안전행정부가 244개 지방자치단체가 운영하고 있는 5만2541건의 지방규제 가운데 5200여건을 정비하겠다고 밝혔다. 환영할 만한 일이다. 그러나 너무 적다. 중앙정부 규제보다 3배 이상이나 많다는 지방규제를 10% 남짓 건드리는 정도에 불과하다. 게다가 상위법령 변경사항을 반영하지 않았거나 법령에 근거가 없는 조례 규칙 훈령 등 규제강도가 낮거나 사실상 사문화된 그저 그런 규제들이다. 건수를 채우기 위한 대책이라는 느낌도 갖게 된다.
대한상의가 지난해 4020개 중소기업을 조사한 결과 기업규제 애로의 주된 원인으로 지자체의 조례·규칙 및 지방 공무원의 행태를 꼽은 응답이 36.3%에 달했다. 지자체야말로 암덩어리 규제의 온상임을 단적으로 보여준다. 지자체 등록규제 5만여건 중 10년 이상 해묵은 규제가 41%라고 하니 그동안 기업들이 겪었을 고통은 짐작하고도 남는다.
하지만 지방규제는 등록규제의 정비만으로 해결될 일이 아니다. 미등록, 유사, 탈법 규제 등 이른바 숨은 규제도 등록규제 못지않게 기업을 괴롭힌다. 안행부가 연 ‘지방자치단체 규제개혁을 위한 민·관 합동토론회'에서도 “부당한 인허가 지연이나 반려, 무리한 기부채납 요구 등 모든 규제를 개혁대상으로 삼아달라"는 하소연이 쏟아졌다. 더욱 심각한 것은 이런 지방규제를 일부 정비한다고 해도 언제 또 잡초처럼 생겨날지 모른다는 점이다. 규제의 상당수는 지방 특유의 배타적 정치문화가 만들어낸다.
지방선거가 가까워지자 벌써부터 온갖 포퓰리즘과 지역 이기주의에 편승한 공약이 난무하고 유권자의 요구 또한 봇물 터지듯 한다. 문제는 그 파장이다. 이런 공약과 요구는 필경 규제 확대로 이어진다. 풀뿌리 민주주의가 싸구려 집단 이기주의로 전락한 결과로 나타난 게 바로 지금의 지방규제다. 지방규제 수준이 곧 풀뿌리 민주주의 수준이다. 선진국 지자체는 기업 유치를 위해 규제철폐 경쟁을 벌인다는데 우리 지자체는 규제확대 경쟁을 벌이고 있는 게 이를 말해준다. 이 지방정치를 어떻게 끊을 것인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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