. 수입 전기면도기는 공식 수입업체가 백화점 등에 바로 공급하지 않고 중간 도매상을 거치는 과정에서 판매가격은 수입원가의 2.9배 수준으로 오른다. 서재용 관세청 통관기획과장은 “불합리한 유통구조도 수입품 가격을 높이는 원인 중 하나”라고 말했다.

유승호/김선주 기자 usho@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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