낙찰 지분의 절반 언제든 인수 가격으로 살 수 있는 권리 제공'
연기금,자산운용사 관심 끌기 위한 전략
지분 사들일 만한 매력 발휘할 지는 미지수
이 기사는 04월01일(10:58) 자본시장의 혜안 ‘마켓인사이트’에 게재된 기사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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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리무중’. 우리은행 민영화 작업의 현주소다. 금융위원회는 올 상반기 안에 매각 공고를 낸다는 계획이지만 매각 대상과 방식조차 확정되지 않았다. 일각에선 내년으로 넘어갈 가능성이 높다는 지적도 나온다. 네번째 도전도 실패할 수 있다는 얘기다. 우리은행 매각이 매번 헛바퀴를 도는 이유는 무엇일까.
금융위가 검토 중인 ①‘현실성 떨어지는 희망 수량 입찰’을 비롯해 ②‘외국계는 되고 토종은 안되는 이상한 PEF 은행 투자 규제’, ③'교보생명, 한국금융지주 등 금융 전업사의 우리은행 인수 가능성' 등 세 차례에 걸쳐 우리은행 매각 방정식을 집중 분석한다.
금융위원회가 유력하게 검토 중인 우리은행 매각 방식은 ‘희망수량 경쟁입찰’이다. 흥행 성공을 위해 지분을 배정받은 투자자에겐 '특별 콜옵션(특정 조건에 주식을 살 수 있는 권리)'이 패키지로 제공될 예정인 것으로 확인됐다. 한 명의 주주에 경영권을 매각하는 방안이 이미 세 차례 실패한 데다 대형 시중은행을 특정 주주에 통째로 넘겨서는 안된다는 여론을 감안한 결정이다. 하지만 M&A(인수·합병) 전문가들은 실효성에 의문을 제기하고 있다.
◆'오너' 있는 은행은 안된다?
금융위는 지난 26일 우리은행 민영화 관련 정책토론회를 여는 등 매각 방식을 거듭 고민해왔다. 아직 결론이 나진 않았지만 희망수량 경쟁입찰 방식이 채택될 가능성이 높다. 주당 가격을 높게 써 낸 응찰자에게 원하는 수량을 주겠다는 분산매각 형태다. 상한선은 결정되지 않았지만 최소 수량은 1%가 될 것으로 알려졌다.
정부가 의도하는 바는 두 가지다. 우선 매각의 실효성을 높이자는 차원이다. 우리금융지주와 우리은행 합병으로 만들어질 통합 우리은행 지분 57%를 한 곳의 지배주주에 일괄매각하는 것이 불가능하다는 판단에서다. 정부 관계자는 “57% 중에서 33% 가량을 판다고 해도 3조~4조원의 자금이 필요해 한 곳이 사기엔 어려울 것”이라며 “경영권 매각은 이미 세 차례나 실패한 매각 방식”이라고 설명했다.
하지만 시장에선 정부가 ‘우리은행 주인 찾아주기’에 대해 거부감을 갖고 있는 것이 분산 매각을 선택한 주요 배경이라고 풀이한다. “KB국민, 하나금융, 신한금융 등 대형 시중은행 모두 분산된 지배구조를 갖고 있는 상황에서 우리은행만 특정 주주에 30% 이상의 지분을 갖도록 할 이유는 없다”는 게 정부 논리다. 예컨대 신한금융지주만 해도 1대 주주가 국민연금(8.81%, 작년 말 기준)이다. 전략적 투자자(SI)로 분류되는 2대 주주 BNP파리바의 지분율은 5.35%에 불과하다. 하나금융지주 역시 국민연금이 최대 주주다.
김상조 한성대 교수가 정책토론회에서 “우리은행 매각방식은 공적자금 회수율은 떨어져도 5∼10% 지분을 보유한 여러 과점주주를 만드는 형태가 실현 가능성도 크고 경영 감시와 견제를 할 수 있어 바람직하다”고 말하는 등 진보 성향의 시민단체들도 분산 매각을 지지한다. 정부가 희망수량 입찰제를 실행한다고 해도 10% 상한선을 둘 지를 고심하는 이유다.
◆정부,흥행 위해 '특별 콜옵션' 제공키로
이론적으론 설득력 있어 보이지만 문제는 실현 가능성이다. 정부는 ‘희망수량 경쟁입찰’을 성공시키기 위해 ‘특별 콜옵션(특정 조건에 지분을 살 수 있는 권리)’을 패키지로 실행할 계획이다. 상장사인 우리은행 지분을 주식 시장에서 사는 것보다 무언가 유리한 조건을 제시해 기관 투자자 및 사모펀드(PEF)들이 입찰에 참여하도록 유인하겠다는 전략이다.
금융연구원이 금융 당국에 제시한 콜옵션은 상당히 파격적이다. 배정 받은 물량의 절반에 해당하는 지분을 언제든 살 수 있도록 권리를 주겠다는 것이다. 예컨대 주당 1만3000원에 우리은행 주식 10%를 산 A 투자자는 추가로 5%를 1만3000원에 아무 때나 살 수 있다는 얘기다. 우리은행 민영화 이후 주가가 오른다고 가정한다면 A투자자는 싼값에 우리은행 주식을 살 수 있는 권리를 갖는 셈이다. 계약 기간이 만료된 시점에만 행사할 수 있는 일반적인 콜옵션에 비해 훨씬 유리하다.
이와 관련, 전문가들은 얼마나 많은 투자자들이 콜옵션을 ‘인센티브’로 받아들일 지가 입찰 흥행의 관건이라고 입을 모은다.
교보생명, 한국금융지주, 미래금융지주 등 금융 전업사들이 5~10%씩 과점하는 방식이 정부가 표면적으로 기대하는 바이지만 실효성은 떨어진다. 이들 전략적 투자자들은 경영권을 장악하지 않을 바엔 우리은행 소수 지분을 소유하는 것에 매력을 느끼기 어려울 것이라는 논리다. 교보생명만해도 국내외 사모펀드인 주요 주주들의 동의를 얻어내기 힘들 것이라는 게 전문가들의 분석이다.
차선책으론 국민연금 등 연기금과 공모펀드를 운용하는 자산운용사 등 기관투자자들이 거론된다. 1%씩 40곳이 40%를 가져간다면 콜옵션 행사분까지 포함해 우리은행 정부 보유 지분이 모두 민간에 넘어갈 수 있다는 계산이다. 분산 매각이란 정부 의도에 훨씬 부합하는 안이어서 금융위 내부에선 이 방안을 내심 선호하는 것으로 알려졌다.
정부 관계자는 “우리은행은 정부 소유 은행이라는 점이 디스카운트 요인으로 평가돼 PBR(주가순자산비율)이 다른 대형은행과 비교해 낮다”며 “향후 민영화로 주가가 오를 가능성이 높고 싼값에 콜옵션을 행사할 수 있다면 기관투자자들이 이를 마다할 이유가 없을 것”이라고 말했다. 증권업계 관계자는 “이 논리의 최대 걸림돌은 기관들이 은행 투자 포트폴리오를 한꺼번에 늘릴 수 있느냐의 여부”라고 지적했다. 국민연금만해도 우리금융지주 보유 지분이 이미 8% 규모다.
박동휘 기자 donghuip@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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