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업도 안 풀려
제2롯데월드 서울시 반대에 저층부 조기 개장 불투명
[ 유승호 기자 ]
2일 오후 서울 소공동 롯데쇼핑 본사에는 무거운 침묵이 흘렀다. 이따금 사무실 밖으로 나온 직원들의 표정은 굳어 있었다. 현직 대표가 횡령 의혹을 받고 있다는 점에 당혹감을 감추지 못하는 모습이었다.
재계 5위 롯데가 창사 이래 최악의 비리 사건에 휘말렸다. 검찰은 지난 1일 협력업체에서 금품을 받고 회삿돈을 횡령한 혐의로 롯데홈쇼핑 전·현직 임직원 4명을 구속했다. 검찰은 횡령한 돈의 일부가 신헌 롯데쇼핑 대표에게도 흘러간 정황을 잡고 조사 중인 것으로 알려졌다. 신 대표는 사건이 일어난 2008~2012년 롯데홈쇼핑의 대표였다.
롯데 측은 일단 검찰 수사를 지켜본다는 방침이다. 롯데쇼핑 관계자는 “홈쇼핑 재직 시절 일어난 일이라 정확한 내용을 파악하기 어렵다”며 “검찰이 신 대표를 소환 조사하지 않았고 출국금지도 내리지 않았다”고 말했다. 신 대표의 혐의가 확정되지 않은 만큼 감사 등 내부적인 확인 작업도 검찰 수사가 어느 정도 이뤄진 후에 진행한다는 방침이다. 신 대표는 관련 의혹을 부인하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신 대표는 이날 예정돼 있던 인도네시아 출장을 취소하고 오후에 출근한 것으로 전해졌다. 그는 지난주에는 중국 톈진 출장을 다녀왔다.
롯데는 국세청 세무조사, 카드 고객정보 유출에 이어 홈쇼핑 납품 비리까지 악재가 꼬리를 물고 터지자 뒤숭숭한 분위기다. 롯데쇼핑은 지난해 7월부터 세무조사를 받았다. 지난해 11월 끝날 예정이던 세무조사는 한 차례 연장돼 올 1월 말까지 계속됐다. 국세청은 세무조사 후 롯데쇼핑에 600억원대의 추징금을 부과했다.
지난 1월에는 롯데카드 고객 2600만명의 개인정보가 유출됐다. 롯데백화점 본점 지하 1층 롯데카드센터의 업무가 며칠 동안 마비될 정도로 고객들에게 거센 항의를 받았다. 유출된 개인정보 일부가 대출업자 등에게 넘어간 것으로 확인되는 등 사건의 여진이 가라앉지 않고 있다.
사업도 뜻대로 풀리지 않고 있다. 그룹 숙원 사업인 서울 잠실 제2롯데월드타워는 서울시의 반대로 저층부 조기 개장이 불투명한 상황이다. 롯데는 2016년 말 완공 예정인 123층짜리 타워와 별도로 백화점 복합쇼핑몰 등을 올 상반기 개장할 계획이었으나, 서울시가 안전과 교통 관련 문제를 먼저 해결해야 한다는 의견을 밝히면서 난관에 부딪혔다.
롯데그룹 관계자는 “롯데홈쇼핑은 비리가 재발하지 않도록 업체 선정 및 방송 편성 시스템 전반을 개선하고 있다”며 “검찰 수사를 지켜본 뒤 윤리경영 강화 등 필요한 조치를 할 계획”이라고 말했다.
유승호 기자 usho@hankyung.com
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