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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강현철의 시사경제 뽀개기] 1인당 국민소득 2만6000달러 넘었다는데 왜 우리집 지갑은 여전히 홀쭉하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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산출기준 바뀌고 교역조건 호전
통계상으론 살림살이 나아졌는데…



지난해 한국의 1인당 국민소득(GNI)이 2만6000달러를 넘어섰다. 수출 증가와 국민계정 통계기준이 바뀌면서 국내총생산(GDP) 증가율도 예상치를 웃도는 3%를 기록했다. 한국은행이 26일 발표한 ‘2013년 국민계정’(잠정)에 따르면 지난해 1인당 GNI는 2만6205달러(약 2869만5000원)로 2012년(2만4696달러)보다 1509달러(6.1%) 늘어났다. 2007년 2만달러에 진입한 1인당 GNI는 글로벌 금융위기 이후 1만달러대로 떨어졌다가 다시 상승했다. 하지만 2011년 2만4302달러에서 2012년 2만4696달러로 증가폭은 최근 크게 둔화됐다. - 3월 27일 한국경제신문

GDP, GDI, GNI란?

지난해 우리나라의 국내총생산(GDP)과 1인당 국민소득(GNI)이 예상보다 큰 폭으로 늘어났다. 경기는 썰렁하고 국민들이 느끼는 체감 소득은 거의 제자리인데 우리가 모르는 어떤 일이 있었던 걸까?

GDP(Gross Domestic Product)는 일정 기간(보통 분기, 반기 또는 1년) 한 나라 안에서 생산된 모든 최종 재화와 서비스의 시장가치를 말한다. 한 국가의 경제규모를 나타내는 지표다. 그런데 GDP는 외국과의 교역조건을 고려하지 않는다. 가령 국제유가가 배럴당 100달러인데 우리 경제가 대당 1000달러인 TV를 1000대 생산할 수 있는 능력이 있다고 하자. 그러면 대한민국 경제의 생산능력은 1백만달러이고, 이는 원유 1만배럴을 살 수 있는 소득이라고 할 수 있다. 이제 다른 조건은 다 같은데 국제유가가 배럴당 200달러로 뛰었다면 우리 경제가 TV를 생산·판매해서 구입할 수 있는 원유의 양은 50만배럴로 줄게 된다. 다시 말하면 수출물가는 그대로인데 수입물가가 올라 우리의 대외 교역여건이 나빠졌고, 이에 따라 우리의 국민소득도 줄어든 것이다. 이게 바로 국내총소득(GDI·Gross Domestic Income)이다.

GDI는 GDP로 표시한 국내총생산이 대외교역조건을 고려했을 때 어느 정도의 소득으로 환산될 수 있는지를 나타낸다. 이렇게 GDP에 교역조건의 변화를 반영해 만들어진 GDI에 실질 대외순수취요소소득을 합한 게 바로 GNI(Gross National Income·국민총소득)다. GNI는 모든 국민이 국내외 생산활동에서 벌어들인 소득으로, GDI에서 외국인이 국내에서 번 소득을 빼고 우리 국민이 해외에서 거둔 소득을 더한다.

이를 간단하게 수식으로 정리해보면 ‘실질 GDI=실질 GDP+교역조건을 반영한 실질 무역손익’, ‘실질 GNI=실질 GDI+실질 국외순수취요소소득’이다. 1인당 GNI는 GNI를 인구 수로 나눈 것으로 외국과의 교역조건을 반영한 한 나라 국민의 생활수준을 보여준다.

국민소득과 GDP가 예상보다 더 늘어난 이유

지난해 우리나라 1인당 GNI는 전년보다 6.1% 늘어난 2만6205달러에 달했고 GDP 증가율(경제성장률)도 예상치를 웃도는 3%를 기록했다. 이처럼 경제규모와 1인당 국민소득이 예상보다 더 커진 건 △원화 가치 상승(환율 하락) △교역조건 개선 △GDP 추계방식 개편 등의 요인이 작용한 결과다.

먼저 환율과 1인당 국민소득 간의 관계를 살펴보자. 2013년 명목 GDP는 1428조3000억원으로 전년(1377조5000억원)보다 3.7% 증가했다. 명목 GDP는 해당 연도의 가격을 시장가치로 해 계산한 GDP다. 그런데 달러 기준으로는 1조3043억달러로 2012년보다 6.7% 늘었다. 원화로 환산한 GDP 증가율과 달러를 기준으로 한 GDP 증가율 간에 큰 차이가 있는 것이다. 이는 원화 값이 지난해 2.8% 뛴 덕분이다. 예를 들어 한 해 GDP가 원화로 따져 1000조원이라고 해보자. 이때 달러화가 ‘1달러=1000원’이라면 GDP는 1조달러가 된다. 그런데 원화 가치가 뛰어(환율이 하락해) ‘1달러=900원’이 됐다면 달러로 환산한 GDP는 ‘1000조원÷900원=약 1조1111억달러’가 되는 것이다. 따라서 달러로 표시한 1인당 국민소득도 늘어난다. 반대로 우리 화폐의 가치가 떨어지면(다시 말해 환율이 오르면) 달러화로 표시한 GDP는 원화 표시 GDP보다 줄어들게 되고, 1인당 국민소득도 적어진다.

또 값싼 셰일가스 혁명에 힘입어 국제원유가가 안정세를 유지하는 등 수입제품값이 내리고 수출제품값이 올라(교역조건이 좋아지면서) 실질 GNI는 전년보다 4.0% 증가했다.

여기에 GDP를 계산하는 기준이 바뀌면서 예전 기준으로 산정할 때보다 GDP가 늘었다. 한국은행이 이번에 발표한 ‘2013년 국민계정(잠정)’에는 새로운 국제 통계기준인 ‘2008 SNA’가 적용됐다. 가격기준으로 삼는 기준연도도 2005년에서 2010년으로 바뀌었다. 국민계정은 국민경제의 순환과 변동을 체계적으로 기록한 회계로서 경제활동을 거래형태별, 거래에 참가한 경제주체별로 파악해 복식부기 방식으로 기록한 것이다. 국민계정을 작성하는 방식을 국민계정체계(SNA·System of National Account)라고 한다.

2008 SNA는 2008년 유엔이 회원국들에 권고한 새로운 SNA 작성 방식이다. 가장 큰 특징은 연구개발(R&D) 투자를 GDP에 포함시킨 것이다. 예전 기준으론 R&D는 투자가 아니라 비용으로 계산됐다. 예를 들어 1만원짜리 원자재에 5000원의 R&D 비용을 들여 2만원짜리 물건을 만들어 팔았다면 지금까진 GDP가 물건 값 2만원에 원자재가 1만원, R&D 비용 5000원을 뺀 5000원만 GDP로 계산됐다. 그런데 새 기준으론 GDP가 1만원으로 계산된다. 기술 등 지식재산 생산물은 단순히 원자재가 아니라 여러 해에 걸쳐 생산성을 높이는 역할을 하므로 단순 비용이 아니라 부가가치가 있는 자본재로 봐야 한다는 것이다. 또 드라마·오락·문학 작품과 예술품 원본, 전투기 군함 탱크 등 무기시스템도 이번부터 GDP에 포함됐다.

이 같은 통계 개편으로 ‘1인당 국민소득 3만달러 시대’ 개막도 앞당겨질 전망이다. 이준협 현대경제연구원 연구위원은 “달러 기준 명목GDP는 통상 매년 6.5% 성장하는데 이 추세대로라면 2016년 3만달러, 2020년께 4만달러를 넘어설 것”으로 내다봤다.

국민들의 체감경기는 ‘썰렁’

하지만 이처럼 통계상으로 국민소득이 늘었다고 해도 실제 국민들이 체감하는 삶의 질은 그리 높아지지 않았다. 지난해 1인당 GNI는 원화 기준으로 2870만원이다. 4인 가구라면 1억원이 넘는 소득을 올려야 평균소득이라고 생각할 수 있다. 그런데 국세청에 따르면 2012년 연말정산 대상 근로소득자 1576만명 중 연봉이 1억원을 넘는 사람은 전체의 2.6%인 41만여명에 불과했다.

이처럼 통계와 현실이 많이 다른 것은 한은이 발표하는 국민소득에는 가계뿐만 아니라 기업과 정부의 소득이 포함되기 때문이다. 그래서 한은은 가계와 민간 비영리단체의 소득만 계산한 1인당 가계총처분가능소득(PGDI·Personal Gross Disposable Income)을 따로 발표한다. 지난해 1인당 PGDI는 1608만원이다. 여기에는 종교나 자선단체 같은 비영리단체의 소득도 포함된다. 한은은 이를 제외한 가계의 소득은 1인당 1500만원 정도로 보고 있다. 이지은 한은 국민소득총괄팀 과장은 “국민소득 가운데 가계 비중은 OECD 주요 25개국 가운데 18위”라며 “미국(74.2%) 영국(69.0%) 일본(64.2%) 등 선진국과는 특히 큰 차이가 난다”고 설명했다. 우리나라의 경우 가계·기업·정부 소득을 포함한 1인당 GNI에서 가계 비중은 56.1% 수준이다.

경제 성장이 고용창출과 임금 상승으로 이어지려면 개인과 기업 간 소득 격차가 축소돼야 한다. 또 기업들이 현금을 쌓아두지 않고 적극적으로 투자할 수 있는 여건을 만들어주는 것도 필요하다. 조동근 명지대 경제학과 교수는 “통계수치만 좋게 나오는 것보다 국민 생활이 실제 향상되는지가 중요하다”고 말했다.

강현철 한국경제신문 연구위원 hckang@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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