Luxury & Style
세계 최대 남성복 축제 이탈리아 '피티 워모'
2회 연속 초청받은 디자이너 권문수
[ 김선주 기자 ]
이탈리아 피렌체에서는 매년 1월, 6월 세계 최대 남성복 축제 ‘피티 이마지네 워모(Pitti Imagine Uomo)’가 열린다. 1972년부터 시작돼 40년 이상의 전통을 지닌 이 행사에는 전 세계 1000여개 브랜드가 참여한다. 세계적인 패션디렉터 닉 우스터 등 패션계 주요 관계자들이 총출동하는 대형 패션 이벤트다. 남성복 브랜드 ‘문수 권(MUNSOO KWON)’의 디자이너 권문수 씨(34)는 지난 1월 이 행사 중 세계 각국의 떠오르는 신예 11명을 소개하는 ‘더 레이티스트 패션 버즈(The Latest Fashion Buzz)’ 섹션에 초대됐다.
해외서 먼저 찜하다
권씨는 최근 폐막한 동대문디자인플라자(DDP) 개장 기념 ‘2014 춘계 서울패션위크’에서 가장 주목받은 남성복 디자이너 중 한 명이다. 안토니오 크리스타우도 피티 이마지네 시장개발 매니저는 이번 서울패션위크에서 권씨의 쇼를 관람한 뒤 무대 뒤편으로 권씨를 찾아왔다. 그는 “작품이 굉장히 훌륭하다. 또다시 같이 일하고 싶다”며 권씨를 6월 행사에 재초청했다.
한 번도 초대받기 어려운 행사에 2회 연속 초청된 것이다. “피티 워모는 유동인구만 3만여명인 초대형 트레이드쇼여서 해외 유명 바이어는 물론 언론인도 빠짐없이 참석합니다. 1월에는 이탈리아판 ‘지큐(GQ)’와 ‘보그(Vogue)’에 작품이 실릴 수 있는 기회도 준다기에 두 말 않고 초대에 응했어요.”
권씨는 군대에서 인생의 진로를 결정했다. “대학 입시 준비를 할 때까지만 해도 막연하게 ‘창조적인 일, 디자인과 관련된 일을 하고 싶다’ 정도였어요. 군대에서 사진병이었는데 열심히 사진을 찍으면서 제 꿈도 더 뚜렷해졌고 결국 남성복 디자이너로 방향을 잡게 됐습니다.
톰 브라운과 함께 일하다
그는 미국 샌프란시스코의 예술대학인 AAU(Academy of Art University)에서 남성복을 전공했다. 뉴욕으로 건너가 톰 브라운, 로버트 갤러 등 세계적인 디자이너의 인턴으로 일하다 남성복 ‘버클러’의 디자이너로 활약한 ‘해외파’다.
권씨는 국내 수입명품 업계 1세대인 권기찬 웨어펀인터내셔널 회장의 아들이기도 하다. “어릴 때부터 좋은 옷을 많이 보고, 입어보면서 자랄 수 있는 환경이었어요. 그래서 그런지 남들보다 원단 보는 눈은 좀 낫다고 생각합니다.”
2011년 자신만의 브랜드 만들다
자신의 브랜드를 만든 것은 2011년. 현재 직원은 인턴 1명뿐이어서 각종 매체에서 쏟아지는 협찬 건과 디자인·마케팅 관련 업무를 사실상 혼자 도맡아 처리하고 있다. 동대문시장에서 원단을 고르고 공장에 찾아가 제작 관련 아쉬운 소리를 하는 것도 오롯이 그의 몫이다.
부친의 폭넓은 인맥을 활용할 수도 있었지만 자신의 길은 스스로 개척해야 한다는 생각에서다. “옷을 만들 때 제 얘기를 녹여내는 편이에요. 최소한의 것으로 최대한의 효과를 내야 하는 게 제일 힘듭니다. 국내 의류 생산 시스템이 체계적이지 않아서 저 같은 신인은 공장에 발품을 팔면서 아쉬운 소리를 해야 합니다.”
간결한 실루엣을 추구하다
녹록지 않은 현실을 반영해 올해 서울패션위크 주제는 ‘희망의 열쇠’로 정했다. 지난해 가을 세계적인 사진작가 유진 스미스가 전후 세대의 참담함 속에서 희망을 표현한 ‘낙원으로 가는 길’이란 작품을 보고 영감을 얻었다.
“주변에 행복하다고 생각하는 사람들이 없더라고요. 그 사진을 보고 ‘희망에 대한 얘기를 옷으로 풀어내자’ 싶었어요. 누구나 하나씩 희망의 열쇠를 갖고 있다가 힘들고 지칠 때 열어볼 수 있도록 말이죠.”
열쇠 문양을 자수로 만들어 부적처럼 작품 곳곳에 숨겨둔 이유다. 자칫 무거워 보일 수 있는 간결한 실루엣, 정제된 재단, 고급스러운 소재를 재치 있게 활용했다. 국내 의류업계 관계자는 물론 해외 바이어에게서 호평이 쏟아진 것도 이 때문이다. 권씨의 목표는 ‘디자이너 권문수’보다 자신의 브랜드인 ‘문수 권’의 인지도를 높이는 것이다. “남성복 브랜드 중 ‘닐 바렛’을 좋아합니다. 깔끔하고 있어야 할 디테일만 있거든요. 제가 추구하는 디자인이죠. 현재 목표요? 남성복 하면 ‘문수 권’이 떠오를 정도로 브랜드를 널리 알리는 것입니다.”
김선주 기자 saki@hankyung.com
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