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초선거 무공천 답 달라"
민원 신청서 직접 작성
최고위원들 "명운 걸고 싸워라"
[ 이호기 기자 ]
안철수 새정치민주연합 공동대표가 4일 청와대를 방문해 박근혜 대통령과의 면담을 신청했다. 제1야당 대표가 대통령을 만나기 위해 직접 청와대 민원실까지 찾아가 면담 신청서를 작성한 것은 극히 이례적이다. 다만 안 대표는 이날 오전 김관영 비서실장을 통해 청와대 측에 일정을 알렸고 박준우 청와대 정무수석이 민원실로 나와 안 대표를 맞았다.
안 대표는 박 수석에게 “그동안 여러 차례에 걸쳐 국정 현안을 논의하고자 대통령과 만나 대화하고자 하는 뜻을 밝혔는데 아무 반응이 없어 국민 한 사람의 자격으로 대통령과 만나 이야기하고 싶다는 뜻을 전하기 위해 왔다”고 말했다.
안 대표는 또 기초선거 정당 공천 폐지 문제에 대해 “서로 다른 규칙을 갖고 선거를 치르면 대단히 비정상적인 선거가 될 것”이라며 “박 대통령께서 이 문제를 먼저 말씀하셨으니까 말씀하신 분이 푸는 것이 옳다고 본다”고 강조했다. 안 대표는 이어 “3자가 되든, 4자가 되든 장소나 형식에 구애받지 않고 만났으면 좋겠다”며 “다음주 월요일(7일)까지 (회동) 가부만이라도 말씀을 주시기 바란다”고 요구했다. 이에 박 수석은 “대통령께 보고 드리고 답을 드리겠다”고 밝힌 것으로 알려졌다. 정치권에서는 안 대표의 이날 전격적인 청와대 방문이 청와대의 ‘불통’을 부각하기 위한 전략으로 보고 있다.
안 대표가 ‘기초 무공천’에 반발하는 당내 강경파에 떠밀려 청와대행을 결정한 게 아니냐는 분석도 있다. 서울시청 앞에서 장외 농성을 벌이고 있는 신경민·양승조·우원식 최고위원은 이날 국회 기자회견에서 “1991년 김대중 전 대통령께서 13일간의 목숨을 건 단식을 통해 만들어낸 풀뿌리 지방자치선거 제도를 지켜야 한다”며 “기초선거 정당 공천 폐지 관철을 위해 (당 지도부가) 명운을 걸고 싸워야 한다”고 주장했다.
정치권 관계자는 “안 대표는 삭발 단식 등 과거 야당의 전통적인 투쟁 방식이 과연 얼마나 효과적인지에 의구심을 갖고 있다”며 “굳이 그런 방법이 아니더라도 정부·여당을 압박할 수 있는 길을 찾고 있다”고 했다.
이호기 기자 hglee@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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