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해 국내 30대 그룹의 현금성자산이 158조 원을 기록한 것으로 나타났다. 이는 우리나라 전체 예산 320조 원의 절반에 달하는 수치다. 미국의 양적완화 축소, 중국 성장 둔화 등 불확실한 글로벌 경영 환경으로 현금 비축량을 늘린 것으로 풀이된다.
30일 기업경영성과 평가사이트인 CEO스코어에 따르면 30대 그룹 상장사 171개사(금융사 제외)의 현금성 자산은 총 157조7000억 원으로 전년 대비 18.3% 증가했다. 현금성자산은 현금에 단기금융상품을 더해 추산했다.
30대 그룹 중 현금이 가장 많은 곳은 삼성그룹이다. 삼성은 현금성자산이 60조 원으로 전년 대비 40% 급증했다. 2위와 3위는 현대차그룹과 SK그룹으로 각각 39조5000억 원, 10조9600억 원으로 수준이다.
삼성과 현대차, SK 등 톱3의 현금성 자산을 더하면 총 110조4800억 원으로, 30대 그룹 전체의 70.1%에 달했다. 이는 전년 66.3%보다 3.8%포인트 높은 수치다.
4위와 5위는 LG그룹(9조1400억 원), 포스코그룹(7조6200억 원)이었다. 포스코는 그룹 덩치 순위가 롯데보다 작지만, 현금보유량은 더 많은 것으로 조사됐다.
이어 롯데그룹(3조9400억 원), GS그룹(3조1800억 원), KT(2조3200억 원), 한진그룹(2조1300억 원), 현대중공업(1조9200억 원) 등의 순이었다.
이들 상위 10대 그룹을 제외한 나머지의 현금성자산은 18조2600억 원으로 전년 대비 5.3% 줄었다.
현금보유량이 가장 적은 곳은 동부그룹으로 2500억 원에 그쳤다. 신세계그룹도 3750억 원으로 그룹이 해체된 STX(3840억 원)보다 낮았다.
현금성자산 증가율이 가장 높은 곳은 금호아시아나로 8700억 원에서 1조5000억 원으로 72% 늘었다. 한화(42.8%), 삼성(40%), 대우건설(25.5%), 대우조선해양(25.1%), 롯데(22.7%)가 20% 넘는 증가율을 나타냈다.
반면 신세계(-39.5%), STX(-35.1%), 두산(-28.6%), 동부(-23%) 등은 하락폭이 컸다.
한경닷컴 강지연 기자 alice@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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