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준혁 기자의 생생헬스
간 기능 약해지는 봄철
젖산 등 피로물질 쌓여…잠·운동 지나치면 역효과
현미·브로콜리·미역 등 비타민B·마그네슘 보충을
[ 이준혁 기자 ]
2개월간 진행된 프로젝트를 지난달 끝낸 직장인 한모씨(41·서울 마포구)는 누적된 피로를 풀기 위해 몇 주째 주말 내내 잠만 잤다. 하지만 피로가 더 심해졌다. 늦은 술자리나 야근을 최대한 피하고 있는데도 피로 증상은 좀처럼 나아지지 않는다.
늘 쉽게 지치는 주부 장모씨(45·수원 영통구)는 운동 부족이라는 말을 듣고 석 달간 매일 헬스클럽에서 운동을 했다. 하지만 오히려 만성피로가 생겼다.기온이 올라가면서 몸이 더 처지고 업무 효율이 떨어진다고 호소하는 사람들이 늘고 있다. 만성피로에 시달리는 사람들이다.
박재우 강동경희대병원 한방소화기·보양클리닉 교수는 “나른한 봄철에는 간 기능이 약해져 혈액 속 노폐물을 제대로 걸러내지 못하는 경우가 많다”며 “젖산·암모니아 등 피로물질을 제대로 배출하지 못하면서 잠만 많이 자거나 쉼 없이 운동하면 대사기능이 떨어져 오히려 피로가 가중된다”고 말했다.
춘곤증과 헷갈리는 만성피로
갑작스러운 초여름 날씨에 휴식을 취해도 피로가 심하다는 직장인들이 적지 않다. 건강보험심사평가원은 2008년부터 2012년까지 5년간 만성피로 환자를 조사한 결과 3월부터 서서히 증가해 4~5월에 가장 많았다.
추웠던 날씨가 풀리고 낮의 길이가 길어지면 피곤함, 졸림, 식욕부진 등과 같은 증상이 나타난다. ‘춘곤증’이다.
춘곤증은 우리 몸이 계절 변화에 적응해가면서 나타나는 생리적 불균형에 의해 발생한다. 문제는 나른하고 피곤한 증상이 오랫동안 지속되는 경우다. 대표적인 것이 만성피로증후군과 탈진증후군이다. 만성피로는 심한 피로와 함께 통증, 수면장애, 집중력 저하, 소화불량 등 다양한 증상을 보인다. 극심한 스트레스와 우울증을 앓기도 한다. 피로감과 집중력 저하, 숙면에도 불구하고 낮에 졸리는 증상은 춘곤증과 비슷하다.
이윤경 차움 가정의학과 교수는 “기억력·집중력 장애, 인후통, 목·겨드랑이 통증, 근육통, 다발성 관절통, 두통, 수면으로 회복되지 않는 피로, 힘든 운동과 노동 후 심하게 나타나는 피로, 권태감 등의 증상 중 네 가지 이상이 지속되면 만성피로증후군으로 진단한다”고 설명했다.
한 가지에 몰입 ‘탈진증후군’
탈진증후군 환자도 증가하는 추세다. 업무, 학업, 이성관계 등 한 가지 목표에 지나치게 몰두할 때 생기는 극심한 불안과 피로를 ‘탈진증후군’이라고 한다. 만성피로 환자의 30% 정도는 피로를 방치하면서 한 가지에 몰입하는 ‘중독’ 현상을 보이는데, 의학계에서는 이를 ‘탈진증후군’의 전조 증상으로 본다.
탈진증후군에 시달리면 신경성 고혈압, 소화장애, 과민성 대장증후군, 근육 긴장성 두통, 이명, 불안장애 등에 시달린다. 이 교수는 “탈진증후군 환자는 어떤 특정한 목표나 대상에 몰입하느라 스트레스가 얼마나 쌓이는지, 또 어떻게 해소할 수 있는지 전혀 인식하지 못한다”면서 “만성피로, 우울증을 동반하는 탈진증후군을 예방하려면 삶의 목표가 하나만이 아니라는 것을 깨닫는 것이 중요하다”고 조언했다.
비타민B 부족하면 피로 안 풀려
최근에는 만성피로 검사를 실시하는 전문병원이 많이 생겨났다. 빈혈, 간·신장 기능, 콜레스테롤 수치 등을 확인하는 혈액검사, 신체 장기의 각종 대사를 체크하는 소변검사, 체내 중금속·미네랄 상태를 분석하는 모발검사 등을 실시해 약물 투여, 생활습관 개선 등 처방을 내린다. 검사에 소요되는 시간은 30분~1시간, 검사비용은 대략 20만~30만원 정도다. 간혹 혈액검사로는 나타나지 않는 부신피질호르몬(일명 스트레스호르몬)의 이상을 진단하는 자율신경계검사(HRV)를 진행하는 병원도 있다.
손의동 중앙대 약대 교수(약리학)는 “우리 몸에 들어온 영양소가 에너지로 바뀌지 못하고 혈액이나 조직에 쌓이면 피로물질이 된다”며 “특히 비타민B가 부족하면 영양소의 에너지 전환율이 크게 떨어지면서 피로가 많이 쌓인다”고 말했다. 비타민B를 보충하려면 현미·귀리와 같은 통곡물, 버섯·브로콜리 등의 채소를 섭취하는 것이 좋다.
스트레스를 많이 받으면 마그네슘이 부족해지는데, 미역·다시마 등의 해조류나 견과류로 보충할 수 있다. 반면 카페인이 많이 들어간 음식(커피·초콜릿·홍차 등)은 당분간 줄이는 것이 피로 해소에 도움이 된다.
도움말=박재우 강동경희대병원 교수, 이윤경 차움 가정의학과 교수
이준혁 기자 rainbow@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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