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내 프랜차이즈 수 3000여개, 자영업자 600만 명. 창업의 시대입니다. 청년 실업자는 줄지않는데 정년을 채우지 못한 직장인은 늘어납니다. 불황으로 내몰린 창업 입문자들은 프랜차이즈의 옥석(玉石)을 가려내기도 어렵습니다. 특정 아이템이 뜨면 비슷한 가게들이 우후죽순 생겨나기 때문입니다. 한경닷컴 유통팀 기자들이 번뜩이는 아이디어 하나로 '핫검색'을 이끌어 낸 '작지만 강한 가게'의 성공 노하우를 찾아봤습니다. [편집자주]
서울 도심 아파트 숲 속에 조용히 자리잡고 있는 압구정 로데오 거리. 최신 패션매장과 고급 커피전문점이 즐비한 이곳에 연예인들이 주로 찾는 '모텔'이 있다.
매장으로 들어서면 여느 '모텔'들과 다름 없이 칫솔·치약이 들어있는 조그만 세면백(bag)을 건네준다. 하지만 호수를 불러주는 대신 백 안에 있는 젓가락과 함께 테이블로 안내를 받는다.
압구정 라운지 주점 '모텔'의 최형석 대표(44)는 "고객에게 깊은 인상을 남기는 게 중요하다"고 거듭 강조했다. 그는 서울 강남 클럽의 부흥을 이끈 제1세대 클럽 '설계자'이기도 하다.
최 대표는 청담동 '앤서' '엘루이' 등의 클럽에서 총괄 책임자로 일하며 풍부한 인맥을 쌓았다. 덕분에 그의 매장은 '압구정에서 연예인들이 가장 많이 찾는 주점'으로 소문났다. 그는 이곳에서 술과 안주가 아닌 사교를 판다.
◆ 청담동 고급 클럽의 '창시자', 포장마차를 열다
최 대표는 주점을 열기 전 서울 청담동 클럽 '앤써'에서 이사 직책으로 일하던 총괄 책임자였다. 클럽 분위기를 만드는 것부터 스태프를 관리하는 일까지 모두 그의 책임이었다.
그는 청담 지역에 클럽 문화가 생기기 전인 2000년 대 초반 홍대입구 클럽에서 일한 경력 덕에 강남으로 '스카웃'됐다. 최 대표에게 클럽을 맡기고자 하는 강남의 클럽 주인들이 그에게 줄을 섰다.
최 대표는 "2000년 대 초반만 하더라도 강남 지역 클럽들은 홍대입구 클럽에 밀려 줄줄이 폐업할 정도로 사정이 좋지 않았다" 며 "컨설팅을 부탁받고 '앤써'에 발을 들이며 청담동 클럽과 연을 맺었다"고 설명했다.
클럽 책임자로 잘 나가던 그는 2년 전 "이제는 내 가게를 해야할 때"라고 생각했다. '제1세대 강남 클럽의 창시자' 타이틀을 버리고 다시 바닥으로 돌아간 이유다. 그가 클럽 컨설팅 일에 뛰어든 지 10년 만의 일이다.
최 대표는 "클럽 일은 능숙했지만 가게를 직접 운영해 본 경험이 없어 이태원, 홍대입구 등을 훑으며 소문난 포차를 모두 둘러봤다" 며 "사교적인 분위기 속에서 음악도 듣고 술도 마시는 주점을 만들려고 했다"고 말했다.
그는 단 한 번이라도 들으면 고객들의 뇌리에 남을 수 있는 가게 이름과 콘셉트를 생각한 끝에 '모텔' 상호를 만들었다. '근사한 이름보다 이슈가 되는 이름이 훨씬 낫다'는 게 최 대표의 생각이다.
◆ 이름 때문에 고전했던 초창기, 연예인으로 입소문
2012년 11월 압구정 로데오거리에 연 '모텔'은 사업 초기 고전했다. 이름 때문에 들어오기를 꺼리는 여성 고객들 때문이었다.
최 대표는 "진짜 모텔인 줄 알고 들어왔다가 다시 나가는 커플도 있었다" 며 "겉보기에 바(bar) 같기도 하고 단가도 높아 보여 초기엔 정체성을 잡지 못했다"고 회상했다.
일단 편견을 깨는 것이 중요했다. 모텔식 포차란 이색 콘셉트를 강조했다. 가격도 합리적이라는 점을 고객들에 알리기 위해 소셜커머스 업체를 활용했다. 최 대표가 직접 홍보하기보단 고객들끼리 소통하기를 원했다.
그는 "클럽식 라운지 분위기와 일반 포차 콘셉트를 섞어놨기 때문에 홍대나 건대입구 등 대학가 근처로 옮기는 게 낫겠다는 조언도 들었다" 며 "아무래도 압구정 로데오는 일반 주점이 적기 때문"이라고 설명했다.
연예인의 방문이 잦자 '모텔'이 입소문을 탔다. 발이 넓은 그의 인맥 덕분이었다. 최 대표는 "드라마나 영화 촬영을 마친 뒤 배우들과 스태프들의 뒷풀이 장소로 활용되면서 가게이름이 알려졌다" 며 "유명 야구선수, 모델 등도 자주 온다"고 귀띔했다.
◆ "단골고객 늘리는 데 집중할 것"
압구정에 위치한 술집이라고 해서 안주가 비싸거나 칵테일 위주로 판매할 것이라고 생각하면 오산이다. 고객들이 주로 찾는 주종은 소주와 맥주다. 가장 잘 나가는 안주는 '옛날식 통닭'이다.
최 대표는 "근처 직장인들이 퇴근 후 맥주 한잔을 즐기러 오기도 하고 친구들끼리 수다를 떨며 간판 메뉴인 '옛날 통닭'을 먹는다" 며 "소주, 맥주, 보드카 등 주종에 구분이 없는 자유로운 분위기가 '모텔'의 강점"이라고 소개했다.
주점이 개업 초반 고전을 극복하고 누리꾼들 사이에서 '핫'한 술집으로 소문날 수 있었던 이유 중 하나는 여성 고객들의 반응을 끌어냈기 때문이다. 여성 고객을 겨냥해 남성직원 채용부터 가게 조명까지 신경을 썼다.
그는 "평소 여성과 남성 고객의 비율이 9 대 1 정도" 라며 "음식의 맛부터 가게 분위기까지 여성 손님들의 반응을 참고하고 있다"고 말했다.
최 대표는 '모텔'의 성공에 승부수를 던졌다. 공격적인 확장보다 단골 확보에 더 공을 들이고 있다. 그는 "가게를 한번 와본 고객 가운데 매장을 사겠다거나 투자하겠다는 사람이 많다" 며 "지금은 초심으로 돌아가 한번 방문한 고객이 또 오고 싶은 술집으로 만드는 것이 목표"라고 강조했다.
한경닷컴 노정동 기자 dong2@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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