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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상춘의 '국제경제 읽기'] 중국내 외자 '긴축발작 증세'…금융위기 전조인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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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상춘 <객원논설위원 schan@hankyung.com>

위안화 절하 반전으로 외자 이탈
대폭 평가절하 '중국판 키코' 키워



최근 들어 중국이 진원지가 될 ‘2차 테이퍼 탠트럼(taper tantrum·긴축 발작)’ 현상이 우려되고 있다. 지난해 5월 벤 버냉키 당시 미국 중앙은행(Fed) 총재가 테이퍼링 가능성을 언급한 뒤 신흥국들은 급격한 자금 이탈에 따른 ‘1차 테이퍼 탠트럼’에 시달렸다.

금융위기 이후 중국은 성장 경로 이행 과정에서 발생한 후유증을 걷어낼 목적으로 통화정책을 긴축적으로 운영해 왔다. 특히 2010년을 전후로 1단계에서는 물가, 2단계에서는 부동산 거품을 잡는 데 주력해 왔다. 하지만 미국이 금리를 제로(0) 수준까지 내리자 중국과의 금리 차를 노린 핫머니가 대거 유입됐다.

긴축 통화정책 운용 기간이 길어지면서 중국은 실물경기마저 경착륙 우려가 커지는 상황에 봉착했다. 중국 경기가 경착륙에 빠진다면 나선형 악순환 국면에 ‘경기침체’라는 한 고리가 추가된다. 가뜩이나 중국 내 유입됐던 핫머니의 급속한 이탈 가능성이 높은 여건이었기 때문에 최근 ‘테이퍼 탠트럼’ 우려는 빠르게 확산되고 있다.

테이퍼 탠트럼 현상을 이해하기 위해서는 금융위기 이후 글로벌 자금 흐름을 주도하고 있는 캐리자금의 이론적 근거를 살펴볼 필요가 있다. 캐리 트레이드란 투자자가 차입한 자금으로 유가증권에 투자하는 행위를 말한다. 이때 유가증권 수익률이 차입금리보다 높으면 ‘포지티브 캐리’, 반대의 경우를 ‘네거티브 캐리’라고 한다.

캐리 트레이드의 이론적 근거는 통화가치를 감안한 국제 간 ‘자금이동설(m=rd-(re+e), m:자금유입 규모 rd:투자대상국 수익률 re:차입국 금리 e:환율변동분)’이다. 이 이론에 따르면 투자대상국 수익률이 통화가치를 감안한 차입국 금리보다 높을 경우 차입국 통화로 표시된 자금을 일으켜 투자대상국 유가증권에 투자하게 된다.

중국 내 유입된 외자의 테이퍼 탠트럼을 일으킬 미국 측 요인은 약하다. 테이퍼링 추진 이후 미국 시장금리는 작년 말 수준에서 크게 오르지 않고 있다. 재닛 옐런 미 Fed 의장의 금리인상 발언도 ‘최적통제준칙’이 재확인되면서 일단락됐다. 이 준칙은 고용 목표 달성에 도움이 되면 물가가 일시적으로 목표치를 벗어나도 괜찮다는 입장이다.

달러 가치도 큰 변화가 없을 것으로 예상된다. 작년 6월 이후 달러평가지수는 ‘80’ 내외에서 안정적으로 유지되고 있다. 집권 2기에도 수출을 통한 일자리 창출을 최우선 목표로 두는 경기대책을 추진하는 상황에서 국제 간 자금흐름에 영향을 줄 만큼 큰 폭의 달러 강세를 용인하기가 현실적으로 쉽지 않기 때문이다.

중국 측 요인으로 금리 인하는 사실상 어렵다. 이미 위험 수위에 도달한 부동산 거품과 그림자 금융 등을 잡기 위해서는 통화정책 면에서 긴축 기조를 유지해야 하기 때문이다. 올 1분기 성장률이 잠재 수준인 7.5% 밑으로 떨어질 가능성이 제기되자 감세와 인프라 확충 등 재정정책을 골자로 한 미니 경기부양책을 내놓은 것도 이 때문이다.

테이퍼 탠트럼을 일으킬 마지막 중국 측 요인으로 위안화 평가절하가 있다. 다른 요인보다 일단 가능성이 높아 보인다. 올 2월 이후 수출이 급감하고 무역수지가 적자로 돌아섬에 따라 6월로 예정된 위안화 하루 변동폭 확대(±1%→±2%) 조치가 지난달 17일로 앞당겨 추진됐다. 그후 위안화 가치는 2%가량 떨어졌다.

중요한 것은 중국 정부가 위안화 평가절하폭을 어느 선까지 용인할 것인가 하는 점이다. 결론부터 말하자면 큰 폭의 평가절하는 용인하기 힘들 것으로 보인다. 정책적으로 시진핑·리커창 체제는 위안화 국제화 과제를 야심차게 추진하고 있다. 이 과제를 달성하기 위해서는 위안화 가치가 어느 수준까지 평가절상돼야 한다.

현재 수준보다 더 이상의 위안화 평가절하는 환율 파생상품인 ‘TRF(Target Redemption Forwards)’에 가입한 중국 수출업체의 피해액만 눈덩이처럼 불어나게 할 가능성이 높다. TRF란 위안화 가치 절상에 따른 수출 피해를 방지하기 위해 중국 수출기업들이 가입한 환헤지 파생상품이다.

TRF는 위안화 환율(가입 기업 평균)이 6.2위안 이상 오르면 손실이 발생하는 것으로 나타났다. 이미 4000억원 이상 손실이 났다. 앞으로 위안화 환율이 0.1위안 오를 때마다 매달 2200억원의 추가 손실이 발생하고, 6.5위안까지 오르면 손실액이 연간 7조800억원에 달할 것으로 추정된다.

위안화 가치가 절하되는 것은 수출 회복과 중국 내 핫머니 유입을 차단하는 성격이 짙다. 최근 테이퍼 탠트럼은 금융위기의 전조가 아니다. 이 때문에 위안화 평가절하와 함께 국내 증시에 유입되는 외국 자금도 그 규모는 한계가 있을 것으로 예상된다.

한상춘 <객원논설위원 schan@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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